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캠리 하이브리드 1000km 달리기 도전, 김태균과 함께~

조창현 기자 / 기사작성 : 2019-03-06 12: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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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패밀리 중형 세단도 스포츠 주행성능을 갖추지 못하면 선택받기 힘든 시대다. 아무리 넓고 편해도 잘 달리지 못하면 안 팔린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토요타 신형 캠리의 놀라운 변신은 당연한 결과다.  

 

주춤하는 중형 세단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캠리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과 강원, 동해안 일대 1000km 달리기에 도전했다. 고속도로, 국도, 산길을 두루 경험하면서 차의 특성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번 시승은 장거리를 달려야 하는 만큼 교대로 운전할 동행을 구했다. 바다 사진으로 유명한 ‘블루작가’ 김태균 사진작가다. 운전을 좋아하는 그는 캠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한 작가의 앵글에 담긴 캠리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다.  

 

푸른 동해 사진은 우리나라에서 그가 단연 최고다. 서울에 사는 김 작가는 1년에 50번가량 동해를 찾아 하늘과 어우러진 푸른 바다 사진을 찍는다. 연출이 전혀 가미하지 않는 그의 사진은 자연 그대로이기 때문에 한층 더 깊고 중후하고 고급스럽다.  

 

시승 모델은 2019년형 캠리 하이브리드 XLE로 4220만원에 판매한다. 시승기는 캠리 하이브리드를 대표하는 5가지 키워드로 풀어봤다.  

 

#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 플랫폼 

 

8세대 캠리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에서도 으뜸은 ‘TNGA’ 플랫폼이다. 우리는 흔히 플랫폼 하면 차체를 떠올리지만, 정확히 말하면 자동차를 이루는 구조적인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이번 캠리부터 새롭게 적용된 TNGA 플랫폼은 파워 컨트롤 유닛, 시트, 하이브리드 배터리 등 가능한 모든 부품과 구조를 낮고, 넓고, 강하게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차량의 좌우 흔들림(롤링)을 줄이고, 승차감과 주행안전성, 충돌안전성을 향상시켰다. 안정적인 코너링과 고속에서 낮게 깔리는 듯한 신형 캠리의 주행감은 이런 플랫폼에서 탄생한 것이다. 


출근길 꽉 막힌 서울 도심을 어렵게 빠져나와 서울양양고속도로에 올랐다. 정체 때문에 늦어진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처음부터 속도를 높였다. 일부 구간에서는 빠른 가감속에 초고속 영역까지 차를 몰아붙이기도 했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김 작가는 “중형차라 얌전한 줄만 알았는데, 고속과 코너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이내믹하게 움직인다. 경쾌하고 안정적인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신형 캠리의 특징 중 하나는 차체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구조를 개선하고 고장력 강판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레이저 스크류 용접과 구조용 접착제를 사용해 이전 7세대와 비교할 때 비틀림 강성이 30% 이상 높아졌다.  


이런 강성은 주행에서 고스란히 발휘된다. 고속도로는 물론 강원도 진부령 옛길의 급한 커브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달렸다. 우리가 알던 중형 세단의 물렁함과 출렁거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강한 주행에도 실내가 소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 설계된 서스펜션 덕분이다. 또한 후륜에는 고급차에나 주로 쓰이는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 세이프티 센스  


신형 캠리에 적용된 세이프티 센스(TSS)는 사고를 줄여주는 토요타의 4가지 첨단 예방 안전기술을 말한다. 사전에 사고를 막아주는 것으로 요약하면 차선이탈경고, 선행차량추종, 오토하이빔, 긴급제동보조시스템 등인데 주행에 아주 요긴하게 쓰이는 기능들이다. 



차선이탈경고 시스템은 운전자가 조금이라도 차선을 이탈하면 경고음과 함께 스스로 스티어링을 제어해 차선을 유지해줬다. 시승 내내 이 기능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장거리 주행에서 집중력이 떨어질 때마다 경고를 보내와 유용했다. 한밤중 구불구불한 강원도 산길을 달릴 때는 오토하이빔이 작동해 시야 확보를 도왔다. 


