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4000만원대 7인승 SUV ‘뉴 푸조 5008’

조창현 기자 / 기사작성 : 2018-07-16 18: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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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자동차 푸조를 시승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푸조만의 톡톡 튀는 개성과 아름다움 때문이다. 평범한 것을 거부하는 푸조는 조그만 버튼 하나도 다르게 만든다. 차 안의 향기까지 고민해 공조장치에 향수를 넣는 브랜드이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국내에 출시된 ‘뉴 푸조 5008 SUV’ 역시 톡톡 튀는 개성으로 무장한 자동차 중 하나다. 7인승 수입 SUV 가운데 유일한 4000만 원대 가격에 개성과 실용성, 세련미, 공간 활용성 등을 두루 갖춰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만능 엔터테이너 5008은 푸조의 플래그십 모델이자 2008과 3008로 이어지는 푸조 SUV 라인업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기도 하다. 평상시 일상에서 출퇴근이나 가족을 태우고 편하게 달리다가도 널찍한 화물 공간에 짐을 잔뜩 싣고 멀리 여행을 떠나기에 부족함이 없다.
#1.6 블루 HDi 엔진에 EAT6 6단 자동변속기
이번 시승에서 가장 주의 깊게 본 것은 주행 성능이다. 전장 4640mm, 휠베이스 2840mm, 공차중량 1640kg의 7인승 SUV를 배기량 1560cc 엔진이 제대로 끌어줄 수 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5008은 PSA 그룹이 자랑하는 블루 HDi 1.6 디젤 엔진에 EAT6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kg.m을 발휘해 수치상으론 출력과 토크가 크다고 말하기 힘들다.

실제로 도심과 고속도로, 국도 등 200여 km를 달린 이번 시승에서 폭발적인 주행성능을 갖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저속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하도록 세팅돼 신호 대기 후 출발이나, 추월을 위한 가속에서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퀵 시프트(Quick Shift) 기술을 반영한 기어 변속이다. 변속 시점이 반 박자 빨라 급한 가속에도 좀처럼 엔진 소리가 커지지 않았고, 연료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줬다. 만약 운전을 재미있게 하고 싶은데 기어 변속이 너무 빠르다고 생각되면 매뉴얼 모드로 전환해 패들 시프트로 기어를 바꾸면 된다.
#부드러움과 효율성, 그리고 연비
5008의 기본 목표는 역동성보다는 부드러움과 효율이다. 도심 저속 운행은 물론이고 100~110km/h의 고속 주행에서도 엔진은 회전수 1600~1700rpm 부근에서 부드럽고 안정적인 스트로크를 보여줬다.

공인연비는 12.7km/ℓ(도심 12.3km/ℓ, 고속도로 13.1km/ℓ)로 수준급이다. 이번 시승에서 공인연비 이상의 효율을 보여줬다. 도심에서 약 50km를 달리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사진촬영을 위해 일정 시간 공회전을 했음에도 11.7km/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150km가량 달린 뒤의 연비는 14.2km/ℓ였다.
#골목길과 주차가 재미있어
5008의 전체적인 주행감각은 SUV보다는 세단의 느낌이 들 정도로 부드럽고 차분했다. 긴 휠베이스는 주행에 안정감을 더하고 어지간한 과속방지턱 충격을 그대로 흡수했다.

푸조는 부드러운 핸들링에 코너링이 예민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5008도 마찬가지다. 두툼한 가죽으로 감싼 ‘D’컷 스티어링 휠은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게 만들어 도심 운행에 편했다. 특히 골목길 주행이나 주차에서 진가를 발휘했는데, 과연 이 차가 SUV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루기 편하고 좁은 길도 쏙쏙 빠져나갔다. 이런 스티어링 휠은 여성 등 손이 작은 운전자에게도 부담이 없다.

