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티몬과 위메프(이하 티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유통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소비자는 물론 중소기업 사업자들의 피해는 추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고, 연관된 기업은 빠른 선긋기에 나섰다. 이커머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이커머스 플랫폼은 정산 체계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티메프의 모기업인 큐텐 구영배 대표는 G마켓을 한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로 성장시킨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탁월한 경영 리더십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G마켓을 성장시켜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구 대표의 행보 하나하나가 이슈가 됐다.

2009년 당시 세계 최대 온라인 경매 기업인 이베이가 G마켓을 인수했다. 이베이는 G마켓의 플랫폼과 사업 모델을 높이 평가해 인수했다고 밝혔고, 이는 구 대표의 ‘G마켓 신화’ 정점을 찍었다. G마켓의 성공은 이후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성장에 중요한 모델이 됐고, 구 대표는 한국의 기업, 특히 스타트업에 영감을 줬다. 

이처럼 ‘G마켓 신화’를 써내려간 구 대표가 ‘제2의 G마켓 신화’를 노리며 야심차게 추진한 티메프는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 원인은 G마켓 성공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

G마켓은 2000년대 초반에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에 진출해 초기 시장을 선점했다. 온라인 쇼핑의 개념이 막 자리 잡기 시작한 때였으며, G마켓은 그 흐름을 잘 타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초기 진출 덕분에 G마켓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반면 티메프가 등장한 2010년대 초반엔 이미 G마켓, 옥션 등과 같은 강력한 경쟁사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후발주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비즈니스 모델도 차이가 있었다. G마켓은 다양한 판매자가 상품을 등록하고 판매할 수 있는 오픈 마켓 형태를 취했고, 이는 다양한 상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게 해 고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티메프는 초기에 주로 소셜 커머스 모델을 채택했다. 하루 한정 특가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초기에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모델의 한계가 드러났다. 지속적인 성장보다는 단기적인 판매 증가에 치우쳐 있었고, 고객 충성도 유지가 어려웠다.

구 대표는 이런 한계점에 봉착한 티메프를 인수하며 변화를 통해 ‘제2의 G마켓’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경영방식에서마저 G마켓의 성공을 견인했던 혁신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G마켓은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새로운 서비스나 기능을 지속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시장에서의 위치를 강화했다. 이는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와는 달리 티메프는 초기에는 가격 할인과 이벤트로 주목을 받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사들과의 뚜렷한 차별화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고객들이 티메프에서 쇼핑을 해야 할 이유가 점점 줄어들게 됐고, 이는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수익성 면에서도 비교적 일찍부터 수익성을 고려한 비즈니스 운영을 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룬 G마켓과는 달리 티메프는 구 대표 인수 후 고객 확보를 위해 과도하다싶을 정도의 할인과 프로모션에 의존했다. 이는 지속적인 적자로 이어져 투자 유치나 사업 확장에도 어려움을 겪게 됐으며, 결국 경영 안정성까지 문제가 불거지게 됐다. 

구 대표의 인수도 결국은 티메프에 독이 됐다. G마켓은 초기부터 구 대표의 리더십 아래 일관된 전략을 통해 지속적 성장을 했으나 티메프는 경영진 교체가 잦았다. 구 대표 인수 후에도 내부 인력이 교체되고 주력 사업 전략에도 변화를 주는 등 일관된 전략 유지가 힘들었다. 이로 인해 장기적 비전이 흐려지고 조직 내 혼란이 가중됐다.

물론 구 대표는 G마켓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이베이에 G마켓을 인수시킨 타이밍까지 완벽했다. 아직까지도 ‘신화’라 불리는 성공 덕분에 구 대표는 더 큰 사업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토대로 ‘제2의 G마켓’을 만들려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G마켓이 성공했던 시기와 너무 다른 환경 속에서, G마켓 성공을 이룬 경영방식마저 적용하지 못했다. 일시적인 프로모션으로 덩치가 커진 티메프에 재투자를 해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대신 위시를 인수하는 등 큐텐그룹의 덩치를 키우는 데만 주력했고, 티메프를 방치한 결과는 구 대표가 꿈꿔온 ‘제2의 G마켓 성공신화’가 아닌, ‘한국 이커머스의 대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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