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런지 경찰은 극히 보수적이다. 워낙 역대 정권에서 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애꿎게 경찰청장을 갈아치우는 모습을 보인 경우가 많아서 경찰 자체가 자연스럽게 보수적으로 다가갔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관례가 몸에 배어서인지 일을 진행하면서도 긍정적인 부분임이 확실하고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더욱 아쉽다고 안타깝다. 경찰 자체가 더욱 자신 있게 진취적으로 다가갔으면 한다.
최근 이러한 양면적인 사례가 등장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요즘 대선 후보자들의 유세차들을 보면 불법 구조변경으로 현행법에 어긋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자동차 구조변경은 이번 정부에서 자동차 튜닝산업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법적으로 정리가 되어있는 분야라 할 수 있다.
김필수 교수 |
자동차 튜닝산업은 불모지인 국내 상황을 선진형으로 키우고자 지난 4년간 노력했으나 가시적인 효과는 매우 미흡했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 부처 간의 이기주의에 의한 주도권 싸움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선진형 자동차 튜닝 활성화를 활용해 한국형 모델 정립에 실패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분명한 것은 미흡한 점이 많지만 자동차 구조변경에 대한 규정이 정리되면서 외부 튜닝에 해당되는 드레스업 튜닝 등의 합법적인 방법이 정리됐고 이를 기반으로 튜닝의 합법과 불법의 기준점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선거 유세차들의 만연된 불법 구조변경을 어느 곳 하나 단속한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대선주자들의 각 팀에서 합법적인 기준으로 유세차를 구조변경하고 불법 여부를 당국에 확인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으나, 어느 대선 후보자 측에서 합법적인 구조변경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대선주자들이 누구보다도 우선적으로 솔선수범하고 더욱 법 테두리를 지키는 준법정신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어겼을 경우 경찰청에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단속 등을 하는 것이 당연한 과정이라 판단된다. 현재 길거리를 수놓는 다양한 유세차의 불법 구조변경은 외부의 드레스업 튜닝 규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유세 간판이 번호판이나 방향지시등을 가린다든지 차량 밖으로 과도하게 돌출돼 위험하고 전폭, 전장, 전고 등을 어긴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런 차량을 횡단보도 바로 옆이나 주정차가 불가능한 지역에 장시간 주차시켜 유세하는 등 다양한 법적 위반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감히 대선주자인 우리를 손댈 수 있느냐라는 과도한 선민의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고, 경찰들도 이런 분위기에 휩 쓸려 선거후의 후유증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지위 고하 등 어떤 조건 하에서도 객관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단속이 필요한 이유다. 법적 단속에 예외가 있으면 국민의 신뢰는 급격하게 무너진다. 해외 선진국에서 최고위직의 정부 인사가 주차 위반으로 예외 없이 현장 경찰의 위반 딱지를 떼는 모습은 항상 부러운 모습이다. 우리도 이러한 모습을 보고 싶다.
이탈리아 밀라노 경찰이 공개한 페라리 458 스파이더 경찰차 |
다른 장면 한 가지다.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는 지난 서울모터쇼에 두 대의 튜닝 경찰차를 전시해 관람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튜닝 경찰차는 단속 기관인 경찰 순찰차의 고성능화를 추진해, 범인 단속 등에 일반 순찰차로 인한 범인 추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고려해 해외 선진국과 같은 고성능 경찰차를 추진한다는 이유가 첫 번째 일 것이다.
또한 정부의 대표적인 먹거리 산업으로 선정돼 있는 자동차 튜닝산업을 양성화하고 활성화하고자 국민에게 신뢰감을 높이고 있는 경찰차를 대상으로 합법적인 자동차 튜닝을 하면서 길거리에서 선을 보인다면 일석 삼조의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경찰청에서는 튜닝된 경찰차를 기증받지 못하겠다는 극히 회피하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좋건 나쁘건 우선 피하겠다는 피해 의식이 내재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전향적인 자세가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에는 더욱 황당한 경우가 있었다. 전시됐던 튜닝 경찰차의 일부를 전시가 끝나고 근처 튜닝업체에 보관 중에 누군가 신고했다는 이유로 고양시 관할 경찰서에서 출두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과도하고 너무 무리한 처사가 아니었나 싶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찰차로 기네스에 등재된 두바이 경찰청의 부가티 베이론 |
해당 차량이 경찰청 기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설명은 물론이고 실제로 운행해 현행법에 어긋나는 경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무리한 조처는 경찰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사례라 판단된다. 과도하고 필요 없는 민원에 대해서는 전화 한 통화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고 조치를 하는 것이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미래형 경찰의 모습이라 확신한다.
상기한 두 사례를 보면서 극과 극의 사례가 아닌가 판단된다. 눈앞의 불법은 단속조차 하지 않으면서 경찰청에 기증하려는 차량은 법적인 근거도 없이 무리하게 단속하는 두 상반된 사례는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힘없고 백 없는 국민은 억울하다는 얘기가 더 이상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집행하고 일선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의 경우는 더욱 필요하지 않나 싶다.
경찰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수사권 독립 등 검찰과의 민감한 사안이 더욱 관심이 되고 있는 이유다. 외부의 힘에 흔들리지 말고 언제나 진취적이고 앞을 내다보는 시각으로 선진 대한민국의 경찰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경찰청 자문을 수시로 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항상 아쉬운 대목이다.
김필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학교 교수) [저작권자ⓒ 더드라이브(TheDriv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