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최고의 중형 SUV를 단 한 대만 꼽으라면 단연 르노코리아자동차의 QM6 LPe이다. 가격은 준중형차급이지만, 성능과 효율은 그 어떤 중형 SUV와 비교해도 부족할 게 없다.
QM6 LPe는 중형 SUV만의 효율과 공간, 디자인 등 장점은 고스란히 살리면서 LPG의 저렴한 연료비를 더한 실용적인 모델이다. 특히 경쟁사에선 따라오지 못하는 르노코리아의 도넛탱크 등 LPG 관련 기술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최근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QM6 LPe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렇다면 QM6 LPe는 일반 가솔린 SUV와 비교해 얼마나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장거리 시승을 준비했다. 바로 서울-제주를 왕복하는 1100km 코스다. 서울을 출발해 목포를 거쳐 배편으로 제주에 들어간 뒤, 제주도 일주도로를 한 바퀴 달리고 다시 같은 노선을 통해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1. 쉽게 질리지 않는 디자인
QM6 LPe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차를 구매하고 몇 년이 지나도 항상 새 차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소유하는 내내 만족감이 높다는 차주가 많다.
제주도 도로에서도 QM6를 많이 봤는데, 한눈으로는 몇 년형 차량인지 알 수 없을 새것의 느낌을 줬다. 요즘 출시되는 SUV들이 눈에 띄기 위해 거칠고 과한 느낌을 추구한다면, QM6는 오래도록 중심을 잃지 않는 세련되고 단단한 느낌의 SUV라고 보면 된다.
특히 디자인이 예쁘고 운전하기 편한 자동차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성 오너들에게 인기가 높다. 차체는 전장 4679mm, 전폭 1845mm, 휠베이스 2705mm 크기이고, 타이어는 17인치부터 19인치까지 선택할 수 있다.
품격 있고 간결한 내부 공간도 QM6 LPe의 장점이다. 고품질 시트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프레임리스 룸미러, 1열 프레스티지 헤드레스트, 소프트 콘솔 그립 핸들 등이 고급스럽고 세련됐다. 심카드(SIM card) 형태의 후불 하이패스가 내장됐다.
#2. 출력 걱정 없는 3세대 LPi 기술
서울에서 출발하면서 비어있는 연료통을 가득 채웠다. QM6 LPe의 도넛탱크 용량은 75ℓ이며, 80% 수준인 60ℓ를 충전하면 약 534㎞를 주행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1리터당 1100원으로 계산했을 때 도넛탱크를 가득 채우면 약 6만 6000원이 들어가는 것이다.
QM6 LPe는 액체 상태의 LPG를 각 기통에 분사하는 3세대 LPi 방식을 채택했다. 덕분에 출력을 개선하고 겨울철 시동 불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도넛탱크는 차체 하단 좌우의 양측 사이드빔에 브래킷으로 안정적으로 결합했다. 덕분에 트렁크 용량 확보는 물론 후방충돌 시 뛰어난 안정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도넛탱크가 트렁크의 하부 플로어에 직접 닿지 않고 살짝 떠 있도록 고정하는 플로팅 설계를 통해 소음과 진동을 잡았다.
서울 도심을 빠져나가 성산대교를 건너 서부간선도로에 들어섰다. 차가 조금씩 많아지면서 서서히 정체가 시작됐다. 그래도 새로 개설한 서부간선지하도로 덕분에 생각보다 수월하게 서해안고속도로에 올라설 수 있었다.
#3. 1100km 주행 후 실제 연비는?
QM6 LPe는 자연흡기 2.0리터 4기통 엔진에 CVT 무단변속기를 맞물려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19.7kg.m를 발휘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영역(3700rpm)에서 최고출력 발휘해 저속에서도 가솔린차와 비슷한 수준의 토크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차의 연비는 8.6~8.9km/ℓ 수준이다.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스트럿, 후륜 멀티링크를 적용해 승차감이 부드럽다. 미리 밝혀두자면 서울-제주 왕복 1100km를 시승을 모두 마친 뒤 계기판에 표시된 실제 연비는 9.2km/ℓ였다.
