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뉴스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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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영풍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해 MBK와 손잡고 지분 공개매수 카드를 꺼내들면서 양측의 갈등이 쩐의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격을 당한 고려아연 측은 잇달아 철회를 주장하고 있지만 판을 다시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한때 주당 72만원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공개매수가격인 66만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앞서 MBK파트너스가 만든 특수목적법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지난 13일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MBK 측은 144만259주(6.96%)~301만4881주(14.56%)를, 영풍은 4777주(0.02%)~1만주(0.055)를 사들일 계획이다. 공개매수 수량은 최소 144만5036주(6.98%)로 최대 302만4881주(14.6%)다.

공개매수 가격이 주당 66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2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 공개매수에 들썩이는 주가···2조원의 행방은

이번 공개매수는 영풍그룹 동업 관계인 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의 갈등에서 시작된다. 그간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경영을 담당해 왔으나 올해초 최씨 가문 측이 동업 관계를 청산하고 분리 독립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치면서 격화되고 있다.

실제 양측은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맞붙어 각각 반반의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후 고려아연 측이 공동 사업에 대해 속속 종료에 나서고 있고 양측 원자재 구매 및 판매를 담당해온 서린상사(현 KZ트레이드)를 두고 경영권 분쟁 끝에 고려아연 측이 장악하면서 갈등이 정점을 찍었다. 더욱이 양측은 황산 위탁 처리 등을 두고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이미 양측 모두 소송전에 돌입해 고려아연 제3자 유상증자 건, 황산처리 대행 건 등 여러 문제를 두고 법정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영풍 측이 전격 MBK와의 연합 공세에 나서면서 일격을 날린 상황이다.

장씨 일가 측은 사실상 MBK와의 공개매입을 통해 당장은 고려아연에 대한 소유권을 공고히 하고 경영권에 대해서는 MBK에 위탁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선진 지배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영풍과 MBK 측은 19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공개매수와 관련된 풍문 등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공개매수에 돌입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MBK 측은 최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고려아연의 재정건전성과 투자, 신사업 등에 대해 꼬집었다.

특히 이들은 최 회장이 사장으로 취임한 2019년 이후 부채가 35배 급증했고 올해 사실상 순부채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며 최 회장의 경영권을 위해 추진 중인 자사주 매입에 대해서도 이를 소각하고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사진=김종현 기자]
김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사진=김종현 기자]

다만 일각에서 들리는 경영권 탈취, 중국 매각설 등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김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은 이날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번 공개매수는 1대 주주인 영풍과 협의 하에 진행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임직원을 해임하고 탈취하려는 것이 아니다. 최 회장의 의혹에 대해 규명하고 잘못된 의사 결정 구조를 선진화해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현하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또 “고려아연 측은 투자자들을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면서 “연간 7000억~8000억원의 영억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은 착시현상이다. 매출은 4조로 급증했지만 영업이익이 비슷하다는 것은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반응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더욱이 그는 “재무건정성이 엄청 빨리 악화되고 있다”면서 “현금을 물 쓰듯 쓰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와 더불어 “최 회장에 대한 의혹이 사실일 경우 거버넌스를 개선 해야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날 함께 참석한 강성두 영풍 사장은 “최 회장이 독립한다고 언론에만 얘기했지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장씨 가문 측과 상의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합의할 수 있었다면 아름다움 이별이 있었겠지만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못한 상황이다. 서로 오간 흔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영풍과 MBK 측이 공개매수라는 강수를 두면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은 입장문을 내고 “기업사냥꾼 MBK의 약탈적 인수합병(M&A)에 반대한다”면서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 매수에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한다”고 밝혀 측각 철회할 것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날 고려아연 측은 반박 입장문을 통해 MBK측의 적대적 M&A가 아니라는 해명 그 자체가 적대적 M&A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또 “국가기간산업의 중요성에 우리 경제에 대한 기여, 그리고 이런 국가적 인프라가 외국으로 넘어갈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단기적 차익실현과 수익성 극대화 등 자본놀음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외에도 고려아연 측은 MBK 측이 공개 매수를 위해 사용하는 단기차입금에 대해 향후 주주가치 회복이라는 명목으로 고려아연의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배당을 활용해 원금 상환과 이자를 갚기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공수표를 날리고 있다며 “홈플러스를 비롯해 ING생명 등 과거 MBK파트너스가 적대적 M&A를 통해 인수한 수많은 기업에서 사업축소와 자산매각, 사업분할매각을 통해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고려아연 조직원들의 근로의욕 저하를 넘어 고용불안, 나아가 핵심인력들의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사모펀드에 인수된 뒤 핵심 인력이 급격하게 빠져나가고 기업 경쟁력이 급속도로 추락한 사례를 곳곳에 산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해 지역 정치권 등에서도 공개매수에 반대하는 목소리르 내놓고 있는 더욱 과격화되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수도 울산과 함께해온 고려아연이 해외로 인수될 위기에 처했다”면서 “MBK파트너스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고려아연이 중국계 기업에 팔릴 수 있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7일 성명서를 내고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공격적인 M&A 과정에서 여러 논란을 야기해왔다”면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강하게 비판한다”고 밝혔다.

