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SUV 대명사’ 벤츠 G바겐을 어떻게 봐야하나?

조창현 기자 / 기사작성 : 2017-11-02 17: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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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자동차 중 하나로 인식돼온 메르세데스-벤츠 G바겐이 종잇장처럼 구겨진 사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혼란스럽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로 큰 사고에서 운전자를 보호해줄 차량은 아무것도 없다”는 의견이 많지만, 이에 반해 “G바겐의 명성과 가격으로 봤을 때 차가 너무 심하게 부서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배우 고(故) 김주혁(45)은 지난 30일 오후 서울 삼성동 도로에서 G바겐을 타다 다른 차량과 추돌한 뒤 주상복합 건물 계단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부검 결과 김씨의 사망 원인은 즉사 가능 수준의 머리(두부) 손상이다. G바겐의 지붕이 내려앉고 필러가 심하게 구부러지면서 머리에 충격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

G바겐은 그동안 튼튼한 SUV의 대명사로 군림해왔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도 G바겐이 방호벽을 뚫고 나오는 장면을 광고로 내보내며 단단한 차체에서 오는 안전을 홍보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김씨의 사고 이후 G바겐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G바겐이 IIHS(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 NHTSA(미국도로교통안전국) 등 해외 주요 공인기관의 상품성(충격) 테스트를 받지 않아 안전 등급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지며 비난은 커지고 있다. 물론 상품성 테스트는 자동차의 필수 조건이 아니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는 “상품성 테스트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차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G바겐이 고가의 차량이라 테스트를 진행하는 기관들이 차를 구입해 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김씨가 탔던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 ‘G63 AMG’ 모델이다. 벤츠 SUV 중 최상위급으로 국내 판매가격은 2억500만원이다. 1979년부터 본격 생산돼 세계 각국에 군수용으로 납품되고 있으며 갑부나 고위 지도자,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주요 구매품이기도 하다.

독일인 군터 호트로프가 26년간 215개국 89만km의 세계 일주에 사용했고, 차범근 전 감독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던 시절 탔다.

사고 차량은 배기량 5500cc V8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571마력, 최대토크 77.5kg.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 2635㎏로 현대차 SUV 싼타페(1790kg)보다 845kg이나 무겁다. 반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4초 만에 도달할 정도로 빠르다.

사고 차량이 심하게 부서진 것에 대해 학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학에서 자동차를 가르치는 한 교수는 “아무리 고급차라도 차량의 무게와 속도, 충돌 강도 등으로 추산할 때 이 정도 파손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면서 “G바겐의 무게라면 어느 정도 속도만 있어도 벽에 부딪히는 충격이 매우 클 수 있다. 특히 차대 차의 충돌로 충격이 분산된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 벽에 부딪혔기 때문에 차에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또 다른 교수는 “무게 중심이 높은 SUV는 전복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전복 시 탑승객이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G바겐이 안전을 주장해왔고 값비싼 고급차라면 전복에 대비해 필러와 지붕을 강하게 만들고, 전복 시 탑승객을 보호할 안전장치에도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norcal-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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