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그랜저(IG)’는 현대자동차를 내수 부진의 늪에서 건져낼 수 있을까.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한 첫날 1만 5973대, 3주 만에 2만 7000대를 돌파하며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형 그랜저를 타고 25일 서울과 경기도 일대 150여 km를 달렸다.
시승차는 그랜저에서 가장 비싼 가솔린 3.0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모델로 기본 사양 3870만 원 짜리다. 여기에 현대 스마트 센스 패키지(160만 원), 프리미어 인테리어 셀렉션(150만 원), JBL 사운드 패키지 (115만 원), 헤드업 디스플레이(100만 원), 파노라마 썬루프(110만원) 등 옵션을 더했으니, 실제 가격은 4505만 원이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의 개발 콘셉트를 크게 젊은 디자인과 역동적인 주행성능, 첨단 안전사양 등에 맞췄다. 특히 디자인을 내세웠는데, 지난 22일 열린 그랜저 출시 행사에는 현대차그룹 디자인 총괄 피터 슈라이어 사장 등 디자인 관련 임원들이 총출동해 디자인 홍보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만큼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고, 역설적으로 파워트레인 등 다른 부분에서 내세울 만한 것이 부족하다는 얘기로도 들렸다.
특히 신형 그랜저의 엔진을 바꾸지 못한 것은 극복하기 힘든 약점이다. 가솔린 2.4 모델은 결함을 의심받고 있는 세타2 엔진을 그대로 얹어, 5년간 개발한 새로운 그랜저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런 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번 시승은 엔진을 바꾸지 않은 채 디자인과 차체 구조의 변화만으로 얼마나 주행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에 고강도 철판을 추가하고 차체 구조를 개선해 강도를 34% 이상 끌어올렸다. 또한 차체 구조의 결합력을 강화해 비틀림 강성을 23.2%까지 높였다고 밝혔다. 이런 강한 차체 덕분에 안전성과 주행성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시승차는 람다Ⅱ 3.0리터 GDi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최고출력 266마력, 최대토크 31.4kg.m을 발휘한다. 이전 모델에 비해 출력은 4마력, 토크는 0.2kg.m 줄었다. 반면 공차 중량은 18인치 타이어 기준 1630kg으로 이전보다 40kg 늘었다. 차체는 그랜저 HG와 비교할 때 길이 1cm, 폭 0.5cm 정도 길어졌을 뿐 변화가 없다. 실내 크기를 결정하는 휠베이스도 2845mm로 기존과 똑같다.
시승은 서울 광진구를 출발해 강원도 홍천을 왕복하는 150여 km의 고속도로와 지방도에서 진행됐다. 복잡한 서울 도심을 벗어나 반듯하게 뻗은 고속화도로에 올랐다. 주행모드를 에코에서 스포츠로 바꾼 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순간 차체가 엔진의 굉음으로 반응하면서 앞으로 튀어나갔다. 준대형 세단치고 차급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응답성이다. 약간 헐렁한 느낌의 이전 모델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순간 반응을 보였다.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가속페달을 밟아도 빠른 응답성은 비슷했다.
어느 정도 차에 익숙해진 뒤 속도를 조금 더 올려봤다. 분명히 수치상으론 출력과 토크가 줄었지만 고속 안정성은 확실히 개선됐다. 차체의 강성을 높이고 서스펜션의 설계 및 부품을 개선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를 적용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도로 들어섰다. 중간에 어지간히 굽은 도로를 만나도 일부러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밀어붙였다. 하지만 차는 급한 와인딩 코스에서도 큰 흐트러짐 없이 운전자가 원하는 데로 움직였다. 어지간한 속도와 핸들링에도 쉽게 자세가 무너지지 않아 탑승자를 안심시켰다. 준대형 패밀리 세단이라는 한계를 생각할 때 이 정도라면 주행성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연비는 19인치 휠을 장착했을 경우 복합연비 기준 9.9km/ℓ이고, 시승이 끝난 뒤 계기판의 실제 연비는 12.1km/ℓ를 기록했다.
신형 그랜저는 앞 유리와 앞문 유리에 이중 접합 유리를 적용하고 차체에 흡차음재를 확대 적용했다. 또한 도어 하단부에 3중 실링을 적용해 소음과 진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에 지능형 안전기술인 ‘현대 스마트 센스’를 최초로 적용했다.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주행 조향 보조 시스템(LKAS), 후측방 충돌회피 지원 시스템(ABSD), 부주의 운전 경보 시스템(DAA),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 등을 조합한 기술이다. 현대차는 앞으로 출시하는 모델들이 순차적으로 현대 스마트 센스를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그렇다면 현대차가 강조하는 디자인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선 외관은 확 바뀌었다. 신형 제네시스와 i30에 적용한 대형 캐스캐이딩 그릴을 사용하고 독창적인 헤드램프와 캐릭터 라인, 감각적인 LED 리어램프 등으로 곳곳을 새롭게 꾸몄다. 전체적으로 직선보다는 곡선을 많이 사용해 볼륨과 입체감을 강조했고, 크롬 가니시와 LED 램프로 젊고 세련된 이미지를 완성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각종 버튼을 깔끔하고 단순하게 정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크래시패드 상단부를 낮춰 개방감을 높였고, 디스플레이창을 센터패시아 상단에 별도로 둬 조작감과 시인성을 향상시켰다.
가격은 가솔린 2.4 모델은 3055만~3375만 원, 3.0 모델은 3550만~3870만 원, 디젤 2.2 모델은 3355만~3675만 원, LPi 3.0 모델은 2620만~3295만 원이다.
[조창현 changhyen.cho@thedrive.norcal-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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