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인공지능(AI), HBM(고대역폭메모리), 엔비디아, TSMC 등 글로벌 주식시장과 산업부문을 강타한 주요 키워드들이다. 모든 것이 단 한 가지, 반도체를 가리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무대에 중심에 선 주인공은 단연 ‘엔디비아’다. 대 AI 시대 속 ‘AI칩’이라는 만능의 ‘이기(利器)’를 손에 거머쥔 무소불위의 권력과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 증시와 각국 기업들의 시총까지도 엔비디아로부터 비롯된 각종 호재와 악재에 울고 웃는다.

마치 우리와는 다른 별천지의 세계 같겠지만, 그들과 우리나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라는 우리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 기업들은 비교를 불허하는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상위권을 넘어 전 세계 정상을 꿰찼다. 업계 3위 미국의 마이크론이 있지만,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비견하긴 어려운 수준이다.

물론 거래 관계에서 제품을 수요처에 납품하는 ‘을’의 입장으로 볼 순 있으나, 절대적인 기술적 우위로 단순 갑을 관계를 넘어선 ‘슈퍼 을’로서 세계에 군림 중이다.

다만 국내 위상은 글로벌만 하지 못하다는 ‘웃픈’ 현실이 그들의 속을 쓰리게 한다.

미국은 ‘칩스법’을 앞세워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현지 생산공장 유치를 위해 수백, 수천억 들이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 밖에도 주요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더욱더 나은 기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애를 쓴다.

물론 그 타깃이 우리 기업들만을 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국 기업만을 한정한 혜택도 아니어서 기업들이 쌍수 들어 환영해 마지않을 일이다.

자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은 더욱 ‘핫’하다. 연구개발(R&D) 여건부터 생산·제조·납품 단계에서 생겨나는 각종 부담을 덜어주는 체감도 높은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타고 더욱 확대되는 중이다. 최대 시장을 보유한 미국은 물론 대만, 중국, 일본 등 주요 생산기업을 자국에 둔 국가들은 앞다퉈 기업들의 성장을 촉진할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HBM, D램 등 가장 중요한 제품군에서 활약 중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라는 ‘톱티어’ 기업을 둔 우리나라는 어떨까.

쉽게 말해 ‘답’이 없는 상태다. 한국형 칩스법은 국회 문턱에서 헤매고 있고, 이미 주요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는 자금지원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필요성을 주장하는 국회의원이나 전문가들이 목소리 높여 성토하고 있지만, 듣는 이들의 반응은 전무하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력 계통연계를 비롯한 각종 문제로 삽을 뜰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지난해 대대적인 R&D 지원 규모 감축은 말할 것도 없다.

말 그대로 산업과 전문분야의 태동과 성장, 생태계 조성 전반에 정부와 국회가 관여하는 게 전무하다. 무조건적인 기업들의 희생과 투자만을 요구한 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려 애써 시선만 회피하는 중이다. 기업들은 목이 터져라 외치지만 말 그대로 ‘공염불’이다.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혀만 끌끌 찬다. 우리 수출의 첨병이자 IT 강국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 반도체는 이제 국내에선 노 저을 힘조차 잃은 돛단배 신세로 전락 중이다.

더이상 반도체 잘 만드는 나라는 없다. 기업들이 반도체 못 만들 한국만이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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