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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가 지난해부터 부진을 거듭하며 ‘계륵’이 된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뉴스투데이 신하연 기자] 유통업계가 지난해부터 부진을 거듭하며 ‘계륵’이 된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을 놓고 투자와 축소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주요유통업체 매출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SSM은 2019년(-1.5%)과 2020년(-4.8%) 잇따른 매출 감소에 이어 올해 상반기도 전년동기 대비 10%나 실적이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에 대한 기저효과와 소비심리가 회복된 △백화점(26.2%) △편의점(6.2%) △대형마트(0.3%)와 비교해도 초라한 성적표다.

특히 기존 SSM 주력 제품이었던 일상용품(-21.3%)과 생활잡화(-15.9%) 등 비식품군(-18.9%)뿐 아니라 식품군(-9.0%) 매출도 일제히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주요 소비층이 ‘비대면 온라인 시장’과 ‘근거리 쇼핑 채널’로 급부상한 편의점으로 이동하면서다.

각각 롯데슈퍼, 이마트에브리데이, GS더프레시,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SSM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4대 유통업체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롯데쇼핑은 ‘선택과 집중’으로 가닥을 잡았다.

롯데슈퍼 신규출점을 중단하고 대신 기존 매장을 신선식품과 델리코너를 강화한 롯데프레시(프레시앤델리)로 전환해 ‘집밥’ 수요를 공략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달 초 서울시에 롯데슈퍼와 롯데마켓999의 정보공개서 등록취소를 신청했다. 정보공개서 등록은 가맹사업 필수 조건이다.

이에 관련, 롯데쇼핑 관계자는 “가맹 사업을 접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롯데슈퍼와 마켓999라는 상호로 신규출점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면서 “소비자에게 신선함을 직관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기존 매장을 롯데프레시로 전환하고 델리 상품을 확대하고 충성고객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슈퍼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1% 감소한 388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판관비 감소 등 영향으로 흑자전환했다.

현재 롯데슈퍼 매장 수는 직영점 300여개, 가맹점 100여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총 38개 직영점의 간판을 교체하고 리뉴얼을 진행했다.

향후 롯데슈퍼 전 점이 순차적으로 간판을 ‘프레시앤델리’로 바꾸고 일부 리뉴얼과 즉석조리 부문 강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코로나19로 증가한 내식 수요를 겨냥했다.

롯데쇼핑은 작년 4월 공정위에 ‘롯데프레시’로 가맹사업을 위한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바 있다. 이어 7월부터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시작해 서울 2곳, 경기 5곳 등 현재 총 18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 노브랜드는 지난 6월 사업 철수설이 돌았다.

지난 2016년 노브랜드 첫 직영 매장에 이어 2019년 가맹 사업 이후 지난 8월 노브랜드 칠곡점을 마지막으로 올해는 신규 가맹점 출점이 없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 상담 조직을 해체, 운영팀으로 재배치하기도 했다. 사실상 노브랜드 가맹사업 중단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다만 이마트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아무래도 규제가 많은 영역이다보니 일단 가맹점을 추가 확장하지 않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미”라면서 “기존 가맹점의 폐업이나 사업 철수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GS더프레시는 지난 2분기 매출(2974억원)과 영업이익(31억원)이 각각 5.5%, 66.3% 감소했다. 

슈퍼마켓 부진 극복을 위해 GS리테일은 각 체인점을 본부기구가 지도, 관리, 조정하는 체인오퍼레이션 전략을 통해 효율적인 점포 운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하반기엔 자체 배달 주문앱 ‘우딜앱’, 이와 별도로 운영되는 일반인 도보 배달자 전용 앱 ‘우친앱’ 등 퀵커머스 역량을 접목해 고객 편의와 비대면 수요 확보 전략도 내세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하반기는 통합 GS리테일 출범에 따른 시너지 강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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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즉시배송 서비스 화면. [사진=홈플러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유통사도 있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지난 3월 SSM업계 최초로 1시간 내 즉시배송 서비스를 론칭했다.

7월 온라인 1시간 즉시배송 매출은 전월 대비 약 53% 급증했다. 오픈 당시 매출과 비교하면 무려 275%나 신장했다.

폭염과 코로나19를 피해 인파가 몰리는 대형 쇼핑몰 대신 집에서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당일 요리할 신선식품과 간편식 등 신속 배송 서비스를 공략한 결과다.

빠른 배송 서비스 호조에 힘입어 온·오프라인 매출을 합산한 전체 실적도 호조세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7월 전체 매출은 전년동기비 4%, 전월 대비 6% 증가했다. 특히 전년동기비 신선식품 매출이 4%, 간편식이 10% 상승해 실적을 견인했다.

SSM 전체 매출 감소세와는 대조적이다.

국내 SSM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월(-2%) △6월(-2%) 등 상반기 내내 감소한 반면, 동기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출은 각각 7%, 6% 증가에 이어 7월에도 4% 상승했다.

신선식품이나 간편식을 슈퍼마켓에서의 구매 트렌드를 반영해 식품 구색을 대형마트의 90% 수준까지 끌어올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신선·간편식 전문 매장’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전국 135개 점포를 신선·간편식 전문 매장으로 리뉴얼해 운영 중이며 연내 159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송승선 홈플러스 모바일사업부문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 못한 변수들도 발생했지만 보다 과감하고 발 빠르게 모바일 사업 투자 결과 홈플러스의 모바일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며 기업 체질개선 작업까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도 온라인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고 식료품 즉시배송 서비스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온라인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퀵커머스 전용 이커머스 서비스 개발에도 착수했다. 

그룹 온라인 플랫폼인 SSG닷컴과는 별개로 에브리데이 애플리케이션에 온라인 구매 기능을 추가하고 식료품과 생필품을 즉시 배송할 계획이다.

배달 대행업체와의 협업 대신 전국 230여개 매장 대부분에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체 배송 차량을 이용하는 형태로 론칭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촉발한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SSM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하향 산업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SSM 채널이 가진 플랫폼 힘도 충분히 있다”며 “여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SSM도 온라인 전환 등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고 각 기업도 나름의 전략을 세우고 있는 모양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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