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전자, 그래픽=고선호 기자]
[사진=삼성전자,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다자간 경쟁체제에서 독보적 1강 체제로 재편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상황 속 상대적 부침에 직면한 삼성전자가 새 활로를 찾기 위한 ‘선택과 집중’에 나설 전망이다.

전영현 부회장 체제 DS부문의 신성장전략에 따라 HBM(고대역폭메모리), D램과 같은 미래 먹거리를 중심으로 더욱 힘을 싣는 한편, 고효율의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한 파운드리 부문의 경우 전략적 약화와 긴축을 통해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D램 시설투자액(건물투자 제외)은 95억 달러(한화 약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87억 달러 대비 9.2% 증가한 규모다. 2020년 이후 최대 투자 규모로, 2025년 들어서는 120억 달러로 몸집을 불릴 전망이다.

D램 부문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폭발적인 수요를 이끌고 있는 관련 시장의 호재로 촉발된 상호작용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내년 D램 시장 규모는 1620억 달러(약 21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파운드리 부문은 저성장에 직면한 상태다. 실제 삼성전자의 시스템LSI사업부는 매년 조 단위 적자를 기록 중이다. 저성장이 지속된 탓에 시스템LSI사업부의 영업적자 역시 지난해 2조원 수준을 한참 웃돌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그동안 고객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기 전 업황 침체로 인한 가동률 악화로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같은 고정비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으로 부임한 전 부회장이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쟁력 회복을 천명한 연유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태중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2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하반기에는 세트 업체들의 시장 불확실성이 점진적으로 해소돼 모바일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며 “AI, 고성능컴퓨팅(HPC) 수요는 지속적인 고성장이 예상되는 등 파운드리는 선단 노드 중심으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점유율 회복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경쟁사와의 점유율 경쟁에서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난항에 직면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3%에 그쳤다. 세계 1위 기업으로 군림한 대만의 TSMC는 무려 62%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 압도적인 1강 독주체제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TSMC 간 격차는 49%p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시장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양사의 실질적 격차는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사진=GreenTweed, 그래픽=고선호 기자]
[사진=GreenTweed, 그래픽=고선호 기자]

TSMC는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생산처의 다변화를 통한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방점을 찍은 상태다. 이를 통해 생산 능력 늘림으로써 주요 경쟁사와의 격차는 더욱 커질 여지가 높다.

TSMC가 군림한 파운드리 시장엔 지각변동이 이는 중이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인텔이 올 2분기에만 순손실 16억1000만 달러(약 2조2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 전체 직원의 15%를 감원하고 1992년부터 시행해 온 배당도 4분기부터 중단하는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시장 점유율 역시 1% 수준까지 추락하며 10위권 밖으로 벗어났다.

시장에서는 인텔의 추락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시선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제품의 투입되는 수요 특성이 차이가 있다는 점과 삼성전자가 하반기 승부수를 건 GAA 3나노 2세대 공정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부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삼성전자는 AI와 고성능컴퓨팅(HPC) 등 고부가 반도체 분야에서 고객사를 확보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빅테크들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IBM이 자체 설계한 서버용 AI 칩을 생산하기로 하면서 주요 수요를 확보한 상태다.

IBM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반도체 콘퍼런스 ‘핫칩 2024’를 통해 최신형 프로세서 텔럼2와 AI 가속기 스파이어를 공개했으며, 1세대 제품 텔럼에 이어 이번에도 모든 칩을 삼성 파운드리에서 만들겠다고 밝혔다. 삼성의 5나노 공정에서 신형 AI 칩이 양산될 예정이다.

IBM은 삼성전자 5나노 공정에 대한 강력한 신뢰감을 드러내는 등 양사 간 공고한 파트너십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반도체 부문의 전통적 성수기로 일컬어지는 하반기 계절적 영향도 주요 반등 요인 중 하나다. 주요 플래그십 스마트폰 제품의 하반기 출시를 비롯해 컴퓨터 신제품 출시, 서버 투자 등 주요 수요가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삼성전자가)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포지션을 맡고 있는 만큼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선 불황과 1위 기업과의 격차 등 고려할 변수가 너무나 많다. HBM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확실한 성장을 이끄는 게 지금 상황에서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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