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염보라 기자] 내년 1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금투세 시행이 정치권의 논쟁거리로 부각된 건 2022년에 이어 두 번째다. 2년 전에는 ‘시행이냐 유예냐’의 양자택일이었다면 이번에는 ‘폐지’까지 더해 3가지 선택지를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는 형국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금투세 시행에 부정적이다. 2022년 9월 1일 ‘금투세 시행 2년 유예(2023년→2025년)’ 등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던 윤석열 정부는 이번엔 ‘금투세 폐지’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2년 전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울며겨자먹기로 2년 유예안을 수용했던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은 ‘폐지론’까지 나오자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금투세 밑그림을 그렸던 만큼 ‘기존 계획대로 2025년부터 시행’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투세 시행 유예를 시사하는 등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본 한 경제학자는 “정부와 여당, 야당의 주장에는 데이터가 아닌 ‘그럴 것’이라는 추측만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먼저 정부와 여당이 금투세 폐지 추진 이유로 내세우는 ‘자본이탈’ 문제를 들여다 보자.

이들은 금투세 시행 시 과세 대상인 이른바 ‘큰손’ 투자자들이 해외로 떠나 1400만 개미투자자의 주식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제시되는 건 1998년 대만 사례다. 당시 대만은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정책을 도입했다가 증시가 36% 급락하자 철회를 결정했다.

하지만 ‘대만도 그랬으니 한국도 그럴 것’이라는 건 단순 추측에 불과하다. 일부 학자는 당시 36% 급락의 원인으로 금투세가 아닌 금융실명제 도입을 꼽기도 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금투세 도입에 따른 한국 증시 영향’ 자료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들의 주장이 ‘공허한 메아리’로밖에는 들릴 수 없는 것이다.

반대로 민주당은 어떨까. 금투세 도입의 명분인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원칙에 기반할 때 주식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는 기형적인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에서 이미 과세 정책을 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주당이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은 딱 그뿐이다. ‘지금 꼭 시행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근거를 만들기 위한 연구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정부와 여당의 공격에 슬그머니 ‘유예론’을 꺼내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더 아쉬운 건 2022년 한 차례 유예 후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진전된 논의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1400만 개인투자자’의 조세저항이 예견됐음에도 금투세 도입과 관련해 이뤄진 분석은 세수 추계 정보에 그쳤다. 금투세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긍정 또는 부정)에 대한 연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금투세 자체의 허점을 지적하는 조세전문가도 다수였지만 이 역시 관심 밖이었다.

손실금에 대한 세금 감면 고민은 부족했고, 이중과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할 경우 예상되는 세수 불안정과 농어촌특별세(농특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도 미비했다.

새로운 과세정책에는 조세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합리적인 방향과 기준을 잡기 위한 오랜 고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시행이든 유예든 폐지든,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국 증시’와 ‘국민’을 위한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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