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과 SUV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보행자 사망자 수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통계가 미국에서 나왔으며, 이는 향후 차량의 디자인도 바꿀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자동차 사고로 인해 사망한 보행자의 수는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최근 10년 사이 보행자 사망 교통사고는 무려 5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급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트럭과 SUV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차량들은 후드 라인이 높아 치명적인 보행자에게 부상을 입힐 가능성이 더 크다.
이에 따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역사상 처음으로 보행자 충돌 안전 기준을 제안해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려고 하고 있다.
이 제안은 자동차안전기준(FMVSS)을 수정하는 것이며, 충돌 시 보행자의 머리가 후드에 닿는 상황을 테스트하는 절차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4,500kg 이하의 총중량(GVWR)을 가진 승용차에 적용되며, 보행자와 치명적인 충돌이 발생하는 대부분 차량을 포함한다.
NHTSA는 이 조치로 매년 67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NHTSA는 특히 픽업트럭과 대형 SUV를 주요 위험 요소로 지목했다. 이러한 차량은 2020년 미국 신규 자동차 판매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대형차들은 더 무겁고, 정지거리가 길며, 시야가 제한적이다. 게다가 높은 후드 라인은 충돌 시 뇌와 심장 같은 중요한 장기에 더 큰 충격을 주기 때문에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차량 내 기술과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주의 산만, 그리고 위험한 도로 설계 등 외부 요인도 보행자 사망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제안은 2029년 9월까지 모든 신차에 보행자 감지 자동비상제동시스템(AEB)을 장착하도록 한 지난 4월의 의무화 조치를 기반으로 한다.
NHTSA는 이번 규제안에 대해 60일간 공공 의견을 수렴한 후, 이를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새로운 규제는 자동차 제조사가 이에 맞는 제품을 설계할 시간을 주기 위해 수년간 유예될 가능성이 크다.
최종 규정이 어떻게 되든 향후 자동차 디자인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현재 거대한 픽업트럭의 1.5m 높이 후드 디자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더드라이브 / 박근하 기자 auto@thedrive.norcal-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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