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틀어놓은 뉴욕증권거래소.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자회견 틀어놓은 뉴욕증권거래소.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국내 주식시장이 추석 연휴로 인한 휴장을 마치고 오는 19일 개장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셈법이 여느 때보다 복잡하다.

미·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라는 ‘빅이벤트’를 소화하며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지난달 5일 전세계 증시 급락 공포를 키웠던 ‘엔캐리’ 추가 청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은 17~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한다.

회의 결과 발표는 18일 오후 2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간담회는 오후 2시 30분 이어진다. 

한국 시간으로 각각 19일 새벽 3시, 3시 30분이다. 투자자들은 FOMC 회의 결과와 파월 의장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모두 확인한 뒤 투자 대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라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BOJ는 하루 뒤인 20일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금리 수준을 결정한다. 

앞서 BOJ는 지난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17년 만에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이어 7월 31일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했는데, 전세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했다.

저리로 엔화를 빌려 고가치 자산에 투자했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급하게 청산되며 8월 5일 ‘블랙 먼데이’로 불리는 폭락장이 연출된 것이다.

당시 일본 주요 지수인 니케이225(-12.4%)는 물론, 한국에서도 코스피(-8.77%)와 코스닥(-11.30%)이 폭락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증권가가 바라보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연준 금리 인하+BOJ 금리 인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이달 ‘베이비컷(기준금리 0.25%p 인하)’에 나설지 ‘빅컷(0.50% 인하)’을 단행할지 이견이 있을 뿐, 금리 인하는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BOJ의 경우는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경제학자 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월 금리 인상을 예상한 응답자는 한명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다무라 나오키, 나카가와 준코 등 BOJ 심의위원이 잇따라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고 있어 금리 인상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금리 인하와 일본 금리 인상이 맞물릴 경우 달러 약세·엔화 강세가 진전될 수 있고,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순식간에 빠져나오는 엔캐리 청산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주가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정확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시장은 지난달 폭락 때 엔화 숏(하락) 포지션에 베팅한 투기성 자금이 약 60% 청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 금리 인하+BOJ 금리 동결’ 시나리오가 나온다고 해도 100%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시장의 유동성을 개선하기 때문에 통상 주식시장 호재로 작용하지만, 연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경기 침체 또는 고용시장 둔화를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면 증시는 약세를 보일 수 있다.

별도 발언이 없더라도 ‘빅컷’이 나온다면 그 자체로 시장의 경기침체 우려를 자극해 달러 가치를 끌어내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는 0.25%p 인하 가능성이 50%대로 집계돼 0.50%p 인하 가능성을 소폭 웃돈다.

김 실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자체가 주가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미·일 금리 격차 축소에 따른 달러 약세화가 진행된다면 (엔캐리 트레이드의) 자금 유출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 역시 “(환율) 변동성 확대 시 엔캐리 청산 매물 출회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7월~ 8월 초 1차 매물 소화가 전개됐고, 엔화 투기적 포지션 또한 순매수 전환됨에 따라 8월 대비 매물 규모는 제한적”이라면서도 “미국 증시 유동성이 축소되는 9월 계절성과 맞물리면서 엔캐리 청산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앤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있는 환율 임계치로는 올해 1월의 저점인 140엔을 제시했다. 13일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140.93엔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 침체(또는 둔화) 우려가 지속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안전자산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주문하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는 현금 비중을 늘리면서 채권이나 안전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주식시장에 남아있겠다면 금리 인하의 수혜가 기대되거나 배당주처럼 안정적인 종목으로 옮겨가는 것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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