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셋값을 잡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올해 역대 최악의 전세난이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전셋값을 잡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올해 역대 최악의 전세난이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남석 기자] 정부가 치솟은 전셋값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부터 다주택자 세금 규제, 임대차법, 공급 확대정책 등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규제 정책 이후 전세 매물이 더 줄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 시행 이후 기존 계약의 갱신률이 80%에 육박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줄었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로 집주인들의 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전세보다 월세와 반전세를 선호해 월세전환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새 정책 발표마다 전셋값 급증…임대차법 상승폭 가장 커

전세값 상승률이 심상치 않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시세는 6억2402만원으로 지난해 7월 4억8874만원에서 1억3528만원(27%) 올랐다. 2019년 7월부터 2020년 7월 사이 오른 전셋값은 4092만원이다.

한국부동산원 측은 올해 7월 평균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표본 전면 재설계에 따른 것이라 설명했지만, 민간조사업체인 KB부동산리브 자료를 봐도 2019년 7월~2020년 7월 사이 2.4(누적)였던 전세가격 변동률은 이후 1년간 16.56으로 약 7배 커졌다.

[자료=KB부동산리브]
[자료=KB부동산리브]

세입자에게 최대 4년간의 계약 갱신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셋값 상승률을 5%로 제한한 전월세상한제가 포함된 임대차2법 시행 시점인 지난해 7월을 기준으로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 시장을 잡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전세계약 갱신율이 77%까지 높아지면서 시장에 매물이 메말랐다”며 “집값 급등으로 전세 수요는 높아졌는데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서 신규 전세계약의 경우 집주인이 부르는게 전셋값이 되는 상황이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또 신규 계약의 경우 전월세상한제로 향후 4년간 올릴 수 있는 전셋값이 연 5%로 제한되는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고 있다”면서 “기존 세입자는 혜택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갱신된 계약이 끝났을 때 그동안의 상승률을 일시불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주택 조기공급 효과를 위해 내놓은 사전청약도 전세 수요를 높이고 있다. 사전 청약 당첨으로 내 집 마련에는 성공했지만, 공급 시점까지 최소 2년을 기다려야 하고 그동안 무주택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월세밖에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사전청약 이후 전셋값 상승 폭이 더 커졌다. 1차 사전청약이 진행된 7월 이후 3개월간 서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1.89%(누적)으로, 이전 3개월간 전세가격지수 변동률 0.65% 대비 상승폭이 약 3배 확대됐다.

지난 1차 사전청약의 공급 물량은 4300세대에 불과하지만, 올해 4차까지 사전청약이 예정돼 있고 정부가 민간 택지까지 사전청약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전‧월세로 무주택자를 유지하며 사전청약을 노리려는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공급 대책 효과 없어…“다주택자 규제 완화해야”

지난해 7월부터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오르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전세대책을 내놨지만, 올해 상반기 달성률이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실에 따르면 11‧19대책에서 올해 상반기 3만9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공공임대 공실 활용’ 실적은 1만7967가구로 목표치의 46% 수준에 그쳤다. 또 서울에 공공전세 1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공급한 가구는 265가구에 불과했다.

송 의원은 “정부가 임대차법으로 인한 전세난을 잡기 위해 내놓은 전세대책은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실적을 거두며 사실상 실패했다”며 “현실성 없는 졸속한 공급 대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 6월 1일부터 시행된 다주택자와 단기 거래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제도 역시 전세 매물 감소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자료=국토교통부]
[자료=국토교통부]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와 취득세, 종부세를 모두 올렸다. 취득세율이 4%에서 최대 12%까지 올랐고, 종합부동산세 최고 중과세율도 기존 3.2%에서 6%로 높아졌다. 양도세율 역시 최대 70%로 올랐다.

다주택자들에게 징벌적 ‘세금 폭탄’을 매겨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만들기 위한 압박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갔고, 오히려 매물을 거둬들이며 이른바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시장에 매물은 늘지 않았고 집값 상승률은 더 높아졌다. 집값이 오르자 전‧월세도 함께 올랐고 오른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게 됐다. 또 세금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전세를 수익이 더 높은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면서 결과적으로 전세 매물을 감소시키는 결과만 낳았다.

집주인들이 정권 교체를 통한 정책 변화를 바라며 버티기 시점을 내년 대선으로 잡으면서 매물 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전세 수요자들은 아파트를 살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여력이 있는 임대사업자가 주택을 구매할 수 있어야 전세매물이 늘어난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풀어 당장의 전세 매물을 늘리고, 이후 주택 공급을 확대해 집값을 안정시켜 전세 수요자들이 자연스럽게 매매로 넘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 시장이 공급자에게 유리해지면서 최고가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상반기 37.43%였던 최고가거래율은 올해 상반기 67.02%까지 올랐다. 올해 상반기 면적개수 기준 13426개 거래 중 8998개가 직전 최고 전세가와 같거나 더 높았다.

서 교수는 “결국 정부가 시장 가격을 통제하려 할 때마다 매매가와 전셋값 모두 올라갔다”며 “원론적인 방법이지만 규제를 풀어 가격은 시장에 맡기고, 장기적인 공급 확대 계획으로 시장 매물을 늘리는 것이 집값을 안정시키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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