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은 IPO대어로 꼽혔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개인투자자의 청약 전략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크래프톤은 IPO대어로 꼽혔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개인투자자의 청약 전략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직장인 장재영(45세)씨는 일반 공모주 청약에 균등배정 제도가 생긴 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획득 주수가 크지 않아 수익액은 크지 않으나 확실한 수익률이 보장되고 새로운 종목에 대한 투자정보 물색에도 도움이 돼서다.

이러한 장 씨지만 크래프톤 청약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공모가가 49만8000원으로 과도하게 높고 확약 물량도 적은 편이어서 상장 직후 공모가 2배로 매도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아 보여서다. 대신 이달 진행되는 공모청약 행사 중 알짜 종목의 옥석을 가리기 위한 정보 수집에 힘쓰고 있다. 균등배정을 통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도 가능하고, 청약은 저가매수의 대표 기회인 만큼 상황에 따라 비례배분 도전까지 나설 수 있다.

5일 증권가에 따르면 크래프톤(증거금 5조358억원)이 공모가 3만9000원인 카카오뱅크(58조3000억원) 보다도 낮은 성과로 흥행에 실패했다. 

이렇다 보니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이름값이나 간판보다는 실속에 방점을 둔 청약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 기준은 물론 주식투자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기업가치를 따져보는 것이다.

이번 달 일반 공모주 청약이 진행되는 기업 가운데는 △플래티어 △아주스틸 △일진하이솔루스 3종목이 꼽히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이커머스, 가전제품 외형 소재, 미세저감 장치 등 최근 각광 받는 분야에 포진돼 있다.

실제로 이달 4~5일 청약을 실시한 플래티어는 청약증거금 6조1846억원을 끌어모으며 크래프톤을 앞질렀다. 공모가가 1만1000원으로, 대표 주관사 KB증권에 따르면 일반 청약 경쟁률은 2498.8대 1로 집계됐다. 앞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도 총 1564곳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해 경쟁률 1631대 1로 흥행했다.

2005년 설립된 플래티어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솔루션을 다양한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한다. 고객 행동, 제품 종류, 주문, 배송 등 단계마다 발생하는 데이터를 50억 건의 누적 데이터 등과 연동해 분석·처리하는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플래티어의 고객사는 약 600여개사, 진행 프로젝트는 900여건이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394억 원, 영업이익 36억 원이다.

KB증권 관계자는 “향후 전망이 밝은 이커머스와 디지털 전환 부문 사업 성과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대기업 프로젝트 수행 레퍼런스와 강력한 진입 장벽, 수익성을 동시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공모주 일반 청약이 시작된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증권 여의도 영업점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6~27일 이틀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청약을 통해 전체 공모 물량의 4분의 1인 1636만2500주가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된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뱅크 공모주 일반 청약이 시작된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증권 여의도 영업점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6~27일 이틀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청약을 통해 전체 공모 물량의 4분의 1인 1636만2500주가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된다. [사진=연합뉴스]

아주스틸은 다음 주인 9~10일 일반 공모주 청약이 예정돼 있다. 코스피 상장 예정이며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기관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희망밴드는 1만270원~1만5100원이다.

1995년 설립된 아주스틸은 경북 구미 소재 중견기업이다. 철강 유통업으로 시작했으나 당시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던 LCD TV용 케이스 개발에 뛰어들었다. 대표 제품으로 삼성전자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 시리즈의 겉면 패널 컬러강판을 제조한다. 또한 LG전자에 LCD TV 전·후면 케이스를 직접 생산해 납품했고, 현재는 OLED TV에 들어가는 케이스도 전량 공급했다. 연간 500만 대 이상의 케이스를 제작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5697억원을 올렸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44.2% 증가한 1740억원을 기록했다.

아주스틸 관계자는 “전통 제조업도 기술을 개발하고 공정을 개선하면 얼마든지 혁신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건축 내·외장재 생산설비 및 디지털 프린팅 기술 혁신에 투자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이달 말인 24~25일로 일반투자자 청약이 예정돼 있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2만5700~3만4300원으로 기관 수요예측은 오는 19~20일에 예정돼 있다. 코스피 상장을 준비 중이며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다. 책정한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어 올해 하반기 중대형 IPO(기업공개)로 꼽힌다.

1999년 한국복합재료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2011년 일진그룹에 인수되며 지금 회사명이 됐다. 수소연료탱크와 모듈 등을 제조하는 수소모빌리티 부품기업이다.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 연료탱크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환경 사업부문과 수소 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은 각각 50.6%, 49.4%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1135억원(+28.2%), 영업이익 150억원(+25.4%)을 기록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수소라는 에너지원이 적용되는 분야가 확대되면서 수소의 운송·보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동시에 미세먼지 저감장치 부분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중”이라며 “환경 사업부문과 수소 사업부문 모두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4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최근 IPO 시장의 개인투자자 증가와 수요예측제도의 평가’가 눈길을 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청약률이 높을수록 공모주 수익률도 높았다. 2011~2019년 상장일 기준 공모주 수익률은 개인청약률이 200대 1 이하에서 9.6%이었지만, 200~800대 1에서 31.2%, 800대 1을 초과한 경우 58.9%로 높았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청약률이 곧 개인투자자들의 실수요와 투자 관심 을 나타낸다. 아울러 IPO 공모주의 시장가격 또는 수익률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email protected]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