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최근 증권가에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중심으로 수수료 면제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 미래에셋, 한국투자, 대신 등 대형증권사들은 광고까지 해가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소형사들 역시 기존 고객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하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전면 수수료 면제를 도입시 역마진이 우려된 탓이다.

이런가운데 현대차증권이 이달 1일부터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수익률이 낮은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며 ‘책임 수수료 제도’ 도입을 천명했다. 현대차증권 역시 나름의 고민 끝에 내놓은 방안이지만 여타 중소형 증권사에게는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1일 증권가에 따르면 저금리 장기화로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저축형 상품보다 주식, 펀드 등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상품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까지 내세우며 퇴직연금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증권사 개인형퇴직연금(IRP) 규모는 2020년 말 기준 7조4889억원으로 전년 대비 47.5% 증가했다. 또 올해 1분기에만 1조4894억원이 급증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펀드 신규 가입이 주춤하고, 저금리로  저축 외에 재테크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이를 주목한 은행권이 지난해부터 개인형퇴직연금(IRP) 광고에 나서왔다”며 “증권사 역시 지난해 개인형퇴직연금(IRP)신규 가입자가 대폭 늘자 올해 5월부터 삼성증권 등은 아예 수수료 면제를 광고하고 규모가 되는 대형사 중심으로 수수료 면제 적용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별로 보면 미래에셋, 삼성, 한국투자, 대신 등이 비대면 가입에 한해 수수료를 면제했다. 키움과 NH투자 등 개인투자자의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이용이 활성화돼 있는 곳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NH투자 역시 이달 9일부터 비대면 무료에 합류했다.

중소형사 가운데는 유안타증권이 한발 빠르게 지난 5월부터 개인형퇴직연금(IRP)수수료 면제를 도입했다. 유안타는 파격적으로 지점 서비스 수수료 면제도 선언했다. 또 타사에서 계좌 이동시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현대차증권은 이달 1일부터 개인형퇴직연금 (IRP)계좌 수수료를 개편해 ‘책임 수수료 제도’를 도입했다. 다수 증권사가 비대면 한정 수수료 면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현대차증권은 △오프라인 IRP 수익률 부진 시 수수료 면제 △오프라인 IRP 수수료 업계 최저 수준 인하 △‘수수료 무료’ 비대면 IRP 출시 등을 동시에 제시했다.

이 같은 결정이 한층 눈길을 끄는 이유는 현대차증권이 개인형퇴직연금(IRP)만 놓고 보면 적립금 1조원 규모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에 이은 4위다. 강점을 가진 사업에 한층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오프라인 고객은 전문적 컨설팅을 통한 수익률 상승에 책임감 있게 나서고 직접 자산을 관리하는 온라인 다이렉트 고객은 수수료를 면제해 비용 부담을 없애겠다”며 “책임 수수료 제도는 고객 성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자 동시에 개인형퇴직연금(IRP)고객의 수익률과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포털사이트에서 'IRP'를 검색하면 나오는 광고. 대부분 증권사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포털사이트에서 'IRP'를 검색하면 나오는 광고. 대부분 증권사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반면, 이같은 대형증권사의 움직임이 중소형사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회사마다 강점을 가진 영역이 다르지만 동시에 신규 시장 개발에 소홀히 할 수 없는 까닭이다. 개인형퇴직연금(IRP)시장은 중소형사에게도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중소 B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에 단순히 IRP만 빼앗기는 것이 아닌 고객 자체가 이동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역마진이라고 수수방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현대차증권은  IRP 규모라도 큰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형사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중소 C증권사 관계자도 “단순히 수수료 면제가 아닌 현대차증권처럼 특색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도 내부 검토 중이다”고 전했다.

한편 증권사의 이같은 ‘수수료 제로’ 고객 유치전에 은행권에서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방어전이 한창이다. 신규가입은 물론 추가 납입금 등을 대상으로 상품권, 캐시백, 경품 제공 이벤트를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IRP 적립금 비중은 은행 68.5%, 증권사 23.6%다. 1분기 적립금의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은 은행 39%, 증권사 61%로 증권사의 강력한 마케팅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수익면에서는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의 눈길을 끌기에 유리해 보인다. 은행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시중 5대 은행 IRP 수익률은 하나(6.07%), 신한(5.96%), 국민(5.77%), 우리(4.56%), 농협(3.86%) 순이다. 같은 시기 증권사는 신영증권(27.39%), 유안타증권(13.41%), 한국투자증권(12.49%), 미래에셋증권(11.37%) 등 순이었다. 증권사 평균 IRP 수익률도 11.2%로 은행보다 비교 우위를 가진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은 55세까지 가입을 전제로 설계된 상품인 만큼 당장의 수익률이나 수수료 면제 혜택보다 장기적 안정성부터 고려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이후 이례적 호황을 보이는 주식시장에서의 당장의 효과기대보다 향후 20년, 30년간 유지토록 사후관리와 전문성 등도 면밀히 검토해 가입할 것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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