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해외예방접종 완료 격리면제자 출구로 나가고 있는 입국자.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해외예방접종 완료 격리면제자 출구로 나가고 있는 입국자.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국내 장기체류 중인 미국 국적의 사업가 A씨는 최근 휴가차 미국을 방문한 뒤 업무 복귀를 위해 재입국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맞닥뜨렸다. 사업을 위해 한국에 홀로 장기체류 중인 A씨는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을 2회 접종하고 ‘해외백신접종완료자 자가격리 면제’ 프로그램을 신청했으나 영사관으로부터 반려 통보를 받았다. 국내에 직계가족이 없고 해외 출장이 잦은 사업 특성상 미국 내 거주지도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A씨는 ‘기업인 격리면제 제도’를 재신청해 입국 후 자가격리를 면제받았으나 해외접종자에겐 국내의 ‘백신 인센티브’ 적용도 인정되지 않아 업무와 일상에 제약이 너무 많다고 푸념했다.

최근 글로벌 백신 접종완료율이 상승함에 따라 경제활동 편의 확대 등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해외접종완료자 격리면제 제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자와 백신접종 등에 대한 기준에 부합해도 독신 여부 등 일부 관련 없는 기준에 의해 ‘불합리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정부는 현재 해외에서 백신접종을 완료한 내·외국인 입국자를 대상으로 △인도적 목적 △중요사업상 목적 △공무국외출장 목적 △학술·공익적 목적에 한해 14일간의 의무 격리를 면제하고 있다.

격리면제를 신청하기 위해선 먼저 동일국가에서 백신별 권장 횟수를 모두 접종 후 2주가 경과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승인한 화이자, 모더나,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시노팜, 시노벡, 코비쉴드 백신만 인정된다. 

더불어 국내에 본인 또는 배우자의 직계가족(형제·자매 제외)이 거주해야 하며 방문목적에 대한 소명도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격리면제 제도는 특히 촌각을 다투는 기업인·사업가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또 중요 사업을 위한 기업인의 경제활동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해 ‘기업인 격리면제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 기업·단체 등에서 ‘사업 중요성’을 증명하는 격리면제서를 신청하면 산업부·중소기업벤처부 등 관계부처에서 심사 후 재외공관에서 면제서를 발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격리면제 제도는 아직 전반적으로 수많은 개인·사업적 상황과 여건을 아우르기엔 역부족이다. 미국 국적의 국내 장기체류자인 독신 사업가 A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2차접종과 비자 기준을 충족했지만 국내에 직계가족이 없고 국외 거주지가 불분명하다는 사유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했다.

A씨는 “당시엔 긴급한 사업적 용무가 아니기도 했을 뿐더러 한국에 가족은 없어도 한국 내 거주지는 있어 일반 신청에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라며 “해외에서 확실하게 백신 2차접종까지 완료하고 정부에서 면제 기준 대상자로 인정하는 F-4 비자도 갖고 있는데도 독신이란 이유로 반려됐다는 점이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관련 기준이 여러 번 바뀌어 인터넷 검색 등으로 찾아봐도 격리면제와 관련한 수많은 기준과 조항이 뒤섞여 있어 최신 개정안의 확인마저 어려웠다”라며 “해외접종완료자의 절반 이상은 해외 국적자일텐데 이러한 특성과 여건을 고려해 개선된 추가적인 규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접종완료자는 접종을 완료한 뒤 2주가 경과된 이후에 재입국한 경우 별도의 신청서 없이 격리가 면제된다.

이러한 형평성 문제는 입국 후에도 이어진다. 현재 국내접종완료자를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는 ‘백신 인센티브’는 해외접종완료자를 포함하지 않아 ‘5인 이상 모임금지’ 등 일상생활의 제한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고 있는 수도권의 경우 기본적으로 오후 6시 이전에는 4명까지, 그 이후에는 2인까지 모임이 허용된다. 다만 모임에 백신접종완료자 2인이 포함될 경우 오후 6시 이후라도 4인 모임이 가능하다. 

A씨는 “해외접종자의 접종 여부는 국내 방역조처나 정책에 전혀 적용되고 있지 않다”라면서 “단순히 해외에서 접종을 마쳤다는 사실이 사업적 용무에 이어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해외접종 자체에 회의감을 느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해외에서 발급한 접종증명서는 국내 활용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국내 접종증명서를 인정하는 일부 유럽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해외 접종이력으로 국내 접종증명서 발급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의 기준 내에서 여러 사업·상황별 특수성을 아우를 수 있는 포괄적인 ‘격리면제 개정안’과 함께 해외접종 이력을 인정·적용할 수 있는 행정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당국 관련부처 등에 수차례 연락을 취해봤지만 제대로 된 답변은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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