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들의 전기차 구매는 환경적으로는 좋은 소식이지만, 보행자에겐 그다지 좋은 소식이 아닐 수도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기차는 일반 휘발유 차량보다 보행자 사고를 더 많이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학의 연구 결과 전기 및 하이브리드 차량은 내연기관차보다 주행 거리 당 보행자와 충돌하는 횟수가 두 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 대부분의 보행자 충돌은 저속에서 발생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전기차 운전자들이 운전을 잘못해서가 아니다. 이 차량들이 ‘너무 조용하다는 점’이 문제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의 역학 및 통계학 교수인 필 에드워즈(Phil Edwards)는 “전기차는 휘발유나 디젤차보다 소리가 덜 나서 보행자에게 위험하다”라고 경고했다.
이 문제는 영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 교통부 또한 전기 및 하이브리드 차량이 휘발유 차량보다 보행자에게 20% 더 높은 위험을 초래한다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전기차에 대한 최소 소음 요구 사항을 제안했다.
이런 위험은 고속 주행보다는 저속에서 더 높아진다. 특히 회전할 때, 후진할 때, 혹은 신호등이나 정지 표지판에서 출발할 때 보행자와의 충돌 가능성이 더 크다.
# 미국, 전기차 소음 규정 추가할 필요
사고의 잠재적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전기차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저속에서 모든 전기차가 일정 소음을 내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정확히 어떤 소리를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유연성이 있다.
고속에서는 바람 소리와 타이어 소음이 충분한 경고가 되지만, 저속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차량이 움직일 때면 어떤 소리든 낼 필요가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 과정에서 보행자들은 조용한 전기차에 더 주의해야 하며, 운전자들은 출발하거나 후진하기 전에 도로에 아무도 없음을 더욱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여전히 규정돼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드라이브 / 박근하 기자 auto@thedrive.norcal-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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