약 4시간 30분을 달려 밤 10시 30분경 목포항국제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다. 주행거리는 427km를 기록했다. 계기판의 연료계 눈금은 아직 5분 1 정도가 남았다.
차를 고속페리에 선적한 뒤 객실로 들어갔다. QM6 선적 요금은 인터넷 예약 할인을 적용해 편도 12만 4240원이다. 새벽 1시에 출발한 페리는 5시간 만인 6시경 제주항에 도착했다.
#4. 제주일주도로 184km 질주
배에서 차를 내린 뒤 가장 먼저 LPG 충전소를 찾았다. 가격은 1리터당 1116원이다. 모두 40.7리터 4만 5402원의 가스를 충전한 뒤 도심을 벗어나 동쪽으로 달렸다.
자동차나 자전거 등으로 제주도를 여행하는 가장 기본은 일주도로로 불리는 1132번 지방도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제주시를 출발해 함덕-월정리-성산포-표선-서귀포-산방산-모슬포-한림-애월을 거쳐 다시 제주시로 돌아오는 약 184km 코스다.
하지만 이렇게 도로만 따라 달리면 지루하다. 중간에 해안가로 빠져 경치도 구경하며 쉬엄쉬엄 한 바퀴를 돌았다.
#5. 30시간 운전 후 몸에 남은 후유증은?
제주 일주를 끝내고 차를 호텔에 세운 뒤 확인한 주행거리는 650km를 넘어가고 있었다. 서울에서 출발해 약 30시간을 잠깐씩 쉬면서 계속 운전했는데 허리가 아프거나 어깨가 결리는 등의 장거리 운전 후유증은 크게 없다. 잠이 부족해서 약간 졸릴 뿐이다.
QM6 LPe의 실내는 조용하고 편안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서해안고속도로와 제주일주도로를 달리면서 높은 정숙성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1열과 2열에 이중 접합차음유리를 채택하고, 공기역학적이고 부드러운 디자인 덕분에 노면음이나 풍절음이 크지 않다.
QM6 LPe는 속도를 즐기는 모델은 아니다. 추월을 위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서서히 속도가 올라간다.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폭발적인 가속력을 기대해선 안 된다. 꾸준한 가속감에 퍼포먼스보다는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추구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고속주행의 안정감 역시 장거리 주행의 피로감을 덜어줬다. 핸들링은 부드럽고, 서스펜션은 약간 단단한 유럽 스타일에 가깝다.
#6. 제주도 QM6 타고 가는데 들어가는 총비용은?
제주 일주를 마친 뒤 다음날 오후 1시에 QM6를 페리에 싣고 다시 목포항국제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차의 연료 게이지는 3분의 1 정도 남았다.
저녁 6시경 목포항에 도착해 다시 서해안고속도로에 올랐다. 한참을 달린 뒤 전북 고창휴게소에 들러 늦은 저녁을 먹으며 가스를 충전했다. 1리터당 1150원, 26리터, 3만 원어치다.
밤 12시가 다 돼 서울에 도착하면서 2박 3일의 긴 여정을 끝냈다. 서울-목포-제주를 왕복하는데 약 1100km의 거리를 달렸다. 차와 관련된 비용은 연료비 12만 원, 뱃삯 24만 8480원, 통행료 3만 6800원을 모두 더해 40만 5280원이 들었다.
#7. 최후에 드는 생각
QM6는 출시 후 매년 2만 대 이상 꾸준히 팔리는 베스트셀러 모델이다. 잘 팔리는 차는 다 이유가 있고, 이번에 장거리 시승을 통해 그 이유를 알았다. 운전의 편안함과 세련된 디자인, 뛰어난 연비, 넓은 공간 등 많은 장점을 두루 갖춘 팔방미인이다. 어쩌면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이 아닐까? QM6 LPe의 가격은 2465만~3319만 원.
더드라이브 /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norcal-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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