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한 마트에 진열된 배추. 1만3000원 가격표가 붙어있다. [사진=황수민 기자]
23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한 마트에 진열된 배추. 1만3000원 가격표가 붙어있다. [사진=황수민 기자]

[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직접 담가야 맛이 좋은데 배추부터 고춧가루까지 다 비싸..."

23일 오후 찾은 경기도 남양주시 한 마트. 올해 김장을 할 계획이냐고 묻자 60대 주부 A씨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40년째 매년 직접 김치를 담근다는 그는 "자식들 나눠주려면 넉넉히 해야하는데 양념 재료 가격도 전반적으로 다 올라 걱정"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마트에서 판매 중인 배추에는 1만3000원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50대 주부 B씨는 "평소 겉절이를 자주 담가 먹는데 요즘은 배추 대신 다른 채소로 해먹는다"며 "물가가 너무 올라 올해 김장을 해야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인근 대형마트에서는 정부의 할인 지원으로 배추 한 포기가 6000원대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물량이 적어 6포기만 진열돼 있었다. 이는 이달 중순까지 이어진 기록적 폭염으로 인한 작황 부진과 추석 성수기 이후 정부와 유통사의 할인 지원 종료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고공행진하는 배춧값이 김장철까지 이어진다면 '김포족(김장 포기 족)'이 증가하는 추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이마트 다산점에서 판매중인 배추. [사진=황수민 기자]
23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이마트 다산점에서 판매중인 배추. [사진=황수민 기자]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0일 배추 소매 가격은 포기당 8989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6193원)과 비교하면 45.2% 비싸고 평년(7217원)보다 63.2% 높다. 배추는 생육 적정온도가 18~20도 수준인 저온성 채소인데 주 생산지인 강원 지역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면서 생산량이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보다 여름 배추 재배면적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여름 배추 재배 면적은 전년 대비 5.3%, 평년 대비 4.9% 줄었다. 다음 달 중하순부터 출하되는 가을배추 작황이 나쁘지 않다면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가을배추 재배 의향 면적도 지난해보다 2.1%, 평년보다 4.3% 감소한 1만2870㏊로 나타나 안심할 수 없다. 이에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9, 10월 배추 출하량이 지난해 대비 각각 2.0%, 3.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도 1개당 3909원으로 전년(2350원) 대비 66.34%, 평년(2745원) 대비 42.4% 올랐다. 무 역시 재배 의향 면적 감소로 공급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가을 일반 무의 재배 면적을 지난해보다 3.8% 줄어든 5133㏊로 전망했다. 9, 10월 출하량도 전년 대비 각각 8.1%, 8.7%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름 배추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김치 수입량은 작년보다 7% 가까이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입 김치 대부분은 중국산으로, 주로 가정보다 외식이나 급식에서 사용된다. 국산보다 통상 40% 정도 저렴하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한 시민이 김장 대표 채소인 배추와 무가 진열된 매대에서 상품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한 시민이 김장 대표 채소인 배추와 무가 진열된 매대에서 상품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식당을 상대로 김치 재료를 판매하는 C씨는 "직접 김치를 담그는 식당이 감소해 거래가 많이 줄었다"며 "국산 재료를 고집하던 식당도 물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중국산으로 바꾸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김치 수입 금액은 9847만달러(약 13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증가했다. 1∼7월 기준 김치 수입액이 역대 가장 많았던 2022년의 9649만달러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올해 7월까지 김치 수입 중량은 17만3329t(톤)으로 작년 동기보다 6.0% 늘었다. 수입 중량도 2019년 같은 기간(17만2689t)보다 많은 사상 최대다.

구리전통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D씨는 "최근 김치 재료 가격이 너무 올라 몇 달 전부터는 밑반찬으로 제공하는 김치를 직접 담그는 대신 중국산 김치로 바꿨다"며 "중국산도 가격이 올랐지만 훨씬 저렴해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석이 지나도 배추 가격이 안정되지 않자 다음 달 2일까지 최대 40% 할인 지원에 나선다. 또 김장 배추·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농진청, 지자체, 농협 등과 생육관리협의체를 조기에 가동해 산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생육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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