◇ 고려아연 측 반발 “사모펀드 휴유증 산재해”

다만 곳곳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공개매수가 성공하는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풍 및 장씨 가문 측은 공개매수가 성공할 경우 사실상 고려아연 지분 일부를 보유하지만 매각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영풍은 이번 공동 대처를 위해 10년간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더욱이 최 회장 및 특수관계인에게는 매각할 수 없다는 조항을 달았다.

반면 MBK 측은 10년 뒤 우선매수권 및 콜옵션을 확보했다. 콜옵션은 공개매수 완료일부터 2년이 지난 뒤 또는 고려아연 이사의 과반수가 MBK와 영풍이 지명하는 이사로 선임된 날 중 먼저 도래한 날부터 사용할 수 있다.

콜옵션 대상주식은 행사 가능 시점 기준으로 MBK 및 영풍이 보유한 지분의 50%+1주에서 MBK가 보유한 주식을 뺀 나머지 주식이다. MBK가 콜옵션을 사용하면 영풍보다 지분을 1주 더 갖게 된다.

고려아연 노동조합 시위.[사진=고려아연 노동조합]
고려아연 노동조합 시위.[사진=고려아연 노동조합]

이를 통해 영풍과 MBK는 10년간 고려아연의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하지만 이후에 매각 가능성도 남겨준 셈이다. 더욱이 MBK 측은 사모펀드 특성상 엑스트해야 하는 상황에서 영풍으로서도 골칫거리가 돼버린 고려아연에 대해 처분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반면 고려아연을 이끌어온 최씨 가문 측에서는 반격카드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 반대 공매 가능성도 키우고 있지만 규모나 물량을 MBK보다는 확대해야 해 상당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MBK 측이 최대주주에 올라서게 될 경우 최씨 가문이 경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은 가문 차원에서도 타격을 입게 되는 만큼 서둘러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욱이 공정거래법상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된 만큼 고려아연 자회사가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나설 수 없다는 점도 고려아연 측으로서는 불리한 상황이다.

이번 공개 매수를 두고 MBK 측은 주식 매입을 위한 대상을 명확히 했다. 이들은 전체 주식의 3% 수준인 소액주주가 대상이 아닌 기관투자자의 매각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 주식을 확보한 기관투자자들은 평균 44만~45만원 선에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현 공개매입가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이다. 전부가 아니더라도 일부만이라도 매각에 나설 경우 기관투자자도 충분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앞서 한국앤컴퍼니에서도 열악한 상황에서도 8% 지분을 모집한 바 있다. 최소 물량인 7% 이상 확보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들썩이는 주가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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