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두 영풍 사장(왼쪽).[사진=김종현 기자]
강성두 영풍 사장(왼쪽).[사진=김종현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영풍이 공식 입장을 내고 동업정신과 자율경영으로 일궈왔지만 최윤범 회장의 사유화 움직임을 묵과할 수 없었다며 “오죽했으면”이란 말로 대신했다.

㈜영풍은 2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이날 취재진에게 “영풍과 고려아연 두 회사는 지난 75년간 공동 창입자들과 그 후손, 그리고 수많은 임직원들의 땀과 노력으로 일귀낸 우리 모두의 소중한 결실”이라며 “특히 고려아연은 애초에 영웅의 살(자본)과 피(인력)로 빚은 자식이다. 창업세대와 선대까지 동업정신과 자율경영에 입각해 알토란같이 키워 온 가장 믿음직한 맏이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강 사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풍이 1대 주주의 자리를 MBK파트너스에 양보하면서까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를 단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오죽했으면’이다”라고 강조했다.

◇영풍 죽이기 행보 지속···황산취급 거절 '결정적'

그는 “정말 오죽했으면 이렇게까지 했겠느냐”면서 “고려아연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반대로 아무런 제한 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이 무산되자 그야말로 ‘영풍 죽이기’에 나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강 사장은 서린상사 사태가 대표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는 “서린상사는 선대 경영자들의 합의에 의해 2014년부터 영풍 측에서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해 온 회사다. 영풍 측 장세환 대표는 지난 10년간 대표로 재직하면서 서린상사를 매출 5200억원, 당기순이익 154억원, 순자산 2450억원, 부채비율 10.1%의 내실있는 회사로 발전시켜왔다”면서 “고려아연은 지난해 9원 서린상사의 인적 분할을 먼저 제안해 놓고 올해 주총 전후로 그간의 협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결국 이사회를 독점 장악했다”고 성토했다.

이후 고려아연은 서린상사의 경영권 장악 이후 기존에 영풍과 고려아연이 함께 거래해 오던 고객사에 온갖 협박과 회유로 영풍과의 거래를 끊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강 사장의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 4월 15일 고려아연의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 통보도 영풍이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라는 입장을 전했다.

강 사장은 “황산은 아연 제련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생산되는 부산물로 재때 처리하지 못하면 아연 생산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된다”면서 “양사의 협의로 지난 20년 이상을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잘 유지돼 온 이 계약을 즉시 끊겠다는 것은 결국 석포제련소의 목줄을 쥐고 흔들어 영풍을 죽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강 사장은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것은 고려아연을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영풍과 고려아연이 같이 살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고려아연은 영풍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라고 밝히며 “최윤범 회장은 영풍과 모든 주주들의 소중한 자산인 고려아연을 망가뜨리고 있다. 2019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전체 주주들의 이익보다 고려아연을 사유화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성토했다.

강 사장은 최 회장의 국내외 기업에게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또는 자사주 맞교환으로 무려 16%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킨 점을 지목하며 “경영권을 독점하고 이사회의 기능을 무시해 원아시아 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등 여러 의혹을 불러일으킨 사례들로 실제 회사에 큰 손실을 끼쳤으며 재무적으로 위험 상태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 회장의 석연치 않은 투자가 떳떳하다면 소상히 밝혀야 한다”면서 “건실했던 고려아연 부채는 무려 35배 증가했고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은 2019년 12%에서 지난해 6.8%로 낮아지는 등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 사장은 입장문 말미에 “영풍은 KBK파트너스와 함께 지배권 강화를 통한 고려아연 경영 정상화에 나서고자 한다”면서 “우리가 도모하고자 하는 것은 훼손된 이사회시스템을 정상화시키고 경영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다. 직계 포함 2.2%의 지분을 가진 경영대리인 최 회장이 회사의 주인인양 회사를 사유화 하는 것을 막고자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이제는 두 가문에 의한 경영시대를 매듭짓고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에 기반한 전문경영인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강 사장은 먼저 영풍의 사훈인 근면, 성실, 인화를 설명하며 “흔히들 아시다시피 동업은 어렵다. 갈등의 불씨는 주로 ‘나는 열심히 일하는 데 너는 놀고 있다’라는 생각에서 시작된다”면서 “이에 영풍그룹의 두 선대회장은 동업으로 창업하시면서 근면과 함께 성실, 즉 숨김없이 진실해야 되고 솔직해야 된다는 의미를 통해 조화롭게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왼쪽).[사진=김종현 기자]
강성두 영풍 사장(왼쪽).[사진=김종현 기자]

◇ 사훈에 담긴 선대 회장님들 정신···최 회장 먼저 깨버려

그는 “이러한 사훈의 의미를 최 회장이 먼저 깨면서 지금의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영풍 입장에서는 석포제련소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시작하게 됐다. 이런 절박함 속에서 망해갈 수밖에 없는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강 사장은 이와 함께 “이참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영풍이 존속될 수 없다는 절박함”이라며 “영풍의 최대 자산이 고려아연 주식 가치가 빈털터리가 되어가는 모습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공개매수 가격 상향과 향후 주가하락 보전 계획에 대해 그는 “가격을 다시 올릴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으며 “주가가 오버밸류된 것은 맡지만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짧게는 7~8년, 길게는 10년 계획을 고심하고 있어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측이 주장하는 경영부실에 대해 강 사장은 “영풍 주주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면서 “영풍은 환경개선비용으로 수익을 훨씬 뛰어넘는 비용을 투자하고 있어 2025년까지는 이익이 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실적을 나쁘게 하는 원인 제공자가 고려아연”이라고 밝혔다.

MBK파트너스 손잡은 이유에 대해 그는 “자금을 동원해 직접 공개매수에 나설 수도 있었지만 영풍그룹의 계열사들이 위태로워질 수 있고 양 가문의 쟁탈전처럼 보이는 것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서 “여러가지 대안을 고민하다가 MBK와 손을 잡는 것을 제안했다. 특히 고려아연은 이제는 집안끼리 나눠서 경영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좀더 경영 감각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는 게 맞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언급했다.

이제중 부회장이 언급한 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석포제련소 부산물이 70만톤 정도 쌓였었고 환경부와 협의해 처리를 약속한 상황이었다”면서 “부산물에도 아연이 7~8%가량 들어있어 사내 공정설비 중 TSL에 넣어서 재처리 방안을 찾았지만 처리용량이 부족했다. 이에 공정을 바꿔 유휴 설비인 고려아연 설비를 활용하는 것을 추진했지만 없었던 일로 마무리 돼 갈등의 요인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 사장은 “통상 M&A 과정에서 피인수 기업들은 경영자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최 회장이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을 한 것이 문제다. 원아시아 파트너스 펀드, 이그니오홀딩스 등 이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외에도 그는 “최 회장 측인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소각과 성과금 지급을 명목으로 달고 있다”면서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어마어마한 자금이 투입되는데 자사주를 왜 사는지 모르겠다. 또 자금 마련을 위해 다시 차입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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