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가 북가좌6구역 재건축 사업에 제안한  ‘드레브372’ 전망대.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가 북가좌6구역 재건축 사업에 제안한 ‘드레브372’ 모습. [사진=DL이앤씨]

[이뉴스투데이 김남석 기자] 브랜드 싸움으로 평가받는 서울 재건축 사업에 ‘특화브랜드’가 등장했다. 건설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본 아파트 브랜드 외 고급화를 표방한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안한 적은 있지만, 해당 단지만을 위한 신규 브랜드를 제안한 경우는 처음인 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지난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재건축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DL이앤씨가 이 구역만을 위한 신규 브랜드 ‘드레브372’를 제안했다. 경쟁사인 롯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인 ‘르엘’을 제안하면서 하이엔드 브랜드와 신규 브랜드의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기본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과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의 브랜드 평판이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DL이앤씨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제안한 것은 의외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트랜드 따른 새로운 마케팅 vs 아크로 이미지 지키기 위한 꼼수

DL이앤씨의 대표적인 하이엔드 단지 아크로리버파크 일대. [사진=연합뉴스]
DL이앤씨의 대표적인 하이엔드 단지인 ‘아크로리버파크’ 일대. [사진=연합뉴스]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참여하면서 자체 ‘브랜드심의평가위원회’를 개최하고 해당 지역에 어떤 브랜드를 적용할지 결정한다. 보통 입지와 상징성, 규모, 조합원이 원하는 사업비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하지만 북가좌6구역에 제안한 ‘드레브372’는 기존에 없었던 브랜드이고, 재건축 사업에 특화 브랜드를 적용한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다. 이미 고급화 이미지가 형성된 ‘아크로’를 적용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과 기존 단지와의 차별화로 오히려 상징성을 가진다는 주장이 양립하고 있다.

DL이앤씨는 PH129, 91한남 등 최고급 하이엔드 공동주택을 표방한 것으로, 북가좌6구역을 서대문 지역의 랜드마크로 형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아파트 간의 등급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단지명에 주소 숫자를 붙이는 하이엔드 주거공간 트랜드를 따른 것”이라며 “드레브372는 아크로와 별개 브랜드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하이엔드 브랜드가 고급 아파트 이미지로 굳혀진 상태에서 새로운 브랜드가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갖출 것인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신규 브랜드의 등급에 따라 현재 적용된 ‘아크로’ 단지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DL이앤씨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가 수주한 노량진8구역 조합에 따르면 e편한세상과 아크로의 공사비 차이는 3.3㎡당 80만원 수준이다. 특화 외관 설계와 조경, 고가 자재 등이 공사비에 반영된다.

아직 드레브372의 설계와 적용 자재 등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DL이앤씨가 아크로 이상의 고급 단지를 형성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애써 구축한 아크로의 이미지를 직접 깎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만약 DL이앤씨가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할 생각이었다면 아크로를 제안했을 것”이라며 “굳이 신규 브랜드를 론칭해 제안한 것은 아크로의 이미지를 지키면서 북가좌6구역 조합원들의 호응을 얻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DL이앤씨가 입찰 제안서에 향후 협의를 거쳐 브랜드 변경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조합원들의 최종 선택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설문 응답자 90% “건설사와 브랜드가 아파트값에 영향 미친다”

조합원들이 재건축 단지에 적용되는 브랜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결국 집값이다.

지난해 부동산114와 한국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43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5%가 건설사와 브랜드 가치가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연도별 상위 브랜드와 하위 브랜드 아파트 가격 상승률 비교. [사진=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도별 상위 브랜드와 하위 브랜드 아파트 가격 상승률 비교. [사진=대한건설정책연구원]

또한 지난 2012년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아파트 브랜드가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상위브랜드 아파트의 가격상승률은 70.96%, 하위브랜드 아파트의 가격상승률은 37.42%로 나타났다.

실거래가를 봐도 아크로리버파크, 용산푸르지오써밋, 디에이치 모두 주변 지역 시세를 선도하며 대표적인 최고가 아파트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아크로리버파크는 3.3㎡당 1억5486만원 수준에 거래돼 강남 지역에서도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브랜드가 아파트 값에 영향을 미치면서 건설사도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하이엔드 브랜드의 경우 적용 단지를 까다롭게 선정해 차별화‧고급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하이엔드 브랜드를 원하는 조합과 적용을 꺼리는 건설사 간의 분쟁으로 선정된 시공사를 변경하는 일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 조합은 ‘아크로’ 브랜드 적용을 요구했지만 DL이앤씨 측에서 거절해 시공사 선정 2년여 만에 계약을 해지했다. 앞서 지난달 흑석9구역도 시공사인 롯데건설과 ‘르엘’ 브랜드 적용을 놓고 갈등을 겪은 끝에 시공사 변경을 결정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 적용을 두고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기존 단지들의 반발과 향후 수주전에서의 무분별한 적용 요구”라며 “희소성을 유지해야 하이엔드 이미지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조합 측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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