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인근 줄지어있는 렌터카들. [사진=연합뉴스]
제주공항 인근 줄지어있는 렌터카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1. 여름휴가를 맞아 제주도 여행을 계획한 A씨 가족은 여행 예산을 세우다 생각지 못한 부분에 혀를 내둘렀다. 아반떼를 빌리기로 결정하고 인터넷 검색으로만 알아봤는데도 하루 빌리는 가격이 13만원이나 됐다. 17000원가량 자차보험료가 붙으면 가격은 더 오른다. A씨는 “3박 4일 묵는데, 렌터카에만 50여만원이 든다니 너무하다는 생각만 든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2. 지난 7월 중순 제주도에서 렌터카를 이용한 B씨도 업체로부터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보험료 등 추가요금까지 정확히 지불하고 빌렸는데, 반납하려 하자 클리닝(청소) 비용, 휘발유값 등을 요구해왔다. “막무가내로 차가 더럽다며 추가 청소를 통보하고 주유등 눈금을 가리키며 모자란 휘발유 값을 내야 한다는데, 미리 찍어둔 사진이 없어 돈을 더 주고 말았다”고 씁쓸해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며 여름휴가객들이 제주도로 몰리면서 렌터카 악덕 상술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7월 말~8월 초를 극성수기로 지정하고 평소보다 서너 배 가격을 올려 받는데도 제주특별자치도(제주도)측은 “렌터카 요금은 시장경제에 따른 자율 책정”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하는 안일한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현재 제주도엔 3만여 대의 렌터카가 거리를 달린다. 대기업을 포함해 130여 개의 중·소 렌터카 업체가 성업 중이다.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나 전화 안내를 통해 대여료를 안내하는데, 이 금액은 업체들이 모여 정한 표준요금에 근거한다. 이 표준요금에서 올려 받으면 단속 대상이지만, 할인율까지는 막을 수 없다는 게 제주도의 입장이다.

제주도 렌터카 관리 담당은 “사기업에서 정하는 가격까지 제한할 법적 근거는 없다”며 “표준요금을 넘지만 않으면 문제없다”고 잘라 말했다. 법적 문제가 없다고 과도한 렌트료를 계속 내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서울지역의 렌터카 요금은 아시느냐, 거긴 훨씬 비싸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다만 제주도는 현재 도내 113개 렌터카 업체를 대상으로 대여약관 신고요금 이상 대여행위, 건전한 자동차 대여사업 운영을 위한 등록기준 적합 여부, 등록조건 이행 여부 등 관계 법령 준수 여부, 전반적 운영상황 및 차량 정비·점검 등을 중점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내 렌터카 130여개 업체 중 96곳이 가입한 제주도렌터카조합에선 바가지 요금을 바로 잡겠다며 요금 상한제·하한제를 제주도에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조합 측은 “성수기와 비수기의 요금 편차가 너무 심하다 보니 정해진 표준금액에서 벗어나지 않는데도 성수기만 되면 소비자들은 ‘바가지’라고 느낀다”며 “제주도내 교통난을 줄이기 위해 고안한 렌터카 대수 총량제 시행까지 겹쳐 요금은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사진=제주도렌터카조합]
제주도렌터카조합이 제주도에 제안한 렌터카 대여료 상·하한제 금액표. [사진=제주도렌터카조합]

그러면서 “업체별 요금 조사를 통해 상·하한가(경형 최저 23000원·최고 43000원, 중형 최저 34000원·최고 71000원 등 *자차부담금 별도)를 정해 제주도에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상·하한제를 추진할 법적 근거가 없고, 오히려 업체 간 담합을 유도할 우려도 있다”며 “표준요금보다 올려 받을 경우 신고하면 행정조치는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러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대체지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제주도는 4월부터 4개월 연속 관광객이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방문객이 줄 잇고 있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제주를 찾은 방문객은 7월에만 102만6769명을 기록했다. 올해 누적 관광객은 65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525만5332명에 비해 23.8%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관 조사에 따르면 제주도를 방문하는 내국인들의 86.2%는 렌터카를 이용한다. 제주도 관광객 10명 중 8명은 렌터카를 타는 셈이다.

이처럼 지리적 특성과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대중교통을 선호하지 않는 시국에서 렌터카 이용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때문에 더 이상 렌터카 시장서 성수기마다 불거지는 가격 폭등 문제는 ‘시장경제에 의한 가격 경쟁은 자율’이라는 논리로 내버려 두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피해를 근절하기 위해 표준요금 전면 재검토와 구체적인 렌터카 가격 관련 정부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 지난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렌터카 대여사업자 안전관리 강화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렌터카 요금 폭등이나 덤핑 문제에 대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전반적인 렌터카 시장규모가 늘어난 만큼 업체의 자정적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휴가철 성수기 반짝 특수에 잠깐 올려 받는 건 문제없다”는 식의 영업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렌터카 수는 지난해 100만 대를 넘어섰다. 2015년 50만 대를 돌파한 지 5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극성수기로 분류하는 7월 말~8월 초엔 가격이 어느 정도 올라가는 건 맞지만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지 않는다”라며 “시장규모가 커지고 수요가 늘어난 만큼 소비자 만족도 높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email protected]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