이 밖에 10개의 스마트 에어백과 앞 좌석 어드밴스드 에어백, 뒷좌석 시트벨트 리마인더, 타이어 공기압 경보시스템, 비상제동램프 등의 다양한 장치가 탑승객의 안전을 지켜준다.  


# 킨룩 디자인 

 

캠리 디자인의 기본 콘셉트는 킨룩(예리한, 날카로운)이다. 이전의 모범생 같은 중형 세단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다. 역동적이고 스타일리시하면서 동시에 날카로움을 지녔다. 특히 저중심의 와이드하면서 스포티한 디자인 덕분에 도로에서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캠리는 전체적으로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을 추구했다. 외부에 공기 흐름을 최적화한 디자인 요소를 적용하고 언더바디의 마감을 최대한 매끄럽게 만들어 공기의 흐름을 좋게 했다. 이는 정숙한 주행과 연비 개선에 도움을 준다. 


전면은 풀 LED 헤드램프와 안에서 밖으로 확장되는 느낌의 3중 주간주행등이 특징이다.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라인발광과 점각 발광이라는 각기 다른 발광 방식을 접목해서 고급스럽게 꾸몄다.  


측면은 18인치 신형 알루미늄 휠을 적용하고, 휠 아치 부분의 디자인을 개선했다. 덕분에 타이어가 살짝 밖으로 돌출되면서 역동적인 느낌을 완성했다.  



인테리어의 핵심은 운전석과 조수석, 뒷좌석의 공간을 각각 구분해 독립성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운전석은 운전자를 독립적으로 감싸면서 각종 버튼을 사용하기 편리하게 배치했고, 센터콘솔은 앞 좌석 탑승자의 허리를 감싸도록 디자인됐다. 시트 포지션은 TNGA 설계로 기존 대비 2~3센티미터 낮춰 공간 확보는 물론 안정감과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흥미로운 것은 시트와 동시에 보닛도 낮춰 운전자의 시야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점이다. 또한 와이퍼를 보닛 안으로 넣고 사이드미러 위치 변경, 낮게 배치한 인스트루먼트 패널 등으로 운전자의 시야를 최대한 확보하는데 노력했다.  


이 밖에 7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시시각각 자동차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해 운전을 돕는다. 신체가 닿는 부분에 가죽의 촉감을 재현한 스포츠 패드를 적용하고, 안락한 시트는 허리를 잘 받쳐줘 장거리 운전에도 피로감을 줄여줬다. 



오디오는 JBL 하이파이 앰프에 9개의 스피커로 구성했다. ‘JBL 클라리 파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MP3 소스로 압축된 음원의 손실된 부분을 복원해 고음질로 재생한다.  


# 흉내 내기 힘든 내구성

  

“10년을 타도 고장이 나지 않는다.” 소비자들에게 토요타의 장점을 물어보면 대부분 내구성을 최고로 친다. 토요타가 미국 시장에서 선택받는 이유 중 하나도 고장률이 적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처럼 짧은 시승을 통해 내구성을 정확히 시험해보기는 힘들지만, 신형 캠리도 이런 DNA를 충분히 계승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캠리의 주요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오래 살았던 김 작가는 “미국인들의 캠리에 대한 인식은 ‘고장 나지 않고 오래 타는 자동차’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유럽산 자동차들이 3~5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고장 나고 이것저것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면, 캠리는 소모품만 제때 갈아주면 특별히 손볼 곳이 없다고 보면 된다.  


# 믿기지 않는 연비

 

이번 시승의 목적 중 하나는 캠리 하이브리드의 실제 연비를 알아보는 것이다. 탑승인원은 촬영기자까지 포함해 성인 4명. 시승이라고 특별히 연비 운전을 하지는 않았고, 평소의 패턴대로 차를 몰았다. 이 차의 공인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16.7km/ℓ.  


