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기 골프 업계의 성장을 이끄는 데에 주효했던 MZ세대들이 골프 시장을 이탈하며 골프 패션 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코파일럿 AI]
[사진=코파일럿 AI]

[이뉴스투데이 이채연 기자] 팬데믹 시기 골프 업계의 성장을 이끈 MZ세대들이 골프 시장을 이탈하며 골프웨어 업계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27일 관세청에 따르면 골프장갑·골프용 차·골프채·골프공·골프채의 부분품 등 골프용품 수입량은 팬데믹 전인 2019년 7904톤에서 2022년 1만2889톤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지난해 골프용품 수입량은 전년 대비 3.71%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 1~8월 7641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9% 감소하며 국내 골프 업계가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6월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장 이용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가 242로, OECD 국가 중 2위다. 

골프는 펜데믹 시기 야외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MZ세대의 유입이 대거 이뤄져 골프 시장과 함께 관련 패션 업계도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최근 경기 불황으로 인한 골프장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MZ세대가 골프 시장에서 빠져나가면서 골프웨어 업계도 타격을 입고 있다.

◇골프웨어에 불어닥친 ‘칼바람’

에프씨지코리아가 전개하는 브랜드 와이드앵글(왼쪽 사진)과 브랜드 피레티의 2024 가을 컬렉션. [사진=각 사]
에프씨지코리아가 전개하는 브랜드 와이드앵글(왼쪽 사진)과 피레티의 2024년 가을 컬렉션. [사진=각 사]

골프웨어에 불어닥친 불황의 바람이 날카롭다.

2016년 케이투코리아 주식회사의 골프사업부문이 인적분할돼 신설된 에프씨지코리아는 골프화·골프의류·골프용품 등의 제조·판매를 주로 하며, 2014년 와이드앵글 1호점을 오픈한 데에 이어 2022년 골프웨어 브랜드 피레티를 추가 론칭했다.

골프 업계가 호황을 누리기 시작하자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프씨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734억원으로 전년 905억원 대비 18.90%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MZ세대의 골프장 이탈이 곧바로 실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올포유·레노마·테일러메이드 등의 브랜드를 전개하는 골프·스포츠캐주얼웨어 제조업 회사 한성에프아이의 지난해 매출액은 2211억9200만원으로 전년 대비(2378억9200만원) 7.02% 감소했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48억원으로 65.88% 감소했다. 

2016년 패션그룹형지로부터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된 까스텔바작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달 14일 금감원에 공시한 까스텔바작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올해 1·2분기 누적 매출액은 190억원으로 전년 동기(233억원) 대비 18.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8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떨어지는 칼날 잡았다가는 손 베여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엔데믹 이후 골프 업계 호황을 기대한 골프웨어 브랜드도 연달아 늘어났지만,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 경우도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4월 ‘메종키츠네 골프’를 론칭하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센텀시티점과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에 공식 매장을 추가 오픈하며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으나, 올해 봄·여름(SS) 시즌을 마지막으로 철수했다. 

생활문화기업 LF가 지난해 9월 론칭한 미국 골프웨어 브랜드 ‘랜덤골프클럽’도 1년도 안 돼 사업을 중단했다.

엔데믹 이후 골프웨어의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기존 여성복과 캐주얼 의류의 골프웨어 론칭과 함께 인플루언서들의 골프웨어 신규 론칭도 이어졌다. 

그러나 금감원 까스텔바작 공시에 따르면 골프웨어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고,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도 강해 쉽게 시장을 점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고가의 상품이 많아 오프라인 채널의 영향력이 여전히 높은바 전국적인 유통망을 확보한 업체가 매우 유리한 시장인 관계로 신규 업체가 꾸준한 판매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패션 업계는 경기 불황 속 소비심리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골프웨어 시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 골프웨어 업계 관계자는 “떠나간 MZ들이 골프장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며 “패션업계뿐만 아니라 골프장 비용을 더 개선하는 등 업계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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