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일상의 레이싱카를 원한다면 렉서스 ‘UX 300e’

조창현 기자 / 기사작성 : 2022-06-24 18: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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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렉서스는 한때 하이브리드 계(界)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기름 1리터에 20km를 주행하는 믿기 힘든 연비에 절대로 고장 나지 않는 내구성까지 갖춰, 효율을 중시하는 운전자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였다.

하지만 디젤게이트와 함께 업계에 불어닥친 친환경 바람으로 업계는 너도나도 하이브리드 개발에 나섰고, 이제는 1리터당 20~25km를 달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흔한 시대가 됐다.

차별화를 잃은 것처럼 보였던 토요타·렉서스가 빠르게 방향을 전환했다. 바로 하이브리드 기술을 더욱 차별화하고, 운전이 즐거운 신개념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다. 

 


# 한라산 와인딩 코스의 지배자  
렉서스는 처음으로 개발한 순수 전기차 ‘UX 300e’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NX 450h+’, 하이브리드 ‘NX350h’를 국내에 선보이고 언론 초청 시승회를 열었다. 

시승은 전기차의 도시 제주도에서 진행했고, 출발지는 최근 문을 연 렉서스제주전시장이다. 연면적 997㎡에 지상 3층 규모인 전시장은, 판매는 물론 제주도 내 모든 렉서스 자동차의 애프터서비스를 담당하게 된다.

먼저 UX 300e를 타고 제주시를 출발해 한라산을 가로지른 뒤 서귀포시 서쪽 바닷가에 도착하는 약 78km의 여정을 시작했다.  

 


출발 전 렉서스코리아 담당자는 “UX 300e를 개발한 일본의 엔지니어가 차량의 시승코스로 특별히 한라산의 급격한 와인딩 코스를 지목했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UX 300e를 타고 마음껏 달려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덧붙였다. 

안전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렉서스의 시승회는 사실 기자들 사이에서 재미없기로 유명하다. 밋밋한 코스에 속도를 제한하고, 연비 운전을 요구해 지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꾸로 와인딩 코스에서 마음껏 달려달라는 얘기를 처음 들으니 의아했다. ‘그만큼 달리기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인가?’  

 

 # “차야? 카트야?” 구불구불 산길을 씽씽~
UX 300e는 전장 4495mm에 불과한 콤팩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다. 첫 느낌은 작고 아담하다. 하지만 전기차답게 순간 가속력이 뛰어난데, 이런 종류의 차량은 대부분 운전이 즐겁다.

제주 도심을 빠져나와 한라산 중턱의 오르막 차로에 접어들며 속도를 높였다. 예상대로 강력한 가속감과 핸들링이 일품이다. 중간중간 급격한 커브를 만나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렸다. 하지만 단단한 하체에서 오는 안정감과 흐트러짐 없는 핸들링이 운전자를 안심시켰다. 급한 커브도 원하는 만큼 빠르게 돌고 안전하게 빠져나갔다. ‘뭐! 이 정도쯤은 아무 문제 없다’라는 듯 운전자의 요구를 다 받아주니 운전이 점점 즐거워졌다. 마치 고성능 카트가 작은 레이싱카를 타는 기분이다.

 

 

 

# 잘 달리는 UX에 숨은 비밀
사실 UX의 이런 달리기 실력에는 몇 가지 비밀이 숨어있다. 

먼저 액티브 코너링 어시스트(ACA) 기능이다. 덕분에 구불구불한 와인딩 도로나 일상의 코너를 만나도 다이내믹하고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급격한 코너에서 속도를 높이면 발생하기 쉬운 언더스티어를 잡아준다. 

둘째는 고출력, 고효율의 트랜스 액슬로 안정감과 빠른 가속 응답성을 보여준다. 또한 가속 직후부터 최고 토크를 발휘하는 EV의 특성상 급가속으로 인해 차체 및 주행 자세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토크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도록 제어한다. 이를 통해 가속 반응을 유지하면서 구동력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다. 

 


셋째는 EV 주행에 맞게 튜닝된 서스펜션이다. 프런트 서스펜션의 기어박스에 브레이스를 추가해 조향 응답성을 높였고, 전륜의 쇼크업소버는 마찰 특성을 최적화하고 진동을 최소화해 승차감을 개선했다.

이외에 UX에 적용된 GA-C 플랫폼은 주행, 회전, 정지와 같은 차량의 기본 성능에 충실하게 제작됐다. 차체 강성을 높이고 경량화와 무게중심을 낮춤으로써 주행 안정성 확보한 것이다. 차량 중앙 하부에 배치된 배터리는 핸들링을 돕지만, 소음 차단 역할도 한다. 

 


# 짧은 주행거리는 아쉬워
UX 300e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6kg.m을 발휘한다. 전기차지만 주행모드(스포트, 노말, 에코)에 따라 사운드를 달리하는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ASC)을 적용했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커지는 가상 배기음은 운전에 지루함을 덜고 즐거움을 더한다. 

이런 재미있는 UX 300e에도 옥에 티가 있다. 바로 기능과 짧은 주행거리다. 5490만 원짜리 럭셔리 전기 세단에 내비게이션이 없다. 대신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적용했다고는 하지만, 수백억을 들여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별도로 개발한 경쟁 수입차 브랜드와 비교하면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또 하나는 짧은 주행거리다. UX 300e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33㎞에 불과하다. 54.35kWh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해 급속충전 시 75%까지 50분, 완충까지는 80분이 걸린다. 짧은 거리의 출퇴근에는 부담이 없겠지만, 여행이라도 떠나려면 조금 부족한 거리다. UX가 퍼스트카보다는 세컨드카로 적합한 이유다.

 

더드라이브 /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norcal-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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