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1리터에 17km를 달리는 중형 세단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만하지 않을까? 그것도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유차라면.
슬금슬금 기름값이 오르면서 경제적이고 연비 높은 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름값은 어느새 휘발유 1515원, 경유 1306원(10일 기준)이나 한다.
이런 때 좋은 연비로 눈길을 끄는 자동차 중 하나가 르노삼성자동차 SM6 dCi다. SM6는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가 뽑은 ‘2017 올해의 차’에서 대상과 디자인상을 휩쓸며 유일하게 2관왕에 오른 모델이다. 그만큼 상품성과 디자인에서 이미 최고의 차로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매번 같은 패턴의 천편일률적인 시승기보다는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시승을 생각해봤다. 고민 끝에 언론계 후배에게 SOS를 보냈다. 바로 하경민 앵커다. 마침 운 좋게도 시간이 있단다.
시원하고 솔직한 성격에 자동차를 좋아하는 하 앵커라면 누구보다 정확하게 평가하지 않을까. 그녀는 2001년 미스코리아 서울 미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부산 PSB(현 KNN, SBS부산)에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이후 자리를 옮겨 MBN, EBS, 한국경제TV에서 앵커로 맹활약했다.
하 앵커는 과거 10년가량 SM7을 소유했다가 2년 전에 미니 로드스터S로 갈아탔다. 앞으로 1년 정도 더 타다가 조금 더 편한 차로 바꿀 생각이란다.
“SM7을 고장 없이 편하게 잘 탔는데 10년 정도 되니까 다른 차가 생각나더라구요. 그래서 미니 로드스터S로 바꿨어요.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미니 같은 차를 타봐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요즘엔 조금 더 큰 차로 자꾸 시선이 가고 있어요.”
서울 성동구에서 출발해 내부순환도로-청평댐-가평읍-연인산-명지산-포천 산정호수를 왕복하는 약 300km 구간을 시승코스로 잡았다. 자동차전용도로와 국도, 구불구불한 와인딩 코스가 적절히 섞여 있고, 무엇보다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산악도로가 있어서 좋았다.
SM6를 처음 운전한다는 하 앵커는 자동차 마니아답게 외관부터 꼼꼼히 살폈다.
“평소에 도로를 달리는 SM6를 보면서 ‘C’형 헤드램프와 일자로 거의 붙다시피 한 후방 램프가 인상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딘지 모르게 세련되고 안정감을 준다고 할까요? 실제로 가까이서 보니 크기도 적당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입니다. 차분하지만 개성 있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요.”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경유차 답지 않게 조용했다. 르노삼성은 이 차를 출시할 때 차음 윈드 실드 글라스를 적용하고, 곳곳에 SM6 가솔린 모델보다 흡·차음재를 더 많이 넣었다고 했다. 실제로 시승 내내 진동과 소음이 꽤 잘 잡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앵커도 “이 차 경유차 맞죠? 정말 조용하네요.”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SM6 dCi는 1.5리터(배기량 1461cc) 4기통 직분사 터보 디젤 엔진에 6단 DCT를 맞물렸다.
“이렇게 작은 엔진이 중형차 덩치를 감당해 낼 수 있을까요? 적어도 2000cc는 돼야 하는 거 아녀요?” 하 앵커의 주장이다.
이 차는 고효율을 지향하는 디젤 엔진답게 1750rpm부터 25.5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최고출력은 110마력이다. 수치상으로 볼 때는 아쉽지만,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그런 생각은 바로 사라진다.
