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하이브리드 ES300h가 독일차 일색인 국내 수입차 중형 세단 시장에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 판매 6936대로 벤츠 E300 4매틱에 이어 수입차 판매량 전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5월엔 하이브리드차 사상 최초로 수입차 월간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2년 국내 출시된 ES300h는 ‘강남소나타’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인기가 높은 모델이다. 특히 ‘디젤게이트’ 이후 디젤차에 대한 수요가 시들해지고 하이브리드차가 주목받으며 다시 한 번 빛나고 있다. 지난해 6112대를 팔아 전체 수입차 하이브리드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했고, 렉서스 국내 판매 전체의 약 70%를 담당했다.
소비자들은 디젤차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수준의 연비(복합연비 기준 14.9km/ℓ)를 보이면서도 친환경적이고, 조용한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독일 세단에서 ES300h로 차를 바꾼 지 2년 된 김민석(46·회사원) 씨는 “디젤차에서 고민 끝에 하이브리드차로 넘어왔는데 너무 만족스럽게 타고 있다”면서 “연비와 정숙성, 내구성, 친환경성 등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외관과 세련된 실내
그렇다면 ES300h는 어떤 차인지 2015년 부분변경을 거친 신차를 타고 서울 마포와 경기도 연천까지 왕복 220여km를 직접 달려봤다.
ES300h의 외관은 아무리 봐도 과감하고 화려하다. 렉서스의 상징인 스핀들 그릴은 더욱 넓어졌고 그릴 안쪽으로는 날카롭게, 바깥쪽과는 부드럽게 연결됐다. LED 안개등은 아래로 늘어나고 독립적인 화살촉 모양의 주간주행등, LED를 적용한 헤드램프가 어우러져 어디서나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여기에 렉서스 특유의 곡선미를 살린 사이드라인과 새로운 알로이 휠, L자형 리어램프로 디자인을 완성했다. 볼수록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이다.
내부는 차세대 렉서스 스티어링 휠과 숙성된 원목으로 고유의 무늬를 낸 시마모쿠 우드트림, 고급 마감재를 사용한 도어스위치 패널, 슈트타입 기어 시프트 레버, 터치 방식 오버헤드 콘솔 등을 적용했다.
#깃털처럼 가벼운 움직임 압권
운전석에 올라 시동 버튼을 눌렀다. ‘윙~’ 소리와 함께 엔진이 켜졌지만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은 미미하다.
이날 시승은 연천으로 갈 때는 평상시 운전 패턴으로 어느 정도 연비가 나오는지 경험해 보고, 서울로 돌아올 때는 마음껏 가속페달을 밟으며 주행성능을 알아보기로 했다. 시승구간은 자동차전용도로와 국도가 적절히 섞여 있고, 차량 통행도 많지 않아 테스트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복잡한 서울 도심을 빠져나와 강변북로에 올랐다. 교통흐름에 맞춰 시속 60~90km 내외를 꾸준히 유지하며 달리는데 차가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인다. 일부 운전자들은 렉서스가 너무 밋밋하고 편안해 달리는 재미가 없다고들 하지만, 이런 나긋한 주행감은 한 번 맛들이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든 중독성이 있다. 그래도 간혹 달리고 싶을 때면 비장의 무기인 ‘스포츠모드’를 눌러 역동적인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앳킨슨 사이클 형식의 2.5리터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해 총 시스템 출력 203마력, 최대토크 21.6kg.m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e-CVT(전자제어 무단변속기)를 사용했다. 이 정도 출력과 토크는 운전자에 따라 조금 부족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스포츠 주행보다는 편안함과 정숙성에 초점을 맞춘 자동차라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되는 수치다.
#단단한 하체, 출렁거림 사라져
자유로를 빠져나와 문산-연천간 37번 국도에 접어들었다. 왕복 4차선 구간이 많은 데다, 통행차량도 적어 편하게 시승하기에 좋다. 교통의 흐름에 따라 주변 경치도 구경하며 주말 드라이브 정도의 느낌으로 달렸다.
어느덧 오늘의 목적지인 연천읍 고문리 ‘재인폭포(才人)’에 도착했다. 한탄강 상류에 있는 높이 18.5m의 재인폭포는 한 재인의 죽음과 정절을 지킨 그의 아내에 대한 전설로 널리 알려진 관광지다.
연천에 도착했을 때 계기반 연비는 공인연비보다 좋은 16.8km/ℓ를 기록했다. 급한 가감속 없이 평상시 주말 나들이하듯이 평범한 패턴으로 운전한 결과다. 만약에 ‘연비 운전’에 치중했다면 20km/ℓ는 너끈히 기록하지 않았을까.
#퍼포먼스 아닌 편안함 추구하는 세단
잠시 휴식을 취하고 사진촬영을 끝낸 뒤 오던 길을 되짚어 서울로 향했다. 심하게 구불구불한 와인딩 구간은 없었지만, 어지간한 커브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내달렸다.
이전 ES시리즈는 하체가 물러 너무 출렁거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렉서스는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새로운 차에는 차체의 구조용 접착제 적용 범위를 확대해 강성을 높이고, 쇼크 업 쇼버를 최적화해 핸들링을 개선하는 작업을 했다. 덕분에 와인딩이나 요철을 지날 때 특유의 출렁거림이 사라지고, 커브를 빠르게 돌아나가도 단단한 하체가 쏠림 없이 차체를 잡아줬다.
반듯한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스포츠모드로 바꾸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배기음이 커지면서 차가 미끄러지듯 내달린다. 튀어나갈 정도의 즉각 반응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속도가 올라갔다. 초고속 영역에서의 엔진음은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모든 속도 영역에서 직진 주행성이 뛰어났고, 고속에서의 거동성도 안정적이다.
하지만 ES300h은 성격으로 봤을 때 화려한 퍼포먼스나 스포츠 주행을 위한 세단은 아니다. 무리하게 몰아붙이기보다는 가족을 태우고 편안하게 주행하는 자동차라고 봐야 한다.
출발지인 서울 마포에 도착해 확인한 계기반 연비는 14.6km/ℓ를 가리켰다. 거친 가감속을 감안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수치다. 가격은 5270만~6470만원으로 동급의 독일 세단과 비교할 때 경쟁력을 갖췄다.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norcal-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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