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심장·하체 바꾼 더 뉴 SM6 “쏘나타·K5 나와!”

조창현 기자 / 기사작성 : 2020-07-23 11:59:05
  • -
  • +
  • 인쇄



‘왜 하필 서킷일까?’ 

르노삼성자동차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더 뉴 SM6’의 언론 시승행사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 서킷에서 개최한다는 소식에 조금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4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한 SM6는 2016년 출시 당시 우아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에 다양한 편의·안전 기능을 갖춰 국산 중형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해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선정 올해의 차에 뽑히기도 했던 SM6는 한 달에 6000대 이상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몇 가지 약점이 노출되면서 화려한 영광의 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여기에 경쟁 모델인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 등이 잇달아 신차를 내놓으면서 고전했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이번에 신차급 페이스리프트 SM6를 내놓고 옛날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우선 그동안 약점으로 꼽혀왔던 주행성능을 크게 개선했다. 이런 점을 강조하기 위해 르노삼성은 SM6를 자신 있게 인제 서킷에 올린 것이다.    

 

 

# 새로운 TCe 300 엔진 서킷도 문제없어 
SM6는 연비와 효율을 중시하는 중형 세단이지만, 새롭게 TCe 300 엔진을 탑재하면서 주행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TCe 300은 르노그룹의 고성능 브랜드 알핀과 R.S. 모델에 들어가는 엔진으로 부산공장에서 생산한다. 단순하게 르노의 엔진을 그대로 가져와 조립하는 수준이 아니라, 르노삼성 연구진이 엔진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고 국내 실정에 맞게 튜닝한 뒤 부산공장에서 생산한다.  
  
TCE 300은 4기통 1.8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225마력에 최대토크 30.6kg·m을 발휘한다. 특히 엔진회전수 2000~4800rpm의 넓은 영역에서 최대토크를 뽑아낸다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독일 케트락사의 7단 습식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적용해 어떤 상황에서도 매끄럽게 작동한다. 공인 연비는 11.8km/ℓ. 

 


인제스피디움은 코너가 깊고 고저차가 심해 하체가 단단하지 않거나 엔진에 힘이 없으면 서킷을 지배하기 힘들다. 그래서 편안함과 부드러움, 연비를 중시하는 중형 세단에는 어울리지 않는 서킷인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SM6는 서킷에 들어서자마자 보통의 중형 세단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줬다. 과거 앞뒤가 따로 노는 것 같던 느낌이 사라지고, 아무리 깊은 코너를 만나도 마치 단단한 소형차를 운전하듯 민첩하고 자연스럽게 빠져나갔다.  

‘SM6 운전이 이렇게 재미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킷을 3바퀴(1바퀴 3.9km) 도는 내내 개선된 주행 느낌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특히 저속에서 고속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속도감과 깊은 코너를 만나도 허둥대지 않고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하체가 인상적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달리면서 마치 스포츠카를 운전하듯 급한 가감속을 반복하고 커브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몰아붙여도 SM6는 묵묵히 운전자의 요구를 받아냈다. 이 정도면 서킷 주행만큼은 국산 중형 세단 중에서 최고가 아닐까? 

# 단단해진 하체 슬라럼 지배 
서킷 주행을 마친 뒤 슬라럼 코스로 이동했다. 같은 TCe 300 모델을 타고 좌우로 굽고 둥근 원을 그리며 질주하는 코스에 들어섰다. 가속 페달을 꾹 밟았다가 빠르게 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옮기고 핸들을 끝까지 돌리며 연달아 있는 라바콘을 빠져나왔다. 빠른 기록으로 코스를 3바퀴 돌면서 또 한 번 단단해진 하체와 주행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슬라럼을 끝내고 르노삼성 김우성 팀장에게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도대체 어디를 어떻게 바꿨기에 차가 이렇게 달라졌나.”   

 


김 팀장은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특히 서스펜션 개선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런트와 리어 댐퍼에 MVS(모듈러 밸브 시스템)을 적용해 과거 딱딱하던 감쇠력을 부드럽게 잡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리어 서스펜션에 대형 하이드로 부시를 적용해 차체에 가해지던 충격을 크게 줄였다고도 했다. 덕분에 차량 전반의 움직임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지고 승차감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 1.3리터 엔진, 효율과 주행성능 두 마리 토끼 잡아 
  
이번엔 TCe 260 모델을 타고 강원도 인제 내린천로와 진부령, 원대리 자작나무길을 달렸다. 구불구불한 국도와 약간의 고속 국도가 섞여 있는 산악코스다. 

TCe 260은 르노그룹과 다임러가 공동 개발한 4기통 1.3리터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6.5㎏·m를 발휘한다. 워낙 유명한 엔진으로 이미 다양한 자동차에 탑재돼 우수함과 효율을 인정받았다. 

 


TCe 260은 일상의 영역인 1500~3500rpm에서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평범한 일상의 주행에 초점을 맞춰 연비 등 실용성을 중시한 설정이다. 공인 연비는 13.6km/ℓ.  

실제로 국도에서 경험한 TCe 260은 정숙성과 안락함, 운전의 편안함에 특화돼 있었다. 그러면서도 추월이나 급한 경사에서는 한 번에 힘을 몰아 쓰는 터보가 작동한다. 주행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에서 선택할 수 있고 시승에서는 스포츠 모드를 주로 사용했다.  

시승 내내 특히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후륜 서스펜션의 반응이다. 이전 모델에서 딱딱하면서 튄다는 지적을 받았던 토션빔이 얼마나 개선됐는지가 핵심이다.  

 

 

이전 모델에서 어댑티브 모션 링크(AM링크)를 빼내고, 대신 지름 82mm의 대형 하이드로 부시(Hydro Bush)를 적용했다. 그렇다면 MVS와 부시는 차를 얼마나 바꿔 놨을까. 

과거 요철이나 험로를 주행할 때 하부로부터 때리는 듯 올라오던 거친 반응이 현저하게 줄었다. 실제로 과속방지턱을 타고 넘을 때 이전의 딱딱한 느낌보다는 부드럽게 도로에 밀착해 넘는 느낌이 들었다. 하체에서 유럽차 특유의 단단하지만, 관용성 있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도로를 달리는 내내 1.3리터 엔진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순발력이나 민첩성을 보여줬고, 걱정했던 터보렉이나 소음도 크지 않았다. SM6 특유의 실내 정숙성은 그대로다. 고속으로 밀어붙여도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 중형 세단에 없던 헤드램프 
새로운 SM6는 흡차음재를 꼼꼼히 넣고 윈드쉴드 차음 글라스로 외부 소음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여기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을 적용해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을 상쇄시킨다. 

더 뉴 SM6의 디자인 변화는 크지 않다. 워낙 호평을 받는 디자인이라 크게 손을 볼 필요를 못 느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각종 램프를 바꾸고 LED 퓨어 비전 램프를 적용해 현대적인 느낌을 살렸다. 다이내믹 턴 시그널과 새로운 라이트 시그니처인 LED 퓨어 비전 헤드램프를 기본 적용했다. 특히 국산 중형차 최초로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를 장착했다.  

 


LED 매트릭스 램프는 전방 카메라가 주행 상황을 인식하고 상향등 내부 LED(좌우 각 18개씩·총 36개)를 다중 제어해 영역별 밝기를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마주 오는 차량 방향의 램프를 어둡게 해 상대 운전자의 눈부심을 방지하면서 시야는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 

SM6의 가격은 TCe 260은 2450만~3265만 원, TCe 300은 3073만~3422만 원이다.  

조창현 기자  

[저작권자ⓒ 더드라이브(TheDriv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