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서울시장 당선후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
2006년 서울시장 당선후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10일 수색 7시간 만에 북악산 숙정문 인근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인권변호사에서 시민운동가를 거쳐 최장수 서울시장으로 전날까지 활발히 활동하던 이의 마지막은 이렇게 극단적 비극이 됐다. 박 시장 임기는 3180일에서 멈췄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17분께 박 시장 딸로부터 실종신고를 접수받은 후 경찰 635명, 소방 138명 등 총 773명이 동원돼 대규모 수색을 벌여 10일 오전 0시를 조금 지난 시각 시신을 발견했다. 이후 시신은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고 오전 3시 30분께 영안실에 안치됐다.

전날 박 시장은 9일 오전 공지했던 일정까지 모두 취소하고 잠적했다. 외출 당시 검은 모자를 쓰고 어두운색 점퍼와 검은 바지에 회색 신발을 착용하고 검은 배낭을 메고 등산을 나서는 것으로 보였다. 앞서 박 시장은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저녁부터는 실종 신고 소식과 사망설이 내내 설왕설래했다.

1982년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법연수원 수료식에서 기념촬영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1982년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법연수원 수료식에서 기념촬영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 시장은 지난 2006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벌였다가 물러난 뒤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인권변호사와 사회활동가로 이름이 알려졌던 그가 50세에 처음으로 정계에 입문한 순간이었다.

그는 1994년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했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한국 시민운동 최전방에서 활동했다. 1995년 사법개혁운동, 1998년 소액주주운동, 2000년 낙천·낙선운동 등 굵직한 시민운동마다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 시장은 본래 사법시험 22회 출신으로 1982년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를 역임했다. 학생운동으로 구속돼 서울대에서 제명된 뒤 1980년 사법시험 합격했지만 그조차 1년 만에 관두고 변호사무소를 1983년 개업했다.

인권변호사의 전설인 고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일하면서 부천서 성고문 사건, 미국 문화원 사건, 말지 보도지침 사건 등 변론을 담당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서울대 성희롱 사건'의 변호에도 참여했다.

2001년부터는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로 활동했는데, 이는 서울시장이 된 후에도 2010년까지 이어졌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보궐 잔여 임기 임기 2년 8개월 동안 세세한 사안을 꼼꼼히 챙겨 시정 활동에서 인정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한 시기였으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출마해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경쟁에서 수성에 성공하고 재선했다. 이 시기에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투명 정보공개를 단행하는 등 결단력 있는 행보를 보이며 한동안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권 주자 선호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달 8일 서울형 그린 뉴딜을 발표한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
이달 8일 서울형 그린 뉴딜을 발표한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

2018년에는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를 제치고 3선에 성공했다. 이시기 그는 옥탑방 생활과 도시재생 활동 등에 나서며 청년·복지·환경 부분에 집중했다.

박 시장은 지난 8일 ‘서울판 그린뉴딜’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지난 8년간 지속 가능성의 시대로 나아가는 체력을 키웠다면 이제는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혁명적 변화가 필요한 때”라며 “도시과밀·생태파괴·온실가스 증가로 이어지는 효율 중 양적 성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구와 인류 생존을 위한 미래전략인 ‘서울판 그린뉴딜’을 과감하게 추진해 탈탄소 경제·사회로의 대전환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아젠다를 제시한 게 마지막이 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email protected]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