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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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지난해부터 매각에 나섰던 HMM이 올초 무산되자 채권단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전히 KDB산업은행 측은 매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해운운임 상승, 영구채 전환 등 몸집뿐만 아니라 몸값도 상승하면서 국영기업으로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20일 해운업계 및 투자은행(IB) 등에 따르면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의 최대주주인 산은과 해양진흥공사는 민영화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산은 측은 지난해 이미 매각에 나섰지만 올초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하림과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이에 산은 측은 연내 재매각에 나설 의지를 내비치고는 있지만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어 성사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데에 무게가 실린다.

더욱이 산은과 해진공은 앞서 매각을 진행하면서 논란이된 영구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통주 전환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지분율이 상승했고 늘어난 주식수 만큼 몸값도 높아졌다.

◇ 영구채 전환, 매각 걸림돌로···몸집 키우며 역행

산은·해진공이 보유한 HMM 주식수는 4억5889만주(합산율 61.07%)로 지난해 7월 말 기준 3억9879만156주(합산율 38.9%)와 비교해 22.17%포인트(p) 증가했다.

오는 10월 1억3200만주와 2025년 4월 1억4400만주까지 전환하게 되면 채권단의 지분율은 71.7%(7억3480만주)까지 늘어난다. 지난 19일 기준 HMM의 시가총액은 13조4227억원을 기록하고 있고 향후 영구채 전환 완료시 현 주가(19일 종가 기준 1만7920)를 그대로 반영하면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무려 13조원에 달한다. 또 시총기준으로 채권단 지분율 71.7%를 적용해도 지분 가치는 약 9조6241억원 수준이다.

이는 올초 하림과 협상하던 6.4조원 대와는 큰 격차를 보이면서 사실상 매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만해도 해운운임이 쪼그라들면서 실적도 급감해 시총 역시 감소했지만 올해 들어 홍해사태 등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됐고 중국발 밀어내기식 수출 급증 등으로 인해 운임이 급등한 것도 실적을 개선에 보탬이 돼 몸값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 해상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지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8월 13일 기준 1031p를 기록했지만 지난 9일 기준 3253.89를 기록해 3배 이상 급등했다.

이에 HMM은 상반기 매출액 4조9933억원, 영업이익 1조514억원, 당기순이익 1조145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대비 125%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21.1% 늘어나며 호실적을 거뒀다. 증권가 등에서는 올해 HMM의 연간 순이익이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HMM이 영구채 전환으로 인한 주식수 증가와 실적 개선 등이 지속될 경우 매각에는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재 13조원 규모로 성장한 HMM을 인수전에 어지간한 기업들로서는 참여하기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산은의 강석훈 회장의 임기가 얼마 안남은 것도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강 회장은 2022년 6월 취임해 오는 2025년 6월 임기를 종료한다. 2025년 4월까지 진행될 영구채 전환까지 마무리한 뒤 매각 작업에 돌입할 경우 사실상 임기내 매각을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매각에 돌입해 최종 결론까지 약 11개월 정도 소요됐다.

또 강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2주년 기자회견에서 HMM 재매각은 당분간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그는 “HMM 재매각은 산업은행 입장과 더불어 정부의 해운정책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의된 안건을 갖고 나서야 할 것으로 본다”면서 “당장은 매각 계획이 없고 궁극적으로는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채권단 사이에서도 매각을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얘기도 들린다.

HMM은 지속적으로 배당 정책을 이어가면서 산은을 비롯해 해진공으로서는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 배당 알토란, 자금줄 역할에 매각 필요성도 희석

실제 증권가에서는 영구채 주식 전환이 모두 마무리 될 경우 2025년 3월 정기주총을 통해 올해와 같이 주당 700원의 배당 정책을 유지한다면 산은과 해진공이 받을 추가 배당금은 최소 1344억원이다. 이후 4월 주식전환까지 완료되면 2026년 산은과 해진공이 받을 배당금은 5143억6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두고 지속적으로 해운산업 지원 사업에 나서야 하는 해진공으로서는 놓치지 쉽지 않은 수익원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매각에 돌입할 때도 해진공 측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향후 해운업 지원을 위해 상당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각에 찬성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다만 HMM이 장기간 국영기업을 표류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업계 안팎에서 여러 우려가 나온다.

HMM은 과도한 정부 지분율 탓에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본격적인 해운동맹 재편 과정에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 투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한 사업다각화 등이 필요하지만 정부 산하에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HMM의 재매각 논의를 조속히 추진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디얼라이언스에 속한 HMM은 매각 이슈와 해진공 관리에 놓여 경쟁력을 계속 잃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국제 해운물류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책임감을 갖고 해운산업 재편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민간 차원에서의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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