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간호협회는 ‘케이엔에이(KNA·Korea Nursing Association) 간호학원·요양보호사교육원’을 설립했다. 이러자 대한간호조무사협회에서는 간협이 간호조무사들을 자신들의 '밥그릇'으로 여긴다며 반발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그래픽=이승준 기자]
최근 대한간호협회는 ‘케이엔에이(KNA·Korea Nursing Association) 간호학원·요양보호사교육원’을 설립했다. 이러자 대한간호조무사협회에서는 간협이 간호조무사들을 자신들의 '밥그릇'으로 여긴다며 반발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그래픽=이승준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의료대란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한간호협회(간협)’의 간호학원 설립이 논란이다. 그간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기준 확대를 반대한 게 ‘밥그릇’ 때문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간호조무사들은 간협이 자신들을 ‘발 밑’에 두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30일 이뉴스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간협은 ‘케이엔에이(KNA·Korea Nursing Association) 간호학원·요양보호사교육원’을 설립했다. 1520시간에 걸쳐 학원의 간호조무사 과정을 수강하면 보건복지부 장관 자격인정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불만 ‘폭발’하는 간호조무사···“우리는 간협 ‘밥그릇’ 아니다”

이러자 간호조무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간호조무사들은 간협이 직접 간호조무사 학원을 차린 게 ‘밥그릇 지키기’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자격의 제한 철폐’에 반대해온 것도 자신들의 이권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간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자격’에 불만을 품어 왔다. 현행 의료법상 전국 70여개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 또는 전국 600여개 간호학원 졸업생만이 시험 응시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간협에서는 현행 제도상 응시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최근 간호법에서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자격’이 배제되는 것으로 합의된 가운데 간협에서 간호조무사 학원을 설립한 게 알려지자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여야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간호법에서 해당 쟁점 사안이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 일단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에서는 간협의 간호학원 설립을 두고 ‘밥그릇’을 언급했다. 전동환 간무협 기획실장은 “간호조무사들을 자신들의 밥그릇으로 여기는 게 잘못됐다”면서 “자신들이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며, 그래서 간무협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간협의 대외적 명분은 학원 교육을 표준화하고 정비하는 역할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결국 학원장들이 간호사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간협이 전체적으로 간호조무사 양성을 주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간협이 주도하는 게 맞느냐”며 되물었다.

간협이 일방적으로 학원 설립을 강행했다는 불만도 표출했다. 전 실장은 “간협에서 출연한 한국간호교육평가원에서 학원을 평가하고 있다고 해도 간협이 직접 그 교육에 나서야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간무협과 상의도 없이 간협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협 측에서는 학원의 설립이 ‘직무교육의 표준화’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백찬기 간협 홍보국장은 “케이엔에이 간호학원·요양보호사교육원의 설립을 계획한 지는 얼마 안 됐다”며 “직무교육 때문에 만들었으며, 과정을 표준화하는 데 필요해서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간호사들이 파독(派獨)되면서 국내에서 간호인력이 부족해지자 간호조무사도 같이 교육해서 보내자는 취지로 1974년부터는 사설학원·특성학원에서 양성했다”며 “간호사와 보조인력이 같이 가야 하는 만큼 간협 차원에서는 문제가 뭔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간호계 내부에서조차 간협의 간호조무사 학원 설립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에는 무관심하면서 협회 이권에만 열중한다는 토로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불만이 쌓이자 ‘적폐’라는 워딩을 써가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는 양상이다. 

간협의 간호학원 설립 소식이 간호사 커뮤니티에 알려지자 “돈은 우리 간호사 회비로 했을 텐데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 “몇날며칠을 전화해도 절대 답 안 해주더니 이런 걸 하고 있었네”, “본인들 밥그릇 챙기는 건 기가 막히게 잘 하는 적폐 그 자체”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대치 지속 간무협-간협···“더 좋은 교육 막아” vs “대학교 진학하면 돼”

간협과 간무협 간 입장 차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간무협은 십수년간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의 학력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전문대학교에서 보건행정 전공자도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해서는 1년간 간호학원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간호사 단체들은 ‘직역 간 혼란 가중’을 이유로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자격의 학력제한 철폐에 반대해 왔다. 간무협이 관련 법 조항을 ‘고졸 이상’으로 바꾸고 2년제 대학에 간호조무학과를 신설하자고 주장하자 한국간호학원협회는 이를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냈었다.

간협 또한 간호조무사 학력 규정을 두고 간무협과 대치한 단체였다. 간협은 지난 2016년 간무협이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 학력제한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자 비상대책위원회 결성을 의결하고 위헌 결정이 나지 않도록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간협은 “전문대의 간호조무사 양성은 이미 특성화고등학교·간호조무사학원에서 배출된 60만 이상 간호조무사 자격자들을 2급 자격자로 전락시킬 수 있다”며 “기존 간호조무사 자격자들과 앞으로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간무협은 현행 제도를 ‘사설학원 특혜’라고 보고 있다. 전동환 간무협 기획실장은 “어디서 배우든 간에 시험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사설학원에다 이런 특혜를 주는 게 맞느냐”면서 “더 좋은 데서 공부하는 길은 막히고 특성화고 졸업생과 학원 이수자에 한정돼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서도 간협의 의도를 또 한번 지적했다. 그는 “간호조무사가 더 좋은 교육을 받는 건 안 된다 하면서 간협이 학원을 만들어서 운영한다는 게 맞느냐”며 “간협에서는 간호조무사들을 자기 발 밑에 있는 존재처럼, 관리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간협은 ‘형평성’을 언급하며 반박했다. 백찬기 간협 홍보국장은 “간호조무사로 일하다가 경력을 키우기 위해 간호대로 진학한 이들이 7000여명에 달하는데 그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간호사가 되려면 간호대학 정원외 입학과정을 통해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력 제한 조정에 따른 혼선도 우려했다. 백 국장은 “간호사도 간호조무사도 간호학이라는 하나의 학문체계에서 나온 것인데, 만약 전문대에서 간호조무사를 양성하게 되면 문제가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간호법 시행규칙을 만들면서 정립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미 통과된 간호법에서는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자격’이 빠진 만큼 양측의 갈등 봉합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뉴스투데이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에 관련 내용을 질의했으나 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얻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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