서울을 출발하기 전에 주유탱크에 휘발유를 가득 채웠다. 이대로 계기판에 주유 경고등이 들어올 때까지 달릴 계획이다. 일단 서울 남산에 있는 김 작가의 집에서 강남을 거쳐 서울양양고속도로 덕소삼패 IC까지 약 50km를 달렸다. 정체 때문에 1시간 20분이나 걸렸는데, IC에서 확인한 계기판 연비는 18.3km/ℓ. 도심 공인연비(17.7km/ℓ)보다 약간 높게 나왔다. 아무래도 속도를 내지 못해 EV 모드 주행이 많았기 때문이다.  



덕소삼패 IC에 들어서서 A 트립은 그대로 두고 B 트립을 새롭게 세팅했다. 고속도로 연비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신형 캠리 하이브리드는 기존과 전혀 다른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적용했다. 2.5리터 다이내믹 포스 엔진은 가변분사 방식을 채용했고, 하이브리드는 작고 가벼운 고효율 시스템으로 바꿨다. 기존 하이브리드는 주행 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제동 시스템이 작동하며 속도가 급격히 줄었으나, 신형은 서서히 속도가 줄도록 설계했다. 덕분에 감속에 따른 이질감이 없어진 것은 물론, 재발진시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돼 연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오토 글라이드 컨트롤’이라고 불리는 이 기능을 토요타 모델 최초로 캠리에 적용했다. 


홍천휴게소에서 잠깐의 휴식을 빼고는 2시간여(이동거리 168km)를 쉬지 않고 달려 속초 IC에 도착했다. 이때 확인한 계기판 연비는 16.9km/ℓ. 공인 고속도로 연비(16.2km/ℓ)보다 약간 높았다. 초반에 고속으로 달렸고, 지루할 때는 급가속을 하거나,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켜기도 했다. 일부 구간에서는 교통 흐름에 맞춰 달렸다. 평균 속도는 100km/h를 조금 넘는 수준. 



속초 IC를 빠져나와 7번 국도를 타고 고성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60km 거리를 약 1시간여 달려 도착한 통일전망대까지의 연비는 19.2km/ℓ. 정속 주행의 결과다. 이후 다시 거꾸로 내려와 속초, 강릉, 정동진, 동해시까지 국도와 고속도로를 섞어 약 150km를 달린 뒤의 연비는 17.4km/ℓ.  


이런 패턴으로 강원도의 국도와 고속도로, 해변도로, 산길을 골고루 달린 뒤 다시 서울로 향했다. 선택한 길은 진부령 옛길이다. 진부령을 넘어 내설악을 지나는데 계기판 주유경고등에 불이 켜졌다. 인제군 남면 설악로의 주유소에 도착해서 확인한 총주행거리는 764km,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9km이다. 한 번 주유에 773km를 달리는 셈이다. 1리터에 1399원하는 휘발유를 가득 넣으니, 6만 2955원이 결재됐다. 45리터가 들어간 것이다. 

  

다시 출발해 최종 목적지인 서울 강남의 주차장에서 계기판을 확인했다. 총주행거리는 912.4km이고, 평균 연비는 18.1km/ℓ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특유의 동고서저 지형 때문에 서울에서 강원도는 가는 길이 오는 길보다 기름을 더 많이 써야 한다. 주유한 뒤 강남까지 오는 길에 연비가 더 올라간 이유다. 

 


결론적으로 실제 연비는 서울 도심 18.3km/ℓ, 서울양양고속도로 16.9km/ℓ, 강원도 국도 19.2km/ℓ, 전체 912.4km를 달린 뒤 연비는 18.1km/ℓ이다. 


시승 내내 교대로 운전했던 김태균 작가는 캠리 하이브리드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얘기했다.  


“평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경쾌하게 잘 달리고 운전도 재미있었다. 중형 세단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시트가 편해 장거리 운전에도 피로감이 적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이렇게 큰 차가 기름을 너무 적게 먹는다는 것이다.” 


더 드라이브 /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norcal-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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