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셀트리온]
국내 제약업계가 코로나19 중장기적 대응을 위해 기존 주사제형에서 형태를 간편화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셀트리온 연구원. [사진=셀트리온]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기존 주사제형에서 형태를 간편화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토착화 전망에 따른 중장기적 대응을 위해 사용 편리성, 의약품 접근성을 향상시키겠다는 목표에서다. 정부는 다양화된 백신·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해 ‘글로벌 백신 허브’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가까이 지났지만 확산세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전파력이 강력해진 변이바이러스가 속출하고 있고 코로나19 토착화까지 전망되면서 이제는 ‘종식’이 아닌 ‘관리’ 가능 여부가 방역 성공의 관건이 됐다.

업계 전문가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인플루엔자와 같이 인류 관리 하에 두기 위해선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 처럼 복용·사용이 보다 편리한 의약품 개발이 필수적”이라면서 “가격 또한 낮은 수준에서 안정화시켜 접근성을 높여야 하는 것이 업계의 중장기적 과제”라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현재까지 긴급 승인한 코로나19 백신들은 모두 주사제형이다. 방역 전문가들도 유동적인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스프레이형, 경구형 등 제형이 개선된 백신·치료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정부의 ‘글로벌 백신 허브’ 구축 의지 또한 이러한 주장에 불을 지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각) 주최한 ‘글로벌 코로나19 정상회의’ 내 사전 녹화영상에서 “한-미 백신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네 종류의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으며 코백스에 2억달러를 공여하기로 약속했다”라며 “더 많은 백신 보급과 지원으로 코로나 극복에 기여하겠다”고 백신 허브 구축 의지를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는 “진정한 글로벌 허브가 되기 위해선 기술이전·위탁생산 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력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원활한 제조·공급 구조를 갖춰놔야 한다”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기존 주사기형 의약품보다 사용·복용이 쉬운 스프레이형, 경구용 의약품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물 재창출’ 통한 흡입·경구용 치료제 연구 활발 

새로운 백신·치료제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제형을 개선한 코로나19 의약품 연구개발에 탄력이 붙었다.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새로운 제형의 치료제의 경우 이미 시판 중이거나 개발이 완료된 약물에서 제형만 변경하거나 용도를 변경한 ‘약물 재창출’ 방식이 활용됐다. 또 병원체가 주로 감염을 일으키는 호흡기 점막에 면역을 형성하는 ‘흡입형’이 다수 적용됐다.

국내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은 최근 주사제형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의 제형을 변경한 ‘흡입형 렉키로나’ 치료제의 임상1상에 돌입했다. 기존 렉키로나주의 항체 성분을 감염된 호흡기 점막을 통해 기도·폐로 직접 전달한다.

지난 1월 설치류 대상 전임상시험에서 유효성·안전성을 일부 확인한 바 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도 천식 치료제로 개발해오던 약제를 ‘흡입형 코로나 치료제’로 용도 변경한 후보물질 ‘UI030’을 개발 중이다.

현재 임상2상을 진행 중인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 16일 멕시코 메디멕스사와 ‘UI030’ 현지 공급·판매를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회사측은 임상2상을 마치는 대로 메디맥스사를 통해 멕시코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한 뒤 현지 판매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흡입형’과 더불어 코로나19 차세대 의약품으로 꼽히는 ‘경구용’ 치료제 연구개발도 한창이다.

특히 경구용 연구개발이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는 대웅제약은 시판 중인 췌장염 치료제 ‘호이스타정’의 제형을 변경한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코비블록’을 개발 중이다.

코비블록은 스프레이 형태로도 개발이 추진된다. 지난달 임상 2상을 마친 상태다.

◇산학연, ‘흡입형’ 백신 연구개발 착수…‘주사형’ 대비 높은 효과

백신의 경우 국내 산학연의 적극적인 ‘흡입형’ 백신 연구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제넥신은 지난달 포항공대 산학협력단, 화이바이오메드와 ‘비강 투여 mRNA 백신’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나섰다.

제넥신 관계자는 “기존 mRNA 백신의 한계였던 체내 안정성을 해결할 수 있는 전달 시스템을 갖춘 백신 개발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주사제형과 비강 백신으로 개발될 계획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지난 9일 스프레이형 백신 개발을 위해 다학제 역량을 발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사용이 아닌 구강 또는 점막에 뿌리는 백신으로 ‘차세대 백신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KIST 관계자는 “KIST내 융합연구와 더불어 여러 출연연들과 함께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세계 첫 코로나 mRNA 백신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만료된 생물의약품의 복제약)가 국내 바이오사의 주도 하에 개발될 전망이다.

지난달 글로벌 mRNA 백신 개발사인 모더나와 화이자가 백신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가격대의 치료제가 공급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팜젠사이언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정부가 주최한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에 참석해 자회사인 엑세스바이오, 미국 아이비파마와 ‘코로나19 백신 공동개발 및 상업화’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미국 아이비파마의 코로나 mRNA 바이오시밀러 백신 개발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 투자하게 된다.

최근 백신에 대한 여러 변화가 시도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특히 호흡기 루트를 활용한 백신이 기존 주사제형보다 높은 효능·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 개발업체 관계자는 “주로 점막을 통해 감염되는 병원체의 특성상 침입 루트에서의 1차 방어부터 전체 방어까지 가능한 비강 등 호흡기 루트를 활용하는 백신이 기존 주사제형 백신보다 유효성에서 뛰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관건은 안전성이다.

그는 “과거 인플루엔자 비강 백신 임상시험에서는 ‘벨마비(안면신경마비의 일종)’ 등의 이상반응이 발생한 바 있으며 다른 백신을 통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라며 “안면신경 뿐만 아니라 다른 신경들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외에도 모든 이상반응에 대해 지속적인 관찰과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업계 지원대상 확대돼야 

정부는 현재 국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공모사업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임상지원, 컨설팅 제공 등 다각적인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낮은 공모 선정율을 지적하고 나섰다. 최근 진행된 3차 공모에선 지원 기업 10곳 중 2곳만 선정됐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사 관계자는 “당장의 개발 가능성이 높은 백신·치료제를 향한 ’선택과 집중’과 더불어 미래 가치가 높은 의약품에 대한 지원과 투자도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구용, 스프레이형 등 새로운 제형의 의약품들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인 초기 단계인 만큼 국내외 관련 전문가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장과 오픈이노베이션이 적극 활용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 낮은 지원예산 집행률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봉민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보건복지부 2022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 백신·치료제 임상 지원 예산 총 2294억원 중 집행된 금액은 330억원(14%)에 그쳤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3년간의 예산을 합쳐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선정 기업들의 1~3상 비용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복용이 편리하고 접근성이 높은 백신·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개발 성공시 글로벌 시장 선점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여개가 넘는 코로나19 백신이 인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비강 스프레이와 경구용 알약 백신은 10개 미만이다.

국내 업계가 주사제 위주인 코로나 백신·치료제의 ‘제형 대전환’에 주축으로 나설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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