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채연 기자] “지속 가능한 패션? 몇 년 전에도 있었는데···.”

최근 패션 업계가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한 패션쇼·전시·컬렉션·팝업 스토어 등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패션은 최근 등장한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1962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출간되면서 환경 운동이 활성화됐고, 사람들은 친환경 패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후 2004년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가 발표한 ‘Who Cares Wins’ 보고서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됐고, 패션 업계를 비롯한 기업들도 관련 이슈를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최근에도 많은 패션 브랜드는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2024 가을·겨울(FW), 2025 봄·여름(SS) 컬렉션을 출시했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도 이를 의식하듯 지속 가능성을 내세워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패스트 패션은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해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공급·소비하는 의류·의류 산업을 이르는 말이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반독점 규제당국(AGCM)은 중국의 온라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 쉬인(Shein)의 ‘그린워싱’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쉬인은 2017년 초저가 전략으로 미국과 유럽에 진출해 인기를 끌었다. 쉬인은 미국에서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과 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ZARA)의 시장 점유율을 뛰어넘기도 했다.

그린워싱은 녹색(Green)과 위장(Whitewashing)이 결합한 단어로,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이나 기업 활동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해 이익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쉬인은 이탈리아 웹사이트에서 탈탄소화를 강조하지만 2022년·2023년 쉬인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는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가 내놓은 ‘World Trade Statistical Review 2023’에서 의류 수입 상위 6위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인 의류 수입량 상위권 국가다.

2022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폐의류는 약 10만6000톤으로, 2018년(4만6749톤) 대비 128%증가했다. 판매가 안 된 제품들은 2~3년 차에 아울렛에서 판매되고 그마저도 소진되지 않는다면 결국 소각된다.

보그에 따르면 많은 패션 브랜드는 이들이 내세운 지속 가능성이 실질적인 환경 영향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한 그린워싱 전략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브랜드들은 지속 가능한 패션의 일환으로 재판매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일부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지만, 여전히 대량 생량과 저렴한 가격 의존 등이 문제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실제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적 변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도 보인다. 지난 3월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하원은 만장일치로 패스트 패션 제한법을 가결했으며, 상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법안은 저가 의류에 대한 환경 부담금 부과와 저가 의류 판매 광고의 금지를 핵심으로 2025년 제품당 5유로(7000원)의 부담금을 부과하고, 판매 가격의 50%를 넘지 않는 선에서 2030년 10유로(1만4000천원)까지 점차 부담금을 인상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유럽연합(EU)은 그린워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 의회에서는 2026년부터 과학적 검증 없이 친환경·생분해성 등의 용어를 광고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통과됐다.

지속 가능한 패션이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조화된 시스템으로 정착돼야 한다. 시즌별로 선보이는 트렌드에 매몰되면 ‘지속 가능’이란 말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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