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뉴스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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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황수민 기자] 주요 경기 지표는 안정세지만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물가 부담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등 먹거리 가격이 크게 뛰면서 통계와 체감 물가 간에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41(2020년=100)로 전월(119.56)보다 0.1% 하락하며 지난 6월 이후 2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채소를 중심으로 농림수산품 가격이 급등했으나 공산품 가격이 안정되면서 전체 생산자물가는 소폭 내렸다.

품목별로 보면 농산물(7.0%), 축산물(4.2%) 등을 포함한 농림수산물이 5.3% 올랐다. 배추(73.0%), 시금치(124.4%) 등 채소와 쇠고기(11.1%) 등 축산이 크게 상승했다. 반면 공산품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4.0%), 1차 금속제품(-1.5%) 등을 중심으로 0.8% 낮아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달 정부의 물가 관리 목표치인 2.0%까지 하락했다. 2021년 3월 1.9%를 기록한 뒤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쌀, 라면, 돼지고기 등 자주 구매하는 144개 품목으로 구성돼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1년 전보다 2.1% 상승하며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밥상 물가'와 관련 있는 신선식품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오르며 전월(7.7%)보다 상승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여전히 높은 체감 물가...지표와 '딴판'

최근 3년간 누적된 물가 상승분이 워낙 큰 탓에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 자체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0.5% 수준이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2.5%, 2022년 5.1%, 2023년 3.6%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소비자물가 누적·연 환산 상승률은 각 12.8%, 3.8%로 2010년대(연 환산 1.4%)의 두 배를 웃돈다.

올해 2%대 상승률로 둔화세를 이어가더라도 이미 높아진 가격 수준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2.1% 줄었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장기간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달 중순까지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지며 '히트플레이션'이 밥상물가를 덮쳤다. 히트플레이션은 열을 의미하는 히트(heat)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폭염으로 인해 식량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뜻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4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 가격은 9474원으로 평년(7217원)보다 31.3%가량 뛰었고 시금치 가격은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외식 물가 상황은 더 심각하다. 8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2.8%로 39개월 연속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 자료를 보면 서울 기준 소비자가 많이 찾는 8개 외식 대표 메뉴 중 김밥은 지난 7월 3462원에서 지난달 3485원으로 23원(0.7%) 올랐다. 칼국수는 같은 기간 9231원에서 9308원으로 77원(0.8%), 비빔밥도 1만885원에서 1만962원으로 77원(0.7%) 각각 오름세를 보였다.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배달 수수료 비용 등이 지속적으로 오르며 외식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 경기 회복 낙관적 예측

가계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월 100.0으로 전월보다 0.8p 하락했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이 지수는 지난 5월 98.4에서 6월 100.9로 올라선 뒤 7월 103.6까지 상승했으나 8월 100.8로 떨어진 이후 9월에는 100선까지 내렸다.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내수 회복 지연 우려가 이어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계가 물가 안정을 체감하려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웅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둔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식료품 등 필수 소비재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필수 소비재를 포함한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대다수 경제주체가 느끼는 체감물가가 지표물가보다 더 높은 수준임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높은 생활물가는 의식주 소비의 비중이 높은 저소득가구,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감 경기 부진에는 경기적 원인 외에도 구조적 요인의 영향도 있는 만큼 체감 경기는 점진적인 속도로 개선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인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7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하반기에도 물가 둔화 흐름과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올해 성장률은 예상보다 높은 2.6%로 전망된다"며 "누적된 고물가, 고금리에 따라 체감경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는 체감경기 활성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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