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실시한 카카오뱅크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윤호영 대표이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지난 2월 실시한 카카오뱅크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윤호영 대표이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이뉴스투데이 정성화 기자] 카카오뱅크가 최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증시 상장을 위한 9부능선을 넘었다.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를 마치고 증시에 안착하면 은행업 기준 27년만에, 인터넷전문은행으로는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게 된다. 시장에선 궁극적으로 확장성과 지배력, 차별적 사업모델 구축여부 등을 고려해 카카오뱅크를 전통적인 금융사보다는 플랫폼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 강한 편이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시장에서의 높은 몸값을 인정받고자 최근 플랫폼 비지니스 강화에 나서는 등 플랫폼기업으로서 입지 굳히기에 힘쓰고 있다. 오히려 '은행 지우기'에 나선 형국이다.

◇코스피 입성 눈 앞에둔 카카오뱅크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17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 4월 15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중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후, 공모주 청약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다음달부터 코스피 시장에서 카카오뱅크 주식을 사고 팔수 있게 된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고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18년 21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카카오뱅크는 2019년 132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1226억원의 영업이익과 1136억원의 당기순이익도 거뒀다. 올해 1분기에도 4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개인고객 대상의 여수신만취급하지만 여수신 성장세가 폭발적이다. 올해 1분기 카카오뱅크의 여신 잔액은 21조6050억원, 수신 잔액은 25조391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조2920억원, 1조8520억원 늘었다. 요구불예금 비중도 57% 늘었다.

3월 말 기준 총자산은 28조6164억원으로, 자산 규모만으로도 이미 지방은행을 넘어섰다. 지방은행 중 자산규모가 비교적 적은편에 속하는 광주은행의 총자산은 26조8000억원, 전북은행은 18조6000억원 수준이다.

◇ 플랫폼 기업 관점으로 봐야 기업가치 높아

카카오뱅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은행업 인가를 받은 1금융권 은행이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자들이 금융업에 진출해 혁신을 가속하라는 취지로 도입된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이런 취지로 정부와 국회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제한) 규제까지 완화해 줬다. 이에 지분 31.62%를 보유한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 밖에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26.7 %), KB국민은행(9.30%) 등이 주요주주다.

카카오뱅크가 최종적으로 코스피에 입성하면 지난 1994년 기업은행 상장 이후 27년만에 1금융권인 은행의 신규 상장이 된다. 동시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증시에 상장되는 첫 사례가 된다.

이같은 성장세와 기대감 속에서 카카오뱅크는 장외시장에서 기존 대형은행들의 가치평가를 이미 훌쩍 뛰어넘고 있다.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비상장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이날 오전 11시 기준 장외주식 가격은 9만5000원으로 시가총액만 38조9168억원에 달해 4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인 KB금융지주(22조9110억원), 신한금융지주(20조7414억원)의 시가총액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그만큼 시장 기대감도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적정기업 가치를 두고 이견도 있다. 한정된 물량의 주식이 거래되는 장외 시장 특성상 실제 기업가치보다 높은 가격에서 거래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국내 리딩 금융지주 중 하나인 KB금융지주와 견줬을 때도 17조원 이상 높게 측정된 것은 분명히 거품일 수 있다.

증권가에선 상장 후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15~20조원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카카오뱅크를 전통적 금융주가 아닌 플랫폼기업으로 바라봤을 때 기업가치가 무려 20조원을 훨씬 뛰어 넘을 것으로 본다. 결국 기존 은행의 사업모델을 탈피해 금융 플랫폼으로서 어떤 성공모델을 만드느냐 여부가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결제 플랫폼의 경우 일반적으로 월간순이용자(MAU)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이를 실제 KB금융에 대해 적용시 현재 시총과 유사한 21조4000억원이 산출된다. 카카오뱅크를  KB금융과 동일한 방식으로 예상가치를 산출하면 27조5000억원으로 현재 KB금융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다는 예상가치가 나온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뱅크는 성장성과 편의성에 기반한 시장 지배력이 확대되고 단순한 은행을 넘어선 금융 플랫폼으로서 사업모델의 성공 가능성이 부각되면 기존 금융주와는 차별적 밸류에이션 수준을 형성할것으로 예상된다"며 "궁극적으로 확장성과 지배력, 차별적 사업모델 구축여부가 카카오뱅크의 가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카카오뱅크의 본격 은행 지우기 행보

이런 맥락에서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은행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은행업을 영위하는 엄연한 은행이지만, 높은 시장가치를 인정받으려면 플랫폼기업으로서 시장에 각인돼야 하며 플랫폼 기업으로서 가치도 인정받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플랫폼기업의 시장가치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이용자 수다. 때문에 카카오뱅크는 다른 경영지표보다 고객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5월 말 기준 고객수는 1650만명이다. 월간순이용자(MAU)는 1298만명에 육박한다. 2017년 출범 당시 고객 수가 24만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68배 이상 성장했다.

이에 미래고객인 MZ세대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10월 10대 고객 공략을 위해 출시된 '카카오뱅크 미니'는 만 14세부터 19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다. 은행 계좌 개설이나 연결 없이 미리 충전된 금액만큼만 쓸 수 있는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5월 말 기준 가입자수가 80만명을 돌파했다.

통상 청소년들이 성인이 돼 처음 거래하는 은행을 잘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시 카카오뱅크 미니를 통해 카카오뱅크 뱅킹 앱에 익숙해진 청소년들이 향후 카카오뱅크의 주고객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최근에는 카카오뱅크 이용자 중 50대 이상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8년 출시된 '모임통장'이 중장년층 모객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이용자 연령별 비중에서 50대 이상 이용자는 전체의 15%였다. 이는 서비스를 개시한 2017년 7월 이후 최고치다. 

모임통장은 모임주가 회비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는 상품으로 모임주는 회비 납부 내역 조회를 통해서 멤버들의 회비 납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친목 도모나 학연·지연 등 각종 모임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모임통장은 높은 편의성과 관리의 투명성으로 인기다. 모임통장 이용 연령층도 젊은층 중심에서 중장년층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모임통장은 올해 5월 말 기준 약 870만명이 이용중이다.

카카오뱅크는 이용자 수 확대를 위해  중저신용 전용 대출 상품, 개인사업자 대상 기업대출 상품,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준비중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1650만명 이상의 이용자와 모바일 앱 MAU 1위의 트래픽을 바탕으로 금융플랫폼 비즈니스 역량 강화에 힘 쓰고 있다"면서 "고객 중심의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해 '금융 플랫폼'으로 더욱 성장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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