그러나 장애인의 90% 이상이 후천적인 이유로 장애인이 됐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좋겠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장애인을 특이하게 보고 이상한 눈초리로 보기보다는 일반인보다 불편한 만큼 배려하고 도와준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당연히 일반인의 인식도 그렇고 인프라 측면에서 계단이나 보도 턱 하나하나가 넘을 수 없는 높은 장벽으로 보이는 것이 장애인 입장이다. 장애인 등 소수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잘 됐는지는 선진국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물론 정책적인 시스템도 낮은 후진국에 속한다. 아직 멀었다는 것이고 사각지대에 놓여있을 만큼 어느 누구도 챙기지 않는다.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들은 장애인에 대한 정책적인 단면을 언급하지만 구체적인 액션플랜 등 전체적인 문제점을 확실하게 구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장애인의 문제점은 너무나 많지만 그중에서도 이동권에 대한 권리는 상당히 심각하다. 장애인은 이동을 위해 각종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으나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지하철 계단 대신 이동할 수 있는 리프트나 버스 리프트를 이용하는 것을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바쁜 시간 속에서 일반인의 불편한 눈초리를 보면서 버스 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과연 있는 가를 생각해야 한다.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도리어 이런 시간이나 투자비용을 사용하기보다는 그 비용을 장애인에 대한 인프라 구축에 활용하는 편이 낫다고 할 수 있다.
김필수 교수 |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은 자가용이다. 자신의 자가용을 이용해 움직일 경우 그나마 시간적으로 가장 절약할 수 있고 남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간은 정상인의 3~4배가 소요되는 인내를 견뎌야 한다. 문제는 실제 차량 가격보다는 장애 정도에 따른 보조장비 구축비용이 더 소요되는 만큼 앞서 언급한 필요 없는 비용을 인프라와 이러한 차량 지원에 객관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유일한 이동 수단인 장애인 자가용에 대한 정책도 아직 서투르고 체계적이지 못하다. 즉 장애인 운전재활 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점과 개선책이 나와야 하고 융합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에는 장애인 운전면허 제도가 있으나 신체적 중증 장애인이 편하게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운전하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고 지원 제도도 매우 부실한 상태다. 장애인 차량 개조에도 중소기업 중심의 개조 형태이고 고정밀도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해외의 고가 보조 장비를 직접 구입해 장착해야 하는 고민도 안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가정이 중류층 이하인 경우가 많아 장애인 차량 개조는 역시 힘들다. 물론 정부에서 약 1500만 원을 지원하고 있으나 역시 많이 부족하고 체계성도 없다. 장애인 차량 개조를 위한 구조변경 제도도 제대로 구축돼 있지 못하다.
아직도 대부분이 후반 리프트 설치 시에 기존 후륜 현가장치를 임의로 떼어내고 슬로프를 설치하는 등 안전에 영향을 주는 구조변경도 많은 실정이다. 관련 기관은 인식도 못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차 모른다고 보면 된다.
국내 메이커들의 인식도 낮은 편이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토요타의 경우 수십 종의 장애인 관련 지원 차량을 개발해 다양하게 배려하고 있으나, 우리 메이커는 모터쇼에 차량 한 대라도 장애인 관련 차량을 전시한 경우가 없을 정도다. 10여 년 전 서울모터쇼에 ‘이지무브’라고 장애인 관련 차량을 한 대 전시한 경우가 유일할 정도다.
이제는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대선주자들도 장애인 관련 전체적인 제도의 실태를 파악하고 총체적인 선진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장애인 운전재활 정책은 유일한 이동권이라는 생각을 갖고 우선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문제점과 국내외 재활 진단 평가 시스템은 물론이고 장애인 자가운전 지원 개선과 운전재활 전문가 양성 등은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장애인 운전재활 시스템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구축은 필수적이다. 그래도 국립재활원이 활성화를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하고 있고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를 중심으로 하루속히 빠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자동차 메이커와 관련 중소기업이 역할 분담을 하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고 장애인 이동권 확보라는 측면에서 더 낮은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아직 완전한 사각지대인 만큼 소수를 위한 선진 장애인 정책을 구축하기 바란다. 말로만 말고 실질적인 액션 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관심을 갖자.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김필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학교 교수) [저작권자ⓒ 더드라이브(TheDriv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