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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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의료계에서 보건복지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계획을 두고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지난 7월 11일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추진방향’을 발표한 이후 21차례에 걸친 의견수렴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고 및 중앙재난대책본부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입장문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의협은 “정부가 발표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계획에는 가장 중요한 ‘중환자 개념’도 없고, 사업 추진 시 예상되는 의료현장의 문제점에 대한 대응책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발표된 것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현실감’을 계속 강조했다. 이들은 “물론 의료기관 역할 재정립 차원에서 그럴듯해 보일 수 있으나 단기간에 시범사업 실행을 설계한 탓인지 실제 의료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현실감이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이 같은 주장의 배경으로 ‘의료공백’을 지목했다. 이들은 “정부가 촉발한 의료대란 사태로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내년 전문의 배출에 대한 해결책도 없이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진료지원(PA)간호사 중심의 병원을 만든다는 것은 근본적인 기능을 망각한 채 만들어낸 졸속 시범사업이라는 것을 정부 스스로 방증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든다면서 정작 전문의가 되기 위해 병원에서 수련하고 있는 전공의들의 자리를 간호사로 대체해 간호사가 전공의보다 더 숙련된 전문인력인 것처럼 포장하는 행태는 대학병원 존재 이유와 국민의 건강·생명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기준에도 의문을 표했다. 의협은 “정부는 ‘중환자’에 대한 개념을 ‘상급종합병원 적합질환자’로 정의하려고 했으나 단편적이고 모호한 예시만 제시할 뿐 명확한 개념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계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중증환자 분류체계’를 정부가 지금이라도 개선하고자 의지를 보이는 것은 일견 바람직해 보일 수 있으나, 광범위한 전문과목에서 고도의 의학적 전문성을 동원해야 가능한 일을 정부가 급조하는 ‘(가칭) 중증 분류체계 혁신 TF’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통해 전공의에 대한 과중한 근로의존도를 낮추면서 밀도 있는 수련을 제공하고 중증 중심으로 진료하는 지속가능한 진료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연간 3조3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중증질환 중심으로 전환해 중증진료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고 일반병상은 최대 15% 줄이는 한편, 중환자실이나 4인실 이하 병실의 입원료 수가(의료행위 대가)는 50% 높여 중증 환자 치료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취지다.

의협은 해당 시범사업을 ‘졸속 정책’으로 칭하며 정부를 향해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의료대란을 해결하고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모든 전문 과목에 공평한 진료의 기회가 주어졌던 수련환경을 파괴하고 일부 진료과목 몰락을 부추기는, 의료상식이 부족한 졸속 정책 시행을 감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든 정책을 철회한 후 의료계와 대화를 통해 환자들이 진정 믿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마련해나가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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