복잡한 서울 도심을 벗어나며 서서히 속도를 올렸다. 엔진 크기를 걱정한 것이 무색할 만큼 경쾌하게 내달렸다. 사실 르노스포츠의 F1 기술이 녹아 있는 이 엔진은 벤츠와 닛산에서도 가져다 쓸 정도로 이미 실력을 검증받았다. 그렇다고 1.5리터 엔진의 한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초고속 영역의 주행이나 추월을 위한 급가속에서는 이런 점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잘 모르겠는데, 급한 추월이나 초고속 영역에서의 가속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네요. 중형 패밀리 세단에 효율을 최우선 한 차의 성격을 감안할 때 이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지만요.”(하 앵커)
SM6 dCi의 가장 큰 장점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연비다. 공인연비 17km/ℓ(복합연비)는 경차 모닝이나 스파크(14~15km/ℓ)를 훌쩍 넘어선다. 쏘나타 하이브리드(17.7km/ℓ), 캠리 하이브리드(16.7km/ℓ), 렉서스 ES 하이브리드(16.4km/ℓ) 등 비슷한 체급의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오토 스톱&스타트 기능에 저·중속의 실용 영역에서 최대한 힘을 발휘해 도심 실 연비에서 강하다. 공차중량도 1460kg으로 경쟁차인 쏘나타 1.7디젤에 비해 70kg이나 가벼워 연비에 도움을 준다.
실제로 이날 약 300km를 달린 뒤 확인한 계기반 연비는 17.7km/ℓ를 기록했다. 급한 가감속과 중간에 사진촬영을 위해 가다 서다를 반복한 것을 생각하면 기대 이상의 수치다. 반듯한 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할 때는 순간 연비가 20km/ℓ를 넘기는 경우도 많았다.
“연비가 정말 압권이네요. 지금 타는 미니가 대략 10km/ℓ인데, 중형차가 이 정도라면 기름값 걱정 없이 마음대로 달릴 수 있겠어요.”(하 앵커)
컴포트, 에코, 뉴트럴, 퍼스널, 스포츠 등 5개의 주행모드를 갖춘 것도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각 모드에 따라 파워트레인과 스티어링은 물론 쇼크업소버의 감쇠력을 바꿔줘 주행의 차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전자식 밸브로 감쇠력을 조절하는 액티브 댐핑 컨트롤은 국산 중형차에서 유일하다. 퍼스널 모드에서는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스티어링 무게, 엔진과 파워트레인 반응, 서스펜션 등을 구성할 수 있다.
하 앵커는 구불구불한 산길로 접어 들어서도 좀처럼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평소에 드라이브를 즐긴다는 그의 운전 실력은 대충 봐도 평균 이상이다. 능숙하게 스티어링 휠을 돌리며 와인딩을 즐기던 그는 주행 중 느낀 몇 가지 말했다.
“핸들링이나 서스펜션은 부드럽기보다는 단단한 편이네요. 살짝 튀는 느낌이 들 정도인데, 저는 출렁거리는 부드러움보다는 이런 단단함이 좋아요. 한 손에 꽉 들어오는 핸들의 그립감도 마음에 들어요.”
차는 어느덧 목적지인 포천 산정호수에 도착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호숫가에 차를 세웠다. 운전석에서 내려 실내를 꼼꼼히 살펴보던 하 앵커가 입을 열었다.
“시트 퀼팅이나 실내 스티치, 대시보드의 카본 등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곳곳에 보이네요. 운전석 마시지 기능과 센터 콘솔의 냉장 기능,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특히 마음에 들어요.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기능입니다. 뒷좌석은 앉아보니 약간 높고 쿠션이 단단한 느낌이네요. 머리나 무릎 공간은 조금 더 넓었으면 좋겠어요.”
이 밖에 여러 가지 옵션에 대해서도 후하게 평가했다.
“차선을 벗어날 때마다 경고해주는 차선이탈경보시스템이 운전에 도움이 됐어요. 운전자의 에코드라이빙 점수를 알려주는 기능도 재미있고(그는 100점 만점에 77점을 받았다), 디스플레이창이 크고 스마트폰처럼 세로로 돼 있어 조작하기 편했어요. 보스 오디오도 귀에 거슬리지 않고 듣기 좋았어요.”
그렇다면 하 앵커가 생각하는 이 차의 단점은 무엇일까.
“차의 성격을 봤을 때 이해는 되지만 작은 엔진의 한계는 분명히 있는 거 같아요.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차는 아니네요. 뒷좌석 공간도 조금 더 넓었으면 좋겠어요.”
조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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