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SS 서울패션위크에서 쇼를 선보인 브랜드 리이(RERHEE)의 런웨이 현장. [사진=서울시]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SS 서울패션위크에서 쇼를 선보인 브랜드 리이(RERHEE)의 런웨이 현장. [사진=서울시]

[이뉴스투데이 이채연 기자] “저걸 누가 입어?” 

패션쇼 현장에서 종종 들리는 반응이다. 강렬하고 실험적인 디자인의 옷들이 무대 위를 장식하지만, 과연 이런 옷들은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까? 

최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SS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한 브랜드 리이(RE RHEE)의 이준복 디자이너는 패션쇼에서 선보이는 옷들이 모두 판매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패션 업계 관계자들은 △브랜드 정체성 강조 △홍보 및 마케팅 △바이어 유치를 패션쇼의 주요 목적으로 꼽았다. 

디자이너들은 브랜드의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해 실험적인 디자인을 포함한 옷들을 선보이지만, 이 옷들이 그대로 매장에 진열되지는 않는다. 보그 싱가포르에 따르면 패션쇼 후에 패션쇼에서 선보였던 옷들은 실용적이고 상업적인 형태로 재탄생한다. 또 시장의 수요와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 과장된 실루엣과 장식이 조정된다.

이 디자이너는 “리이의 경우 보통 제너럴 라인과 컬렉션 라인 두 개로 나눠 준비를 한다”며 “컬렉션 라인은 쇼에서 보여주는 옷들이고 이를 오마주해 정제와 절제를 거쳐 일상에서 입기 적합한 제너럴 라인으로 재구성한다”고 말했다.

반면 패션쇼의 옷 중 일부는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디자이너에 따르면 패션쇼에서 선보인 컬렉션 라인의 옷들은 일부 제품은 해외 하이엔드 백화점에서 바잉해 갔다.

실제로 지난 3~7일 DDP에서 열린 2025SS 서울패션위크에도 해외 하이엔드 백화점들이 바잉을 위해 패션쇼장을 방문했다. 

서울패션위크 관계자에 따르면 2025SS 서울패션위크에 △쁘랭땅백화점(PRINTEMPS·프랑스) △하비니콜스백화점(Harvey Nichols·아랍에미리트) △라파예트백화점(Galeries Lafayette·중국) △다이마루백화점(Daimaru·일본) △클럽 21(Club 21·싱가포르) △부스토어(VooStore·독일) △매치박스 그룹(Matchbox Group·태국) △센스(SSENSE·미국) 등이 바이어로 참석했다.

이 디자이너는 난해하다고 생각되는 옷들도 패션 컬렉터들이 수집을 목적으로 구입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브랜드의 모든 컬렉션을 모으기 위해 시즌별로 구매하거나, 작품처럼 보관하기 위해 옷을 구입한다.

편집숍이나 쇼룸에서 셀럽의 스타일리스트들이 패션쇼 옷들을 사 가는 경우도 있다. 이 디자이너는 “편집숍이나 쇼룸에서 수주 요청이 온다”며 “실제로 셀럽들이 시상식 등 다양한 행사에서 패션쇼에서 선보였던 브랜드 리이의 옷을 착용했다”고 말했다.

패션쇼는 향후 컬렉션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 이 디자이너는 “이번 2025SS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였던 리이의 컬렉션은 2024FW 컬렉션보다 ‘일상에서 특별한 날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취지에 맞도록 준비했다”며 “이달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패션쇼에서도 이번과는 또 다른 쇼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진 디자이너들 역시 패션쇼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 24FW·25SS 하이서울패션쇼에서 쇼를 선보인 브랜드 아유(AYU)의 정영아 디자이너에 따르면 신진 디자이너들은 패션쇼를 통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자체적으로 성장하는 발판으로 삼기도 한다.

패션쇼가 소비자와의 소통 도구가 되기도 한다.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정 디자이너는 "온라인에서 표현할 수 없는 소재들을 패션쇼에서 선보이고, 피드백을 통해 제품 개발에 반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패션쇼의 옷들은 창고에서 수년간 방치되기도 한다. [사진=코파일럿 AI]
패션쇼의 옷들은 창고에서 수년간 방치되기도 한다. [사진=코파일럿 AI]

반면 패션쇼의 옷들은 재고로 창고에서 수년간 방치되기도 한다. 한 패션 디자이너에 따르면 쇼를 위해 만들어진 강렬한 이미지의 옷들은 대부분 패션쇼가 끝나는 대로 재고로 창고에 쌓여 수년간 보관된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패션 업계는 지속가능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지만, 쇼에서 선보이는 옷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패션쇼에서도 실생활과 이어질 수 있는 옷들을 선보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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