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이 철근 가격 인상과 잇따른 파업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공사현장이 철근 가격 인상과 잇따른 파업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뉴스투데이 김남석 기자] 레미콘 노동자가 6말7초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공사현장이 또다시 지연 위기에 빠졌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시작된 원자재값 상승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현장 관계자는 “근로자 노조, 타워 크레인, 레미콘 등 올해 유독 파업이 잦다”며 “여기에 원자재값 인상, 수요 증가에 따른 철근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정 등으로 현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구조용H형강 6개월만에 46만원 상승…유통가는 그 이상

구조용 H형강 가격 변동 추이. [사진=한국물가협회]
구조용 H형강 가격 변동 추이. [사진=한국물가협회]

건축공사 핵심 자재인 철근 품귀현상이 장기화 되고 있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t당 78만원이었던 구조용H형강 가격은 매달 평균 9% 이상 증가하면서 이달 124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1월 kg당 305원이었던 철스크랩 가격(매입가)은 이달 470원으로 54% 증가했다. D10 보통철근 가격 역시 같은 기간 kg당 675원에서 1285원까지 늘었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7대 제강사는 원자재인 철스크랩 가격 급등을 이유로 이달부터 10대 대형 건설사에 공급하는 철근 기준가격을 t당 80만3000원에서 84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 계약 당시 철근 가격과 비교하면 20% 이상 올랐다”며 “민간 공사의 경우 에스컬레이션 조항이 없어 상승분은 오롯이 건설사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제강사와 기준가격에 기반한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대형 건설사와 달리 유통대리점으로부터 도매가로 철근을 공급받는 중소형 건설사에서 더 크게 발생한다. 수입 물량 감소, 건설현장 증가 등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면서 기준가격과 시중 유통가격과의 차이가 점차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t당 4만원이던 두 가격 간 격차는 이달 들어 50만원까지 벌어졌다. 즉 대형사가 84만5000원에 철근을 공급받는 동안 중소형 건설사는 같은 자재를 134만5000원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제강사들이 대리점이 얻는 유통마진을 흡수한다는 이유로 대형 건설사와 유통대리점에 넘기는 기준가격까지 이원화하면서 유통시장 철근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제강사가 유통대리점에 공급하는 기준가격은 92만5000원이다.

제강사와 건설사 간 직발주 계약의 기준가격이 5.6% 인상된 반면 유통대리점 기준가격은 약 3배인 15.2% 오른 것이다. 하지만 철근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대리점은 이를 원가 상승으로 보고 유통가격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

이러한 철근 등의 건축 자재 가격 상승분은 대부분 건설사에서 부담해야 한다. 철근값이 언제 떨어질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기 지연으로 인한 손해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오른 가격에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달 80만원에 공급받던 철근이 이달 100만원으로 올랐다”며 “유통사에서 그나마 우리는 형편이 괜찮은 것이라며 거래 기간이 짧거나 물량이 더 적은 곳은 최대 150만원까지 거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다음달 11일 이후 중국 내수 철근 사용량이 줄며 수입량이 증가하고, 장마로 인해 국내 공사현장의 수요가 줄며 철근값이 진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미 중소형 건설사에 누적된 부담이 커 가격 안정 전에 철근 파동으로 멈추는 현장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크레인 넘으니 레미콘…잇따른 파업에 현장 ‘스톱’

지난 9일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레미콘 총파업을 예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레미콘 총파업을 예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총파업에 돌입했던 타워 크레인 노조가 정부 교섭 타결로 파업 3일 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번엔 레미콘 노동자들이 수급조절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노동자들이 30일까지 지난해와 비슷한 10%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수용되지 않으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통보했다”며 “기업 측은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의 이유로 10% 인상은 무리라고 맞서고 있어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청와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레미콘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외면한다면 6말7초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서울, 경기, 인천 등 각 지자체 행정기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 측은 “레미콘 차량이 너무 많아 덤핑 경쟁이 과열되면서 운반비가 턱없이 낮아져 노동자들의 생활고가 심해졌다”며 “수급조절이 대책으로 나왔지만 월평균 300~400만원 수입 중 차량 할부금만 150만원에 달해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3월 11일부터 4월 23일까지 40여일 간 강원 원주와 전남 영광에서 레미콘 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었다. 당시 공공‧민간 공사현장 모두 줄줄이 공사가 중단됐던 만큼 현재 예고된 총파업에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수도권 콘크리트 펌프카 노동자들이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펌프카공동대책위원회는 하청 업체가 불법 재도급으로 비용을 낮추고 있고, 건설사들이 현장의 폐콘크리트와 폐수 처리를 펌프카 기사에게 맡기고 있다며 임금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파업에는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펌프카협의회, 한국노총, 한국건설노조, 일반 펌프카 종사자들이 참가했다. 펌프카 공대위에 따르면 수도권 건설현장에 있는 펌프카 중 80%가 파업에 참여했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공사 기간 미준수와 인건비, 장비 임대료 등 손해가 막심하다”며 “철근 파동에 업종별 파업까지 잇따르면서 파업 공정 외 다른 공사를 앞서 진행하는 등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크레인, 레미콘 등 현장을 가동하기 위한 필수 업종의 경우 대안조차 없어 파업이 장기화하지 않기를 바라는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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