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마포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시세판.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정성화 기자] 정부가 이달부터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폭을 완화한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강화해 정책이 모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주택 서민들은 아무런 정책적 혜택도 없이 고소득자의 대출한도만 늘어 투기에 악용될 여지만 남겼다. 정부가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섣부른 선심성 정책으로 ‘무주택자를 두 번 울렸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1일부터 무주택자 LTV 우대혜택 상향, DSR 40% 적용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부터 은행에서 무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우대혜택을 받는 소득기준과 주택가격기준이 완화되고 LTV 우대혜택도 기존보다 10%p 늘어난다.

앞서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주택시장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을 발표했고 이에 금융위원회는 7월부터 무주택 세대주가 집을 살 때 LTV 우대혜택을 기존 10%p에서 20%p로 상향하기로 했다. 

LTV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득기준은 부부합산 8000만원에서 9000만원, 생애최초의 경우 9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되고 집값 기준도 투기과열지구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조정대상지역은 5억원에서 8억원으로 완화된다. 단, 대출 최대한도는 4억원으로 제한된다.

동시에 금융당국은 지난 4월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도 이달부터 적용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차주단위 DSR을 확대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과거에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투기·과열지구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신용대출은 연소득 8000만원 이상의 차주가 1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을 경우에만 차주단위 DSR 규제가 적용됐다. 이달부터는 모든 규제 지역의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과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대상으로 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금융위는 단계적으로 2023년까지 대출액 1억원 이상의 모든 차주로 규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소득 적으면 LTV 우대혜택 못 누려”

LTV는 담보가치에 대해 은행에서 얼마나 돈을 빌릴 수 있는지에 대한 비율이다. 예컨대 10억원의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LTV가 40%가 적용된다면 4억까지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DSR은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원금+이자)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가 결정된다. 즉 DSR 40%를 적용하면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한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불어나면서 DSR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융기관들이 차주들에게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주도록 해 금융기관과 차주 모두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다만 LTV 규제를 완화하면서 소득에 따른 대출규제를 강화해 정책 실효성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의 혜택을 보는 서민 무주택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금융위는 이번 LTV 규제 완화로 연소득 8100만원의 차주가 6억원의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LTV 규제 완화로 해당 차주는 투기지역과 조정지역에서의 주담대 한도가 각각 1억2000만원(2억4000만원→3억6000만원), 1억원(3억원→4억원) 증가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연 소득 8100만원인 차주를 서민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혜택을 받는 차주가 많이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주단위 DSR 40% 규제 적용해 대출금리 연 2.5%, 20년 만기,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 방식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시 연소득 2000만원이면 한도가 1억2600만원, 연소득 5000만원이면 한도가 3억1500만원이다. 이는 다른 대출이 없다고 가정한 것으로 실제론 이미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차주 입장에서 융통 가능 금액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무주택자의 LTV 우대혜택을 상향해도 DSR 규제확대로 고소득자가 아니라면 대출한도가 크게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금을 충분히 보유한 무주택·고소득자들이 이번 LTV 완화 혜택을 기회로 여겨 본격 부동산 투기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TV를 완화하더라도 DSR을 강화하면 더 적은 대출한도가 적용되므로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며 “규제강화도 아니고 완화도 아닌 이런식의 정책은 결국 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정책 실패를 만회해야한다는 초조함에 서민 무주택자를 두 번 울리는 ‘눈가리고 아웅’ 식 정책을 만들어 냈다”며 “앞에서 주고 뒤로는 빼앗는 포퓰리즘식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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