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 사정청약과 누구나집 정책을 발표했지만 건설사가 사업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정부가 민간 사정청약과 누구나집 정책을 발표했지만 건설사가 사업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김남석 기자] 정부가 주택 공급을 위해 민간 사전청약 확대와 누구나집 정책을 발표했다. 두 정책 모두 민간 건설사의 참여가 필수적인 사업이지만 정작 민간에서는 사업성 확보에 대한 어려움을 이유로 참여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맞으면서 이름 있는 건설사의 경우 대부분 어느 정도 일감은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안다”며 “이런 상황에서 향후 모든 리스크를 건설사가 떠안아야 하는 새로운 사업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급변하는데…“사전청약‧누구나집 불확실성 너무 높아”

지난달 25일 사전청약을 민간까지 확대해 총 8만7000호를 확보하겠다 밝혔고, 지난 7일에는 주변 시세 대비 85~95%의 임대료로 10년간 거주한 뒤 분양으로 전환하는 ‘누구나집’ 사업을 새롭게 발표했다.

정부는 두 정책 모두 주택 공급 확대와 공공사업 아파트 브랜드 다양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장밋빛 기대감을 내비쳤지만, 정작 사업에 필수적인 민간 건설사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사전청약의 경우 향후 택지 분양에서 가점을 얻을 수 있긴 하지만, 건설사가 보유하고 있는 공공택지를 조기에 활용해야 하고 본청약 시점인 1~2년 뒤의 집값을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리스크가 생긴다.

또 본청약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공기가 연장될 경우 건설사와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실제 10년 전 시행된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제도에서 토지보상, 인허가 등의 문제로 사업이 최대 7년까지 지연되기도 했다.

10년 후의 집값을 지금 책정해야 하는 누구나집 사업은 위험성이 더 높다. 건설사의 수익 대부분은 분양시점에서 나오는데, 분양 시점이 10년 뒤로 밀리면서 그동안 공사 자금이 묶이고, 금융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국토부가 리츠 출자 자금의 70%를 기금으로 조성한다고 밝혔지만, 높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률을 연간 최대 1.5%밖에 책정하지 못하는 사업에 참여하려는 건설사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10년 뒤 집값이 하락하면 세입자의 경우 불이익 없이 분양을 포기할 수 있지만, 건설사는 미분양으로 인한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민간 사전청약과 달리 정부의 매입 확약조차 없다.

실제 올해 시공평가 50위 내 20개 건설사에 확인해 봤지만, 누구나집 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건설사는 한 곳도 없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누구나집 사업에서 시공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임대료와 분양가인데, 일반 임대아파트 보다도 임대료가 낮아 10년간 해당 단지에 묶여있는 공사비 등 자금의 금융비용조차 나오지 않고, 공사 기간을 고려하면 최대 13년 뒤의 집값을 내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3년뒤 분양 시점까지 이익 실현 구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 사업에 참여할 건설사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분양가상한제‧인허가규제 풀어줄게”…업계 달래기 나선 정부

야심차게 내놓은 사업이 건설사의 저조한 참여율로 좌초위기에 빠지자 국토부장관까지 업계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 9일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대한주택건설협회를 찾아 민간 건설사들과 공급기관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9일 제2차 공급기관 간담회에서 노형욱 국토부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지난 9일 제2차 공급기관 간담회에서 노형욱 국토부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이 자리에서 업계는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규제와 고분양가 관리제도, 분양가 상한제 등 기존 주택 사업에서 건설사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규제 개선을 요구했다.

특히 고분양가 관리제도와 분양가 상한제는 오랜 기간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지키고 있었지만, 이날 노 장관은 해당 규제의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빠른 주택 공급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정책 일관성을 해친 건설사와의 ‘거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심사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공급 억제책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개선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며 유지해 왔다”며 “하지만 이번 민간 건설사의 사전청약 확대를 위해 해당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위성과 신뢰성, 정책 일관성을 모두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자료=대한주택건설협회]
[자료=대한주택건설협회]

이번 거래를 통해 민간 사전청약 물량은 어느 정도 확보하게 됐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번엔 무주택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두 배 오른 집값을 되돌릴 정책을 내놔도 용서받지 못할 정권이 건설업계 이익을 위해서 분양가를 높이겠다는게 말이 되냐”며 “무주택자 목에 칼을 들이대는 것보다 더하다”는 분양가 규제 완화 비판 청원 글이 올라왔다.

또 사전청약보다 리스크가 크고,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 건설사의 참여가 더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누구나집 사업은 공급기관 간담회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지난 8일 공모가 시작됐지만,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건설사는 아직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업 주체인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측은 이제 막 공모가 시작됐기 때문에 아직 사업의 성패 여부를 가늠하긴 힘들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공모 시작 이후 아직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건설사는 없다”면서도 “사업 발표 전 6개 민간 건설사와 사전 조율 과정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고, 아직 공모 기간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전에 사업을 조율한 건설사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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