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세단 중에서 가장 운전이 재미있는 단 1대를 꼽으라면 단연 S60이다. 고성능 세단이 아니면서도 일명 ‘칼치기’가 가능한 모델이 아닐까? 만약 운전이 재미있는 볼보 세단을 찾고 있다면 반드시 S60 고려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타면 탈수록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 화려한 유럽형 세단 그대로
볼보 S60 B5 인스크립션을 타고 경기도 일대 200여 km를 달렸다. 최근 자동차 디자인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SUV의 높은 인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어떻게든 크로스오버나 SUV처럼 보이도록 차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세단도 쿠페나 해치백 스타일이 유행이라, S60 같은 정통 세단 디자인은 점점 귀한 존재가 돼가고 있다. 그래서 S60에 더 애착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최근의 볼보는 더 이상 디자인으로 시비를 걸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모습이다. 사실 예전에는 ‘올드하다’라는 평가를 받거나, 엄마나 할아버지가 타는 차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10년 사이 볼보의 디자인은 말 그대로 환골탈태해 이제는 다른 자동차들이 볼보의 디자인을 따라 할 정도로 발전했다.
# 외부 디자인
볼보의 전면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토르의 망치’ LED 헤드램프는 이제 완전한 볼보의 상징이 됐다. 속도감이 느껴지는 얇고 긴 가로 선과 끝에서 비스듬히 내리 꽃은 세로선이 날카로우면서 미래의 세련된 느낌을 준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토르의 망치를 따라 하는 다른 자동차의 조명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릴이나 범퍼가 아닌 앞 유리 최상단에 열선을 갖춘 카메라와 레이더가 위치해 있다. 아무래도 눈이 많이 내리는 북유럽의 지형을 고려한 배치로 보인다.
측면은 19인치 다이아몬드 커팅 휠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의 볼보와 다르게 날카롭고 화려하다. 너무 예뻐서 혹시 실수로 도로 경계석에라도 긁히면 가슴이 찢어질 수도 있겠다. 예전 볼보는 디자인보다는 실용을 중시했다. 그래서 휠도 잘 긁히지 않도록 투박하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물론 디자인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냥 험로를 막 달리다 긁혀도 어쩔 수 없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볼보는 S60처럼 휠까지도 고급스럽고 화려하게 만들고 있다. 정말 큰 변화다.
후면은 고유의 테일램프 디자인을 채택했다. 전체적으로 수평 디자인이라 더 넓고 안정감 있어 보인다.
# 실내 인테리어
요즘 자동차에서 실내를 가장 잘 만드는 브랜드 증 하나는 볼보가 아닐까. 볼보의 고향인 스웨덴은 북유럽 특유의 겨울과 밤의 길이가 길어서 가족과 함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그러다 보니 오래 사용해도 편안한 소파나 가구, 실용적이면서 세련된 인테리어, 오디오 등을 만드는 기술이 발달했다.
볼보 역시 이런 영향을 받아 실내를 실용적이면서 아름답고 세련되게 꾸미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너무 화려하고 튀는 느낌보다는 심플하면서 고급스러워 쉽게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S60을 타면 마치 북유럽 어느 가정집의 거실에 있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볼보의 시트는 편하기로 유명하다. 장거리를 달려도 몸이 덜 피곤하다. 예전에는 물소 가죽을 사용해 튼튼함을 추구했던 적도 있었지만, 최근엔 부드러운 소가죽을 사용한다.
볼보의 안전에 대한 신념은 S60의 헤드레스트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커다란 크기에 고정식이다. 혹자는 불편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만든 이유가 있다. 불의의 사고에도 운전자의 머리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볼보의 헤드레스트라면 사고가 발생해도 머리나 목을 다칠 확률이 적어지는 것이다.
# 오디오
S60 B5 인스크립션 모델은 영국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바우어스&윌킨스를 탑재했다. 오디오계의 최상위 포식자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몇몇 자동차 회사들도 유명 오디오를 차에 넣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오디오 브랜드라고 해도 최상급이 있고, 저렴한 모델이 있기 마련이다. 볼보는 브랜드 내에서 거의 최상급 수준의 오디오를 장착하고 있다.
카오디오에 대해 전문가들만 아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어떤 자동차의 경우 최고급 오디오 브랜드를 탑재했지만, 정착 음색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는 십중팔구 그 브랜드에서 최하위급 오디오를 장착했거나, 자동차 회사에서 따로 가장 저렴하게 만들어달라고 특별 주문을 넣은 것일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싸구려 오디오를 탑재했기 때문에 고급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나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런 일은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에서도 자주 발생하는데, 결국에는 이런 데서 원가를 절감해 이윤을 남기는 것이다. 이럴 경우 소비자들은 차를 구입한 뒤 애프터마켓에서 값비싼 오디오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볼보는 그런 걱정은 전혀 없는 브랜드다.
# 주행 느낌
볼보는 S60 디젤을 단종한데 이어, 휘발유 모델인 T5도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하이브리드 모델인 S60 B5를 시장에 내놨다.
S60 B5는 앞서 말한 대로 볼보의 세단 중 핸들링이 가장 탁월한 모델 중 하나다. 이번 시승에서도 어김없이 민첩하면서도 빈틈없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섀시와 서스펜션 등을 보강한 스포츠 세단이 아니라면 급하게 방향을 바꾸거나, 심한 가감속시 차의 밸런스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S60은 운전자의 극한 요구에도 좀처럼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오뚝이처럼 자세를 잡아가는 것에서 운전의 재미를 느낀다.
가속감도 일품이다. 차량의 무게나 크기에 알맞은 2리터 4기통 슈퍼차저 터보차저 가솔린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더했다. 이를 통해 기본 250마력의 최고출력에 14마력의 하이브리드 출력을 추가한 것이다. 환경은 물론 경제성도 고려한 것이다.
과거 볼보의 승차감은 유럽차보다는 미국이나 아시아 자동차에 가까웠다. 하체가 약간 무른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볼보는 가속이나 주행성능에 있어서 조금 더 유럽차에 가까워진 모습이다.
# 다양한 안전기능
S60을 포함한 볼보의 장점 중 하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어지간한 브랜드는 흉내 내기 힘들 정도로 부드럽고 정확하게 작동한다. 고속도로나 꽉 막힌 도심의 출퇴근길에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
볼보의 안전에 대한 신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운전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이런 피치 못할 사고 시 최대한 탑승자에게 피해가 덜 가는 쪽으로 차를 만들자는 것이 볼보의 생각이다.
볼보는 사고 발생 시 죽는 사람이 단 1명도 없는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사고 시 충격을 차체에서 흡수해 객실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 연구를 한다. 그런데 볼보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충돌 시 차가 옆으로 비켜서 맞으며 튕겨서 최대한 충격을 더 받도록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거의 100% 정면충돌이 아니라면 차가 부딪혀도 좌우로 비켜서 나가며 충격을 최대한 덜 받도록 플랫폼을 설계하는 것이다. 볼보는 약 20~30년 전부터 이런 연구를 해왔다고 한다.
얼마 전에 방송국의 모 아나운서가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는데 손가락만 조금 다치고 무사했던 일도 결국엔 이런 연구의 결과가 아닐까. 최근에는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충돌 시 비켜가는 연구를 시작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볼보 S60 B5은 국내에 모멘텀과 인스크립션 2가지 트림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4810만~5410만 원이다.
더드라이브 /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norcal-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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