하체의 움직임은 가족들이 함께 타는 패밀리 SUV답게 부드러운 편이다. 비포장이나 요철이 많은 도로에서도 덜덜거림 없이 잘 달린다. 그렇다고 너무 말랑말랑하거나 출렁일 정도는 아니어서 와인딩 코스나 거친 길을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제 실력을 발휘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시간이 없어서 오프로드를 달려보지 못한 것이다. 5008은 오프로드 능력을 위해 어드밴스드 그립 컨트롤을 탑재했다. 센터 콘솔의 다이얼을 돌리면 도로 조건에 맞춰 평지, 눈, 진흙, 모래, ESP 오프 등 5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GT 라인에는 가속 응답성을 향상시켜주는 드라이버 스포츠 모드를 추가했다.

5008은 PSA 그룹의 확장된 EMP2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주행 안정성이 크게 향상됐다. 덕분에 운전이 편해졌고 초고속 영역에서도 SUV 특유의 불안감이 없어졌다.
#다양한 안전 및 편의사양
5008은 유럽의 신차 안전성 평가인 유로 NCAP 충돌테스트에서 최고 완전 등급을 받았다. 6개의 에어백과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전 트림에 기본 탑재했다.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크루즈 컨트롤, 속도제한시스템, 운전자 주의 알람 시스템, 스마트빔 어시스트, 액티브 블라인드 스팟 디텍션 시스템 등을 갖췄다.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은 윈드 스크린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차선을 이탈할 경우 경고하고 필요시엔 스티어링 휠의 조향에 개입해 차선 유지를 돕는다. 편의사양도 풍부해 전후방 파킹센서, 180도 후방카메라, 2열 윈도 블라인드, 듀얼 에어컨디셔닝, 블루투스 오디오 스트리밍, 핸즈프리 테일게이트 등이 있다.

내부 소음은 디젤차라고 말해주기 전까지는 모를 정도로 조용한 편이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진동도 비교적 잘 억제됐다. 엔진 덮개와 보닛 안쪽, 엔진격벽까지 곳곳에 방음재를 촘촘하게 넣어 소음을 잡았다. 다만 고속으로 달릴 때 높은 차체에서 오는 주행풍은 어쩔 수 없는 SUV의 한계로 보인다.

5008은 전륜구동이다. 유럽의 도심형 SUV들은 사륜이 아닌 전륜구동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기후 변화가 크지 않고 험로도 많지 않은데 굳이 무겁고 비싼 사륜구동을 적용해 효율성에서 손해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개성 있는 외부 디자인
전면 디자인은 사자 발톱 모양의 풀 LED 헤드램프와 날카로운 프런트 스포츠 범퍼, 격자무늬의 크롬 그릴이 특징이다. 안개등과 주간주행등을 LED로 만들었고, 시간차를 두고 점멸하는 LED 시퀜셜 방향지시등을 갖췄다.

측면은 직선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곧게 뻗은 캐릭터 라인과 펜더의 볼륨감이 조화를 이뤄 강렬한 인상을 완성했다. 도어 하단부에 스테인리스 스틸을 덧대고, 18인치 다이아몬드 커팅 알로이 휠을 적용했다.

후면은 사자가 발톱으로 할퀸 형상의 푸조 시그니처 리어 램프에 블랙&레드 컬러의 LED 면발광 조합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독창적인 인테리어와 공간 활용성
인테리어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이다. 상단부와 하단부가 잘린 형태의 ‘Z’컷 스티어링 휠은 푸조 고유의 핸들링과 코너링이 가능하게 해준다. 12.3인치 헤드업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고해상도 풀 컬러 그래픽을 제공한다.

대시보드 중앙의 8인치 터치스크린은 차량의 주요 정보를 보여준다. 바로 아래 버튼들은 항공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얻었다. 전화, 라디오, 실내 온도조절 등 주요 기능을 버트 하나로 제어할 수 있다.

차체는 3008 대비 휠베이스를 165mm 늘리고, 전장도 190mm 길어져 넓은 승차 공간을 확보했다.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를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1:1:1로 접힌다. 화물 공간은 기본 237리터에 3열 시트를 접을 경우 최대 2150리터로 확장된다. 조수석 시트를 접으면 최대 3.2m 길이의 짐을 실을 수 있다.

가격은 알뤼르(Alllure) 4290만원, GT라인 4650만원이다.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norcal-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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