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종가가 표시돼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종가가 표시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미국 경기침체 우려에 미국 증시보다 국내 증시가 더 크게 휘청이자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달들어 코스피·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이 각각 8개월·2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지수 하락’ 베팅이 두드러졌다.

11일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서비스 등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9조1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8조8749억원) 이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증시를 휩쓸며 ‘블랙 먼데이(8월 5일)’가 연출됐던 지난달 일평균(10조6608억원)보다 1조5508억원 적은 수치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1월 8조8749억원에서 2월 11조2243억원으로 급증한 뒤 △3월 11조5476억원 △4월 11조1589억원 △5월 11조7508억원 △6월 12조9650억원 △7월 12조337억원 △8월 10조6608억원 등 10조원 이상 규모를 유지해왔지만 이달 들어서는 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코스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달들어 10일까지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4883억원으로 8월 일평균(7조5569억원) 대비 1조686억원 줄었다.

지난해 1월(6조1731억원) 이후 20개월 만에 가장 적은 일평균 수치다.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4월(8조9627억원) 10조원 아래로 떨어진 뒤 △5월 9조2586억원 △6월 8조7922억원 △7월 7조4377억원 △8월 7조5569억원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로 각 지수들이 연일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투심이 얼어붙은 탓이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0.06포인트(p·0.40%) 하락한 2513.37에 마감했다. 지수는 상승 동력을 좀처럼 찾지 못하며 3일부터 11일까지 7거래일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누적 낙폭은 6.02%에 달한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도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연일 신저가를 새로 쓰고 있다. 이달들어 12.65%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도 7.59% 하락하며 700선까지 밀렸다. 

여기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현 정부·여당은 ‘금투세 폐지론’을 적극 띄우고 있지만, 금투세 폐지를 부자 감세로 규정한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야당 내부에서도 금투세 강행(보완 후 예정대로 시행)과 유예간 이견이 존재하는 분위기다.

2023년 1월부터 2024년 9월 10일까지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 추이. [표=염보라 기자]
2023년 1월부터 2024년 9월 10일까지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 추이. [표=염보라 기자]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은 ETF 투자 추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달 1~11일 ETF 시장에서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종목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3조6132억원 가량 거래됐다.

이 ETF는 코스피200 선물지수 하루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2배 추종한다. 즉, 지수 상승보다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약세 국면’ 장기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미국 경기가 확장기에서 둔화기로 전환되고 있어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장기화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거래대금은 기본적으로 시황과 연동돼 있다”면서 “주가가 자꾸 떨어지고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거래량도 줄어드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각의 우려처럼 (미국 경기가) 침체는 아니어도, 확장기가 마무리되고 둔화기로 진입하는 전환기의 초입에 있는 만큼, 당분간 약세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 위원은 그러면서 “금리 인하가 여러차례 이뤄져 (경기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경기의 방향성 자체가 돌아서기 전까지 추세적인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 추세적 반등을 전망했다. 

그는 “미국 경기가 식고 있는 데다 지수도 기업 실적 대비 과열된 상태이다 보니 글로벌 증시 전체가 위험자산에 대한 자산 배분에 소극적인 분위기”라며 “(한국의 경우) 개미들은 서학(해외)으로 갔고, 금투세에 따른 큰 손들의 이탈도 있는 것 같다. 국내 수급이 공백인 상태라 외국인이 조금만 팔아도 휘청이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많이 빠지면 기술적 반등은 있겠지만 추세적인 상승은 2026년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1년 정도는 적게 떨어지기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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