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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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글로벌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사업 구조개편을 비롯해 조직 슬림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그룹은 리밸런싱을 본격화한 가운데 SK온이 캐즘 여파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에 돌입하는 등 대책 마련을 본격화하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SK그룹 및 두산그룹 등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불황에 대비하고 있지만 장기화 기조가 이어지며 기업들 안팎에서 술렁이고 있다.

특히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진행 중이고 이미 일부 자회사들의 인수 합병 작업도 벌이고 있지만 이 같은 리밸런싱 작업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조직 슬림화 및 사업 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중 SK그룹의 경우 계열사간 합병을 추진할 정도로 배터리 사업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충분치 못하다고 판단, 출범 이후 사상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SK온은 지난 26일 전 구성원에게 희망퇴직과 자기개발 무급휴직 내용을 담은 ‘뉴챕터 지원 프로그램’을 공지했다.

◇절박한 SK온 희망퇴직 꺼내들어···구성원 새 선택 명분

이에 따르면 희망퇴직 신청 대상자는 지난해 11월 이전 입사자로 연봉의 50%와 단기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동시에 구성원의 자기개발을 위한 무급휴직도 실시한다.

SK온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위 과정(학·석·박사)에 진학할 경우 2년간 학비의 50%를 지원한다. 직무와 관계가 있는 학위를 취득한 뒤 복직할 경우 나머지 50%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SK온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으로 사업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경영 효율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구성원에게 자기개발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선택을 원하는 구성원에게는 최선의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SK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계열사 별로 사업을 재편하고 조직 간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은 직원 1인당 최대 3억원을 내걸로 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3일 직원들에게 최대 3억원의 위로금을 내건 ‘넥스트 커리어’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해당 제도는 2019년에 처음 도입돼 희망자는 2년간 유급휴직을 할 수 있고 휴직 후 퇴직하면 기본 퇴직금에 위로금 5000만원을 추가로 받는 것이 기존 조건이었다. 하지만 직원 평균 연봉이 1억5200만원인 고임금구조라는 점에서 희망자가 많지 않자 이번에 파격적으로 최대 3억원의 위로금을 내걸게 됐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며 그룹차원에서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최근 사업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연봉자가 확대되는 등 인건비 부담 확대로 미래사업인 인공지능(AI) 사업 추진에도 힘을 내지 못하고 있어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룹의 주요 사업을 이끌고 있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도 지난 25일 구성원을 대상으로 HR(인사) 설명회를 열어 3년 근무 후 소속사 복귀, 경영 현황에 따른 성과급 조정 등의 지침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해당 협의회는 그간 각 계열사에서 파견형식으로 인력이 구성돼 있었다.

이에 앞서 SK그룹은 SKC의 이차전지용 동박사업 투자에 나서고 있는 SK넥실리스가 지난 5월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자회사인 SK키파운드리도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받았다.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11번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 및 내부 인력 전환배치를 통한 인력 효율화 작업을 진행했다.

업계에선 SK그룹의 과거 2014년~2015년 약 2년여간 진행한 인력 감축 규모에 비추어 볼 때 이번에는 1000여명의 인력이 구조정 과정에서 감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SK에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 삼성SDI의 경우는 비주력 사업 정리에 나서는 등 몸집을 줄이고 있다.

이들은 전자재료사업부의 편광필름 사업을 중국 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에 1조1210억원에 양도했다. 이는 핵심 고객인 삼성디스플레이가 2022년 LCD 사업에서 철수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LG그룹도 계열사별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한계 사업은 정리하고 희망퇴직 등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하반기에 접어든 지난 7월 조직 개편과 사업 개편에 나서며 사실상 불황 장기화 대비에 나섰다. 더욱이 캐즘의 여파로 불안정한 실적이 발목을 잡고 있어 선제적 조치가 필요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장기불황 석유화학 중심 칼바람···반짝 회복 물건너가

모회사인 LG화학 역시 글로벌 시황 악화로 장기 침체를 겪으면서 앞서 근속 5년 이상 첨단소재사업본부의 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근속 5~10년 기준 기본급 30개월치를, 10년 이상이면 60개월치를 위로금으로 책정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지난 6월 희망퇴직 신청 대상을 기존 만 30세 이상에서 만 28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지난 1월 희망퇴직을 실시해 10년 이상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퇴직 위로금과 학자금을 지원했다 롯데케미칼도 희망퇴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 등 석유화학업계를 중심으로 희망퇴직 찬바람도 거세게 불고 있다.

다만 4분기 전망 역시 체감경기에 먹구름이 끼면서 4분기에도 반짝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기업들로서는 고삐를 더욱 조여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먼저 한국은행이 지난 27일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8월보다 1.3포인트 하락한 91.2를 기록했다.

전산업 CBSI는 지난 6월 95.7에서 7월 95.1로 다섯 달 만에 하락 전환한 뒤 8월 92.5를 기록하는 등 석달 째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주요국 경기둔화 우려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가 비제조업의 체감경기가 모두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계 주요 그룹들은 일반 직원뿐만 아니라 임원진에 대한 대대적인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앞서 한화그룹은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에 선제적 대응을 위해 7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이번 사장단 인사로 차기 그룹을 이끌어갈 김동관 부회장은 지주회사와 주력 계열사들까지 총 5개의 자리를 겸임하게 됐다.

SK그룹도 리밸린싱에 속도를 내기 위해 올해도 대규모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을 관측되는 가운데 시기도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앞당긴 11월 중순에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박원철 SKC 시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이호정 SK네트웍스 사장 등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불황에 여러 대응책을 내놨지만 장기화에 접어들여서 인력 구조조정까지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전체적인 조직을 슬림화하는 노력과 함께 임원진에 대한 대대적인 칼바람이 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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