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사진=삼성전자]

[이뉴스투데이 김영민 기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인텔과 TSMC가 잇따라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은 이유다.

지난달 21일 삼성전자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170억달러(19조원) 규모의 미국내 신규 파운드리 생산라인 투자계획을 밝혔으나 구체적인 시기와 지역은 내놓지 않았다. 이날 삼성전자가 밝힌 투자계획은 올해 초부터 알려진 내용으로 미 텍사스, 애리조나, 뉴욕 주 등이 후보지로 하고 있다.

인텔과 TSMC의 대규모 투자계획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소극적인 태도에 업계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삼성전자가 투자 적기를 놓치면서 경쟁력 하락을 우려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투자에 대해 미국 주 정부의 세금 감면, 인프라 등 인센티브를 놓고 고민한다는 입장이다. 인텔과 TSMC의 투자확대에 대해서도 이미 국내에서 신규시설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큰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텍사스, 애리조나, 뉴욕 등 후보지에서 제시하는 전체적인 조건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평택 공장에 신규시설 투자를 하고 있고 인텔과 TSMC가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갈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위원도 “미국 연방정부가 주 정부에 예산을 내리고 주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삼성전자가 각 주에서 제시하는 조건을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평택에서 신규시설 투자와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당장 생산량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에 하겠다고 밝히지 않았을 뿐, 미국 투자는 계획돼 있고 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가 일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평택 신규시설 투자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2일 김기남 부회장은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에는 총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것과 달리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사업자인 TSMC는 지난 1일 120억달러(13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미 애리조나주 파운드리 공장의 착공을 시작했다. 오는 2024년부터 5나노미터(nm) 공정의 반도체를 생산할 방침이다.

이를 포함해 TSMC는 미국내 최대 5개 공장을 추가할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앞으로 1000억달러(11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TSMC는 일본에 최대 186억엔(19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을 짓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다.

시스템반도체 강자인 인텔도 연초 펫겔싱어 최고책임경영자(CEO) 취임과 함께 파운드리 사업 강화에 나섰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22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미국 내 반도체 공급부족 해결을 위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 계획도 밝혔다. 최근에는 미국이나 유럽에 메가 팹을 추가로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인수합병(M&A)과 투자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은 인적분할하는 SKT신설투자(가칭)를 통해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밝혔다. 앞서 4월에는 내년도 시설투자의 일부를 앞당겨 올해 하반기에 집행할 계획을 알렸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업계와 전문가는 큰 위협이 아니라고 전망했다.

김 전문위원은 “TSMC가 미국에 1000억달러 투자와 일본에 반도체 개발 거점 등에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기존에 계획된 애리조나주 공장 착공에 들어갔을 뿐”이라며 “인텔의 200억달러 규모의 투자도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고 10nm 공정도 이제 성공해 파운드리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미‧중 등 국가에서 반도체 지원계획을 밝히고 글로벌 기업에서 투자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무작정 늘리는 것은 맞지 않다”며 “위기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도 “반도체 산업은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투자확대가 자칫 자충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국내 반도체 산업의 위기설이 나오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전혀 그렇게 보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앞으로 10년간 이어진다고 내다봤다. 전기차,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반도체 수요가 많은 산업이 급성장하면서다. 자율주행차의 연구개발도 진전을 보이면서 반도체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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