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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 있는 차량이 끊임없이 쏟아지며, 국내 자동차 리콜 대수는 4년 연속 200만대를 넘어섰다. 지난해만 국내외 1080개 차종 226만8864대가 시정조치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지난 2018년 BMW 차량에서 화재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으나, 제작사의 소극적인 대응과 정부의 미온적인 원인 규명 등 자동차 리콜 대응체계에 허점이 그대로 노출된 일이 있었다. 당시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민관합동 조사단까지 꾸려 원인 조사에 나섰고, 이후 자동차 리콜제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지금도 자동차 리콜 사태가 불거질 때마다 함께 회자되는 사건이다.

몇 해가 지났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자 있는 차량이 끊임없이 쏟아지며, 국내 자동차 리콜 대수는 4년 연속 200만대를 넘어섰다. 지난해만 국내외 1080개 차종 226만8864대가 시정조치 받았다.

오히려 “수만 개의 부품을 합쳐 만든 기계의 결함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일부 제작사의 배짱에 수천만원을 주고 구입하고도 불안한 마음이라며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수천만원 지불하고도 안전 보장 못 받는데, 제대로 된 사과 없어”


정부는 해마다 자동차 완성차에 대해 ‘자기인증적합조사’와 ‘제작결함조사’를 거친다.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성능연구소에서 담당하는데, 정부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조사에 자발적 리콜을 권유하거나 강제 리콜을 지시하고 있다.

지난해 국토부가 이런 방식으로 리콜을 지시한 사례는 23회에 이른다. 한 달에 두 번꼴로 수 만 명이 차주들이 리콜 통지서를 받아 드는 것이다.

지난해 리콜 대상 차량 중 국산차는 101개 차종 156만7817대, 수입차는 979개 차종 70만1047대로, 국산차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제작사에선 리콜 관련 정보를 공시하고, 리콜 대상 차량 차주들에 리콜 통보와 서비스센터 안내 외에는 별다른 조치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소비자들은 “나와 내 가족의 안전과 직결되는 자동차에 결함이 생겼다는 것도 화가 나는데, 몇 줄 사과 문장 외엔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리콜 대상 차량은 직접 전화로 서비스센터 방문을 예약해 찾아가야 하며, 수리 시간도 적게는 1시간 많게는 수일이 걸리기도 한다.

지난해 최다 시정조치를 받은 현대자동차 측은 “국토부와 협의해 정확한 내용을 공시하고, 해당 차주들에 우편과 문자로 안내하고 있다”며 “마지막 한 대의 차량까지 완벽히 수리해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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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트럭 차주 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6월 3일 서울 중구 하얏트호텔 앞에서 리콜 및 피해보상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프리미엄 브랜드라 믿고 샀는데…” 수입차 리콜량 판매량의 4배


수입차의 차주라면 리콜 과정은 더욱 번거롭다. 국산차에 비해 서비스센터가 적어 예약이 어렵고 대기시간도 길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수입차 리콜 대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최근 자동차리콜센터 및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수입차 업체들의 리콜 대수는 57만 7341대를 기록했다. 판매량 14만7757대보다 4배 많다.

가장 많은 리콜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나왔다. 9253대를 팔았는데, 리콜한 차량은 그의 6배인 총 29만7621대에 이른다. BMW도 같은 기간 4만2283대를 판매하고 18만7166대를 리콜해 4배를 웃돌았다. 

BMW코리아 측은 “소비자들이 불편함 없이 정상적인 차량 운행을 하도록 최대한 노력 중이며 리콜과 관련된 사항은 국토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문제없도록 완료하고 있다”며 “리콜전담콜센터를 운영해 빠르고 정확하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관련 법안 올해 초 개정… “미래 자동차 환경 맞는 정책 필요”


상황이 이렇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브랜드의 안전성과 가치를 믿고 구매했는데, 내가 타는 차가 충분히 검증된 차가 맞는지 의구심마저 든다”는 불만의 글이 오르내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동차 리콜을 거부당했다”는 등의 관련 민원이 종종 등장한다.

이렇듯 리콜 관련 민원이 폭주하면서 꾸준히 지적받아온 자동차관리법 및 하위법령 개정은 지난 1월 비로소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지난 2월부터 자동차 제작사가 결함을 은폐‧축소 또는 늑장 리콜을 할 경우 제작사에 대한 제재가 강화됐다.

자동차 제작사가 결함을 은폐‧축소 또는 거짓으로 공개하는 경우 과징금을 부여하고, 결함을 알고도 늑장 리콜하는 경우 내야하는 과징금을 상향조정했다. 또 신속한 리콜 유도를 위해 정부가 제작결함조사를 착수하기 전에 제작사가 안전기준 부적합을 확인해 자발적으로 리콜하는 경우에는 과징금을 감경(50% 이내)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자동차 제작사가 결함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축소 또는 거짓으로 공개하거나 시정하지 않아 자동차 소유자 등이 생명‧신체,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발생한 손해의 5배 이내에서 배상(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져야한다.

김태년 미래모빌리티연구소 소장은 “지금의 자동차관리법은 하드웨어 결함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소프트웨어 관련 규정은 전혀 없는 상태”라며 “전기차 등 자동차 환경이 첨단화되는 만큼 모든 부품을 관장하는 소프트웨어의 결함과 리콜도 늘어날 것이므로, 달라지는 미래 자동차 환경에 맞게 리콜정책도 지속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완 영진전문대 미래자동차전자과 교수도 “자율주행 등 일부 소프트웨어 관련 정책은 선진화된 나라들로부터 벤치마킹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제작사가 양질의 자동차를 생산하도록 리콜정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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