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그래픽=김남석 기자]
[사진=픽사베이, 그래픽=김남석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남석 기자] 정부가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겠다며 지난해부터 시행한 임대차 3법이 마침내 완성됐다. 하지만 세입자와 집주인의 분쟁이 기존 대비 16배 늘어나는 등 시장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착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시장 혼란이 아닌 법을 활용 혹은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대립만 커지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갱신 요구권, 내집인 듯 내집 같지 않은 내집

# 세입자 A씨는 현재 집의 계약을 연장하고 싶었지만 집주인이 전세 시세가 너무 많이 올랐다며 위로금을 줄테니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갱신요구권을 활용해 5% 인상한 금액에 2년 더 계약했고 이후 집주인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보일러 고장으로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청했지만 남들보다 싸게 사니 직접 고치라는 답만 돌아왔다.

# 아파트 임대인 B씨는 실거주를 위해 계약갱신권을 거절하고 계약 만료 후 입주를 마쳤다. 하지만 전 세입자가 택배 기사를 가장해 불쑥 찾아왔다. B씨의 아들이 문을 열어주자 부모님이 B씨가 맞냐며 물었고, B씨가 나와 무슨 일인지 묻자 실제 거주하시는게 맞는지 확인한 것 뿐이라며 증빙 서류까지 요구했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회원수 150여만명 규모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관련 내용과 분쟁에 대한 질문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사진=부동산커뮤니티 캡쳐]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회원수 150여만명 규모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관련 내용과 분쟁에 대한 질문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사진=부동산커뮤니티 캡쳐]

지난해 8월 임대차 관련 2개 법안이 시행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8월부터 12월까지 접수된 ‘계약갱신‧종료’ 관련 분쟁은 전년 동기 대비 16배 증가했다.

올해도 1월부터 5월까지 97건이 접수되며 지난해 발생한 120건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이 되는 부분은 전월세 상한제와 갱신요구권이다. 법이 시행되면서 기존 임대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가격 증액 상한이 5%로 제한됐다. 주변 시세와 상관 없이 상한선 안에서 증액이 되기 때문에 임차인은 안정적인 가격으로 최소 4년간 주거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임대인은 주변 시세가 올라도 그만큼의 이득을 취할 수 없게 됐다. 증액 상한과 함께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이 발효되면서 실거주 목적으로 해당 집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5% 증액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같은 아파트 안에서 기존 계약과 신규 계약과의 가격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지기도 하지만 4년 계약이 만료되기를 기다리는 방법 뿐이다. 이렇다 보니 세입자에게 1억원의 퇴거 위로금을 건내면서까지 신규 임차인을 맞이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결국 임대인은 합법적으로 소유한 집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임대를 하는데 시세만큼의 이득을 볼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지난해 10월 계약의 자유와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까지 제출했다.

임대인들이 소득이 줄어드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전세 물량을 월세로 돌리는 전환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업체 다방에 따르면 지난해 2월 61.54%였던 수도권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매물 비중은 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10월 63.09%로 증가했고, 올해 2월 67.80%까지 늘어났다.

국토부 자료를 봐도 올해 전국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1월 41.01% △2월 42.39% △3월 42.63% △4월 42.71%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규제를 통해 전셋값 상승 폭을 제한했지만 정부 의도와 달리 전국 전셋값도 꾸준히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억9814만원이었던 전국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2억1213만원으로 올랐다.

전국 주택 전셋값 변동 추이. [자료=한국부동산원]
전국 주택 전셋값 변동 추이. [자료=한국부동산원]

전국 아파트 전세값도 같은 기간 전국이 8.57%, 서울은 3.99% 뛰었다.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8월 첫 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44주 간 단 한번의 하락 없이 모두 상승했다.

한국부동산학회장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임차인을 보호하겠다고 법을 시행했지만 결국 전셋값은 올랐고 물량은 줄었다”며 “결국 임대인과 임차인, 시장 모두 만족시키지 못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전월세 신고제 “월세보다 높은 관리비 등장할 것”

임대차 3법 중 가장 최근 시행된 전월세 신고제 역시 정부는 임차인 보호와 정확한 임대 시장 규모 파악이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

임대인들은 법 시행 이후 즉각 반발했다. 신고된 금액이 과세의 근거로 사용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단순히 시장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며, 과세 자료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임대인들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인들의 이러한 우려가 세입자에 대한 세부담 전가나 이중계약 같은 편법 사용 등으로 변질돼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부담 전가는 결국 임대료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한 이중계약은 정부의 목적인 시장 안정과 규모 파악 모두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현재 전월세 신고제 양식에 기입하는 내용은 보증금액과 월세가 전부다. 결국 임대인이 월세를 낮추고 관리비나 주차비 같은 기타 명목을 계약 조건에 삽입하면 월세는 그대로 유지되고 소득을 숨길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만 맞아 떨어지면 월세보다 높은 관리비까지 등장할 수 있다”며 “임차인 보호도 좋지만 임대 시장 안정을 위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진 정책이 아닌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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