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만족스럽지 않은 기내식을 먹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보고된 기내식 위생 실태를 살펴보면 단순히 맛이 없는 수준을 넘어 ‘충격적인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델타항공, 스칸디나비아항공(SAS), 에어인디아 같은 항공사들이 특히 기내식으로 인한 불쾌하고 위험한 사례와 연관돼 있었다. 2023년 9월 인도 뉴델리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에어인디아 항공편에서 한 승객이 오믈렛에서 죽은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이에 대해 항공사는 사실을 인정했으나,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같은 달, 노르웨이에서 스페인으로 향하는 스칸디나비아항공의 기내식에서 살아 있는 쥐가 튀어나와 승객들을 놀라게 했다. 해당 항공기는 안전 문제로 인해 코펜하겐으로 경로를 변경해야 했다. 스칸디나비아항공 대변인은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기내식 관리에 더욱 신경 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에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메트로 공항의 델타항공 기내식 제조 시설을 조사해 식품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델타항공은 이 사건 이후 디트로이트 시설을 통한 기내식 서비스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대부분 항공사는 기내식을 직접 준비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주로 기내식을 공급하는 업체에서부터 발생한다. 전 세계 기내식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업체로는 게이트 구르메(Gate Gourmet)와 LSG 스카이 셰프(LSG Sky Chefs)가 있다. 이들 업체는 공항 인근의 대형 주방에서 많은 수의 기내식을 준비해 각 항공사에 납품한다. 그러나 매체에 따르면 게이트 구르메는 2004년에 오염된 당근을 사용해 45명의 사람들이 식중독 문제를 겪었던 것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 회사와 LSG 스카이 셰프의 시설에서는 온도 관리 문제, 해충 문제 등 심각한 위생 문제가 발견됐다. 예를 들어, 2018년 FDA는 켄터키주에 있는 게이트 구르메 시설을 조사하면서 개수대 주변 물 고임, 기름때와 음식 찌꺼기 등 위생 문제를 지적했으며, 오븐과 세척 구역에서 살아 있는 바퀴벌레와 다수의 죽은 바퀴벌레까지 발견됐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문제는 생산 시설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기내식은 미리 포장된 후 여러 저장 장소를 거쳐 기내에서 제공되기 때문에 각 과정에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기내식이 제공되기까지 여러 단계에서 교차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직원의 손 씻기 미흡이나 청결하지 않은 시설 등 다양한 문제 요소가 존재한다”라고 지적했다. 기내식의 위생 문제는 항공업계 전반에 걸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기내식 준비 과정에서 위생과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항공사의 이미지뿐 아니라 승객의 건강에도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드라이브 / 박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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