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 선정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염보라 기자]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24일 베일을 벗었다. 

산업군별 상대평가를 통해 여러 산업의 대표 종목을 고르게 편입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지만, 상법·세법 개정 없이는 ‘기업가치를 제고시켜 증시를 부양한다’는 기본 취지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밸류업 지수의 구성종목 및 선정기준’을 발표했다.

거래소는 △시가총액 △당기순이익 △주주환원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5단계 스크리닝을 통해 총 100개 종목을 선별했다. 

먼저, 시장 대표성을 반영하기 위해 시가총액 상위 400위(전체 누적 시총의 90% 수준) 이내로 제한했다. 다음으로는 수익성 측면에서 최근 2년 연속 적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적자 기업을 배제했다.

또 주주환원 노력을 보기 위해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유무를 확인했다. 

주주환원 규모가 아닌 ‘2년 연속’에 초점을 맞춘 이유에 대해 박명우 한국거래소 경잉지원본부·인덱스사업부 부서장은 “내부적으로는 (주주환원) 규모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논의가 있었지만 특정 수치를 제시할 경우 일종의 테마 성격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고, 기준 주주환원 지수와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했다”면서 “지속적으로 주주환원 노력을 하는 회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절대 규모보다 2년 연속에 방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시장평가 기준으로는 PBR 지표를 활용했다. 업종마다 편차가 큰 지표 특성을 고려해 PBR 순위가 산업군 내 50% 이내인 기업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렇게 좁혀진 종목군을 토대로 산업군별 ROE 순위비율이 우수한 기업 순으로 100종목을 선정했다. 

이러한 스크리닝을 거쳐 △정보기술 24종목 △산업재 20종목 △헬스케어 12종목 △자유소비재 11종목 △금융·부동산 10종목 △소재 9종목 △필수소비재 8종목 △커뮤니케이션 5종목 △에너지 1종목 등을 최종 편입 종목으로 추렸다. 시장 분포는 코스피 67종목, 코스닥 33종목으로 약 7:3 비율로 구성됐다. 

한국거래소는 △시가총액 △당기순이익 △주주환원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5단계 스크리닝을 통해 총 100개 종목을 선별했다. [사진=한국거래소]

거래소는 전산 테스트가 완료되는 오는 30일부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실시간 지수를 제공할 예정으로,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는 11월 중 상장 예정이다.

박 부서장은 “밸류업 지수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참여가 많이 필요하다”면서 “지수 발표를 계기로 5대 연기금에 대한 지수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상법이나 세법 개정 없이 밸류업 지수 만으로는 증시 부양을 기대할 수 없다는 한계론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나 상장사 입장에서 밸류업 참여 유인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이날 오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하반기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주식시장의 큰 모멘텀이 되는 건 맞지만 일본처럼 한국시장을 부양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의 분리 과세, 대주주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와 상속·증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세부적으로 지원해 줄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학계에서도 상법·세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세금을 깎아주고 기업의 이익이 많이 나야 (증시) 밸류업이 되는 거지, 지수만 만든다고 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냐”고 반문한 뒤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처럼 세금을 낮추는 게 (증시 부양에)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가가 안 오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인적분할을 하고 물적분할을 해서 갑자기 자회사를 만드는 등 (소액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행동 때문에 제대로된 기업가치를 못 받는 것”이라면서 “그런 부분을 해소해하는 게 향후 해결 과제”라고 했다.

밸류업 지수 기준에 대한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례로 △콜마홀딩스 △에프앤가이드 △에스트래픽 △디케이앤디 △DB금융투자는 밸류업 계획을 조기 공시했음에도 지수 편입에 실패했다. 

당초 거래소는 이달 23일까지 밸류업 계획을 조기 공시한 기업에 대해 수익성·시총·유동성 등 최소 편입요건 충족 시 2년간 특례 편입 혜택을 주기로 했지만, 콜마홀딩스는 수익성 기준에서, 나머지 4개사는 시총 기준에서 미달됐다.

김상봉 교수는 “금융사나 일부 상장사 외에 밸류업 자격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면서 “산업별 상대평가를 적용하면 대상 기업은 늘어날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그런 부분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2600여개 기업은 대부분 1인 대주주로, 일본과 비교해 밸류업 프로그램 진행 속도가 더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증시 부양 어려움 등) 평가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번에 걸친 10대 그룹과의 면담 과정을 거쳤는데, 대부분 기업이 경영계획이 만들어지는 연말까지는 밸류업 공시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최근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 특히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노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만큼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 목록이다.

매년 6월 리밸런싱 예정이며, 2026년 6월 정기심사부터는 밸류업 공시 기업만 편입이 가능하다. 

△정보기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DX, 한미반도체, LG이노텍, HPSP, 리노공업, DB하이텍, 이수페타시스, LX세미콘, 주성엔지니어링, 티씨케이, 파크시스템스, 심텍, 하나머티리얼즈, 해성디에스, 드림텍, 두산테스나, 원익QnC, 비에이치, 넥스틴, 이녹스첨단소재, 피에스케이, 코미코

△산업재

HMM,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한항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글로비스, 두산밥캣, 한국항공우주, 한진칼, HD현대일렉트릭, 팬오션, LIG넥스원, 에스원, HD현대인프라코어, 현대엘리베이터, 한전KPS, 에스에프에이, 에코프로에이치엔, 윤성에프앤씨, 경동나비엔, NICE평가정보

△헬스케어

셀트리온, 한미약품, 클래시스, 케어젠, 메디톡스, 덴티움, 종근당, 파마리서치, 씨젠, JW중외제약, 동국제약, 엘앤씨바이오

△자유소비재

현대차, 기아, F&F, 코웨이, 휠라홀딩스, 에스엘, 한세실업, 메가스터디교육, 골프존, 케이카, 쿠쿠홈시스

△금융/부동산

신한지주, 삼성화재,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DB손해보험,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현대해상, 키움증권, 다우데이타

△소재

고려아연, 한솔케미칼, 솔브레인, 동진쎄미켐, 효성첨단소재, 나노신소재, 효성티앤씨, 동원시스템즈, TKG휴켐스

△필수소비재

KT&G, 오리온, BGF리테일, 동서, 오뚜기, 삼양식품, 롯데칠성, 콜마비앤에이치

△커뮤니케이션서비스

엔씨소프트, JYP Ent., 에스엠, 제일기획, SOOP

△에너지

S-O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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