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테크놀로지 로고.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로고.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메모리 반도체 실적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주도 모처럼 만에 크게 상승했다.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겨울' 우려를 불식시킨 것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KRX 반도체 지수’는 26~27일 양일간 5.16% 상승했다. 28개 KRX 지수 중 최대 상승이자, 평균 등락률(1.97%)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주요 종목으로는 SK하이닉스가 11.19%, 삼성전자가 3.22% 상승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3일(종가 18만5500원) 이후 약 한 달 만에 ‘18만닉스’ 타이틀도 되찾았다.

이는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겨울론’을 언급한 이후인 19일부터 25일까지의 주가 흐름과 대조적이다.

모건스탠리가 추석 연휴인 15일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이후 첫 거래(19일)에서 양사는 각각 6.14%, 2.02% 급락했다.

모건스탠리는 이 보고서에서 “일반 D램은 스마트폰·PC 수요 감소로,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며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대폭 낮췄다. 

SK하이닉스는 이후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반박 보고서를 쏟아낸 덕분에 소폭 상승 전환(19~25일, +1.54%)에 성공했지만, 삼성전자는 24일(+0.96%) 하루를 제외하고 19~25일 연일 파란불(하락)을 켜야 했다. 25일까지 삼성전자의 총 등락률은 -3.42%로, 코스피지수(-0.81%)를 하회했다. 

이런 가운데 ‘빅2’의 강세를 이끈 건 마이크론이었다.

마이크론은 25일 장 마감 이후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77억5000만달러(약 10조3400억원)로 전년 대비 93%, 직전 분기 대비 14%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17억4500만달러(약 2조3300억원)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주당순이익도 시장 예상치인 1.11달러를 웃돈 1.18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마이크론은 올해와 내년에 제조될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이 이미 매진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다음 분기 매출 예상치로 증시 전문가들이 내다본 83억달러를 넘어서는 85억~89억 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미국 빅테크들의 AI 투자가 감소하면서 HBM 수요도 줄어들 것이란 모건스탠리의 논리를 사실상 정면반박하는 것이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 실적 내용에서 AI 수요 방향성 재확인과 더불어 PC·모바일 관련 우려의 일부 해소가 가능한 재료들이 확인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달 초부터 반도체 업종 주가에 반영된 실적 우려가 마무리되고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이번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는 유의미한 1차 반등의 변곡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같은 날 SK하이닉스는  HBM3E(5세대 HBM)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며 장밋빛 전망에 더욱 힘을 실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HBM3E 12단의 최대용량은 기존 24기가바이트(GB)를 상회하는 36GB다. 동작 속도는 현존 메모리 최고 속도인 9.6Gbps로 높였다. 

그러면서도 기존 8단 제품의 두께는 유지했다. 이를 위해 D램 단품 칩을 기존보다 40% 얇게 만들고 TSV(실리콘전통관극) 기술을 활용해 수직으로 쌓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2단 제품은 연내 엔비디아에 공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유일한 업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비(非) 엔비디아 진영이 경쟁적으로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어 수요 확대의 창은 여전히 열려 있고 반대로 공급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특히 12단 제품 중심으로 제품 믹스가 변화되면 (모건스탠리 등이 주장하는)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최근 주가는 지나치게 반영하고 있다”면서 “AI 서버 투자 및 HBM의 성장 속도 둔화를 고려하더라도 2025년 실적 개선에 대한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마이크론·SK하이닉스발(發) 호재는 관련 소부장 업체의 반등까지 이끌었다.

대표적으로 수성웹툰은 26~27일 양일간 9.36% 상승했다. 수성웹툰은 SK하이닉스용 HBM 검사장비를 개발 중인 퓨쳐하이테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SK하이닉스에 HBM 및 유리기판 소재 공급을 본격화하고 있는 와이씨켐도 이틀간 5.10% 뛰었다.

다만, HBM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삼성전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에도 주가 상승세가 SK하이닉스 대비 제한적이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3E 8단 제품 양산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엔비디아 성능 검증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HBM3E 8단 제품을 9월까지 양산해 공급을 본격화하고, 12단 제품도 연내 공급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연내 엔비디아 성능 검증 통과를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3E 8단과 12단 제품도 연내에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8단 제품은 조만간 검증 및 승인을 앞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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